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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우 개선’ 배송기사 확보 경쟁, e커머스 택배 환경 바꿀까?

이안나

- '배송인력 확보'가 경쟁력…직고용 방식으로 처우 개선 만전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새벽배송 e커머스 업체들 사이 배송기사 인력 확보 경쟁이 뜨겁다. 급증하는 배송물량을 지연 없이 제시간에 전달하기 위해선 배송기사 인력이 개발자만큼이나 중요한 경쟁력이 된다. 이에 주요 e커머스 업체들은 연봉 포함 처우 개선을 강조하며 배송기사 확보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쿠팡·마켓컬리 등 새벽배송 업체들은 직고용 방식 배송인력을 확대하고 있다. 높은 연봉은 물론 개선된 근로환경과 복지제도 등을 제시해 배송기사들을 모으려는 전략이다. 인건비는 증가하지만 회사 일정에 맞게 인력을 효율적으로 배치할 수 있어 기업에도 더 유리한 측면이 있다.

지난 10일까지 마켓컬리는 새벽배송을 담당할 ‘샛벽크루’ 대규모 공개채용을 진행했다. 세자릿수 인원을 뽑는 건 2015년 출범 후 처음이다. 마켓컬리 본사에서 6개월 동안 계약직으로 근무하면 물류 자회사 프레시솔루션 소속이 된다. 프레시솔루션 계약직 근무 후엔 정규직 전환이 가능하다.

배송기사 경쟁력 확보를 위해 높은 처우조건도 제시했다. 오후 9시~오전7시까지 10시간 주5일 근무로 연봉은 약 4700만원(기본급 및 각종 수당 포함), 배송 실적에 기반을 둔 성과급이 추가 지급된다. 이외에 ▲입사 후 1개월 만근 시 보너스 100만원 ▲차량 및 유류비 지원 ▲연간 140만원 복지포인트 ▲연차 외 월 1회씩 반차 제공 ▲건강검진·자격증 취득 지원 등을 내걸었다.

컬리 관계자는 “밤엔 컬리에서 일하고 낮엔 다른 기업 물류센터로 가서 일하는 개인사업자들도 많다”며 “아무래도 직고용을 하면 컬리 업무에 집중하고 회사 역시 인력 관리가 용이해지기 때문에 직고용 직원들을 늘리려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쿠팡 역시 이전부터 쿠팡 배송기사(쿠친) 복지를 지속적으로 부각해왔다.쿠친은 6주의 수습기간을 거쳐 2년간 계약직으로 근무하고, 이후 일정 심사를 거쳐 정규직으로 전환된다. 쿠친은 쿠팡이 100% 직고용한 직원으로 사무직 직원들과 동일한 복지혜택을 받고 있다. 쿠팡에 따르면 현장 기사로 장기간 근무한 후 본인 의지에 따라 사무직으로 일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쿠친 연봉은 연차에 따라 3500만~4800만원 수준이다. ▲주5일 52시간 이내 ▲연간 130일 가량 휴무 ▲4대보험 ▲차량 및 유류비 지원 등을 제공한다. 쿠친 건강관리를 위해 4주 유급 휴가 건강관리 프로그램 ‘쿠팡케어’를 최근 본격 가동했다. 수입단절 걱정 없이 건강회복에 집중할 수 있다.

이전까지 택배회사가 배송기사를 고용하는 방식은 대부분 지입제 형태였다. 대형 택배사가 택배 물량을 대리점에 넘겨주면 물량에 따른 수수료를 대리점주와 택배기사가 나누는 형태다. 그러나 이 방식은 택배지점과 배송기사가 수익을 두고 싸우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원청인 대기업은 빠지고 ‘을’들의 싸움만 격화된다는 의미다.

온라인 유통업체 배송량 급증으로 노동자들 과로와 안전사고가 지속 발생하면서 배송기사들 근로환경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대리점과 계약을 맺는 개인사업자(지입제)인 택배기사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법적 테두리 밖에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고용노동부가 온라인 유통업체 배송기사 및 물류센터 노동자 4989명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한 결과 배송기사 ‘일 평균 근무시간’은 ‘8~10시간 근무’가 가장 많고 10~12시간 근무가 다음으로 높았다. 일 평균 배송 물량은 200~300개. 성수기 배송물량이 급증할 경우 ‘본인이 연장근로 등을 통해 직접 배송한다’ 응답이 가장 높았다. 절반 이상이 일주일간 점심식사를 하지 못한 경우가 있었다.

물론 모든 기업들이 단기간 직고용 체제로 바꿀 수 있는 환경은 아니다. 여전히 자체 영업 차량을 소유했거나 유연한 근무를 원하는 개인사업자형 배송기사들이 상당수다. 기업 입장에서도 인건비 포함 산업재해, 복지혜택을 주려다보면 지입제 대비 들어가는 비용이 급증하게 된다.

그럼에도 선진적인 근무환경을 강조하는 배송기사 직고용제가 확산될수록 기업별 인력 확보를 위해선 전반적인 변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SSG닷컴은 CJ대한통운 등 운송사와 위탁계약을 맺는다. 운송사가 다시 개인사업자인 배송기사를 모집해 배송을 진행한다. SSG닷컴이 배송기사들을 직접 고용하는 형태는 아니지만 처우 개선을 위해 지난달 운송사들과 '배송 협의회'를 정례화한다고 발표했다. 배송기사 기본 운송료 인상 및 인센티브 지급, 출하과정 개선을 위한 설비 증설 등에 관해 논의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컬리 등에서 운영하는 직고용제 배송기사는 자체 차량을 준비할 필요 없어 진입장벽이 낮다”며 “택배 분류인력도 별개로 있기 때문에 배송기사들은 물류 터미널이나 센터에 와서 본인이 할당도니 물건을 차에 싣고 이동하면 된다”고 전했다.
이안나
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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