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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상권 미용실·스크린골프도 ‘카카오 당하다’ 위기

이안나

- 대다수 중소상공인 수익성 악화…수수료·직접 진출 가능성 우려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대리운전·스크린골프·출판사·꽃 배달·미용실·퀵서비스….

카카오는 택시·자전거 등 모빌리티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경험하는 거의 모든 분야로 발을 넓혀가고 있다. 카카오 올해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6월말 기준 카카오 계열사는 해외 법인 포함 158개다. 국내 플랫폼 기업 중 가장 많은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메시지 시장 점유율 97%에 달하는 카카오톡 접근성을 내세워 단기간 ‘네트워크 효과’를 만들어내는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다만 카카오가 진출한 분야 중 일부는 스타트업과 중소기업, 소상공인이 주 영역으로 활동하던 곳들이다. 플랫폼 기업 카카오가 골목상권을 누비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해외에선 플랫폼 공룡 아마존이 특정 영역에 진출했을 때 기존 사업자들이 존폐 위기를 겪는 상황을 두고 ‘아마존 당하다’는 신조어가 생겼다. 국내선 ‘카카오 당하다’는 단어로 치환되는 모습이다.

10일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에 따르면 카카오 골목상권 침해 문제는 크게 ‘수수료’와 ‘직접 진출’ 두 가지로 요약된다. 고객을 경쟁사에 뺏기지 않기 위해선 중소상인들도 카카오 플랫폼 입점이 불가피하다. 이 상황에서 중개수수료를 높게 올려버리거나 중개에 그쳤던 역할이 점차 관리로 확대, 카카오가 직접 진출하는 상황까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이성원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사무총장은 “플랫폼이 사업을 중개하면서 과도한 수수료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자영업자들이 대부분”이라며 “그러나 이보다 향후 플랫폼 기업이 그 사업에 직접 뛰어드는 게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카카오택시도 처음엔 중개로 시작했지만 카카오T블루 가맹택시를 유치했다. 이에 택시업계에선 일반택시로는 영업이 어려워졌다고 호소한다. 이처럼 카카오가 다른 분야에서도 비슷한 전략을 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동네 미용실과 스크린골프장이 대표적이다. 카카오헤어샵은 초기 가맹 헤어샵 대상으로 수수료를 ‘첫방문 고객 12%, 재방문 고객 5%’로 설정했다가 이후 ‘첫 방문 고객 25%, 재방문 고객 무료’로 정책을 바꿨다. 하지만 이는 소규모 헤어샵들의 수익성 악화를 부추겼다. 규모가 작은 동네 미용실일수록 카카오 서비스를 통한 신규 고객 비중이 높았던 것.

고객이 서비스를 이용하겠다고 금액을 충전한 순간 그중 25%를 카카오가 가져간다. 네이버로 미용실을 예약할 경우 예약 수수료는 없고 결제했을 때 수수료 2.9%를 가져가는 방식과 상이하다. 여기에 카카오는 미용실 관리시스템 ‘헤어짱’을 인수해 카카오헤어샵과 연동했다. 중개를 넘어 관리 영역까지 확장한 것이다. 카카오 뷰티 테크 계열사로 합류한 와이어트는 지난 8일 카카오 헤어샵을 기존 헤어 서비스를 넘어 범위를 확장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스크린골프를 운영하는 중소상인들도 마찬가지다. 골프존이라는 1위업체가 있는 상황에서 카카오는 스크린골프 점유율 2,3위 업체를 인수해 카카오VX를 설립, 스크린골프 브랜드 ‘프렌즈 스크린’을 선보였다. 기존 스크린골프장을 운영하던 중소상인들과 다른 건 카카오가 ‘골프 생태계’를 위해 각종으로 사업을 넓히고 있다는 점이다.

이 사무총장은 “카카오 골프예약과 골프용품 판매, 여기에 골프장 건설까지 나서고 있다”며 “나중엔 카카오를 거치지 않고선 골프를 칠 수가 없게 되고 중소상인들은 터전을 잃거나 전국민 플랫폼 노동자화가 돼버릴 것”이라고 성토했다.

카카오가 골목시장 상권까지 침투해 시장을 독점하는 방식은 아마존과 유사하다. 무료서비스 혹은 원가 이하 프로모션으로 적자를 감안하고 전폭적인 투자를 해 사용자들을 모은다. 일정 수준 이상 네트워크 효과가 발생하면 후발주자가 따라갈 수 없는 수준에 이르고 막대한 데이터를 얻은 플랫폼 기업은 손실 없는 수익을 누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서치원 변호사는 지난 7일 열린 토론회에서 “결국 플랫폼은 다른 재벌 대기업들과 마찬가지로 고정 계열사를 통해 정보를 교환하고 이를 성장 동력으로 삼아 다양한 부문에 무차별적으로 진입할 수 있게 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콘텐츠 판매 부문에서는 이미 카카오가 강자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므로 앞으로는 실물 재화와 서비스 판매 부문에 많은 집중이 이뤄질 것이다”고 진단했다.
이안나
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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