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제도/정책

시동 꺼졌던 비금융 마이데이터, 9월말부터 다시 추진되나?

이종현
[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이하 개인정보위)가 지체됐던 비금융 마이데이터 활성화를 위한 고삐를 죈다. 월말까지 개인정보보호법(이하 개보법) 2차 개정 정부입법안을 낼 계획이다.

15일 개인정보위에 따르면 개인정보 전송요구권 등의 내용을 담은 개보법 2차 개정안이 재추진된다. 개인정보위는 개보법 2차 개정안을 상반기 내 통과를 목표로 추진했으나 지난 6월 정부부처 내 이견으로 제동이 걸린 바 있다. 9월말경 재추진된다면 3개월여만의 절차 진행이다.

◆꽁꽁 얼어 있는 비금융 분야 마이데이터··· 개보법 개정으로 물꼬 터야

개보법 2차 개정안은 작년 12월 시행됐던 데이터3법(개보법·신용정보법·정보통신망법)의 후속조치 성격을 띤다. 당시 법에는 미처 반영하지 못했던 개인정보 전송요구권 및 경제벌의 형사벌 전환 등이 핵심 내용이다.

개인정보 전송요구권을 포함한 개보법은 ‘마이데이터법’으로도 불린다. 마이데이터는 정보주체가 개인정보를 가지고 있는 기업·기관에게 자신의 개인정보를 타 기업·기관에 전송토록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이다. 가령 A 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자신의 데이터를 B 은행에 전송하라고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소비자는 복수 기관별로 서류를 제출하는 등의 불편함을 덜 수 있다. 또 보다 정확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개인화된 서비스도 누릴 수 있게 된다.

현재 신용정보법에는 개인정보 전송요구권이 포함돼 있다. 신용정보법의 대상이 되는 금융 분야는 마이데이터 사업 시행을 위한 제도적 준비가 갖춰진 상태다. 다만 금융 마이데이터 사업 역시 준비 미비로 본격 시행은 유예된 상태다.

개인정보위의 개보법 개정 절차 재추진을 통해 마이데이터를 준비하던 기업들의 기대치는 높아질 전망이다. 금융 분야를 대상으로 하는 특별법인 신용정보법과 달리 개보법은 특별법이 규정하지 않는 전 분야를 대상으로 사는 일반법이다. 영향을 미치는 범위가 훨씬 크다.

개인정보 관련 법학계 관계자는 “개보법 개정은 상징성을 지닌다. 가령 마이데이터 사업의 수혜를 누릴 대표적 분야로 금융과 의료가 주목받는데, 의료는 의료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반쪽 마이데이터가 될 수밖에 없다”며 “개보법 개정을 시점으로 의료를 비롯해 타 분야 법 개정도 본격화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마이데이터 사업을 지원사격해줄 법안도 상임위 문턱을 넘었다. 지난 1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에서 가결된 데이터 산업진흥 및 이용촉진에 관한 기본법안(이하 데이터기본법)이다. 데이터 활용에 초점을 두고 있는 법안으로, 마이데이터 사업과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인다.
개인정보위가 입법예고한 개보법 2차 개정안 내용.
개인정보위가 입법예고한 개보법 2차 개정안 내용.

◆관련 매출액→전체 매출액은 여전히 논란··· 개정 강행할 듯

다만 산업계의 반대 여론은 개인정보위가 풀어야 할 숙제다. 개보법 개정안에 대해 산업계는 “과도한 규제”라는 비판을 해왔다.

산업계가 문제 삼는 것은 법 위반시 과징금 규정을 기존 관련 매출액의 3% 이하에서 전체 매출액의 3% 이하로 변경하는 부분이다. 해당 규정을 적용할 경우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 기준 수조원 이상의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위법행위로 인한 경제적 부당이득의 환수라는 과징금의 기본 원칙을 벗어난 것”이라고 날을 세운 바 있다.

이에 대해 개인정보위는 전체 매출액으로의 전환은 양보할 수 없는 결정이라는 입장이다. 관련 매출액의 경우 기업이 정보를 공개하지 않으면 이를 산정하기 어렵다. 법 집행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 유럽연합(EU) 일반개인정보보호법(GDPR) 등에서는 이미 전체 매출액을 기준으로 과징금을 책정하고 있다. 가령 국내 기업이 EU에서 법 위반을 할 경우 EU 내 매출이 아닌 기업의 전체 매출액을 기준으로 과징금을 책정한다. 반면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국내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들에게는 한국 시장에서 얻은 매출의 일부를 대상으로 과징금을 책정할 수밖에 없어 역차별의 문제가 발생한다.

개인정보위는 관련 논의가 이미 성숙됐다는 입장이다. 전체 매출액을 기준으로 과징금을 부과하되 위반 행위와 상응하는 비례성을 확보한다는 문구를 포함, 위반 행위에 비례하는 수준의 과징금을 책정한다는 계획이다. 3%는 최대치일 뿐 납득 가능한 수준의 과징금을 부과한다는 의미다.

9월말경 개인정보위가 개보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경우 하반기 정기국회 일정 내에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마이데이터 사업을 준비 중인 기업 관계자는 “법이 통과된다고 하더라도 관련 내용들이 곧바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1년 이상의 적응 기간을 거칠 텐데, 법 개정이 지연되는 만큼 마이데이터 사업의 본격화도 늦춰질 수밖에 없다. 올해 내 입법 절차가 진행돼 사업 동력을 이어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피력했다.
이종현
bell@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