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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잡아라"…삼성전자 vs TSMC, 차세대 GPU 수주전 '치열'

김도현
엔비디아 GPU 'RTX30' 시리즈
엔비디아 GPU 'RTX30' 시리즈
- 20조원 GPU 시장 중 엔비디아 80% 차지
- 내년 말 출시 예정 RTX40…TSMC 5나노 공정 생산 거론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1~2위 업체가 대형 고객사 확보전에 돌입했다. 대상은 그래픽처리장치(GPU) 선두주자인 엔비디아다. 전작 수주는 삼성전자가 따낸 가운데 신작에서는 TSMC 우세하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2022년 4분기 차세대 GPU ‘RTX40’ 시리즈를 출시할 예정이다. 작년 9월 선보인 ‘RTX30’ 후속작으로 디자인 설계가 한창이다.

신제품 공개가 약 1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엔비디아가 어느 업체에 생산을 맡길지 이목이 쏠린다. RTX30는 삼성전자 8나노미터(nm) 공정에서 만들어졌다.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2020년 GPU 시장 규모는 170억달러(약 20조원) 내외다. 이중 엔비디아가 80%를 차지한다. 올해와 내년 GPU 수요가 지속 늘어날 전망이어서 파이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RTX40 제조 위탁 계약은 20조원에 달한다는 의미다.

과거 엔비디아 GPU를 생산했던 TSMC는 협력사 자리를 되찾기 위한 물밑 작업을 시작했다. TSMC는 올해 들어 파운드리 가격을 최대 30% 이상 올렸다. 다만 핵심 고객사 애플에는 상대적으로 미미한 2~3% 인상을 적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엔비디아에도 유사한 수준의 혜택을 주면서 당근을 제시했다는 후문이다.

삼성전자도 재계약을 위해 엔비디아와 논의 중이다. 문제는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작년 말 시작된 글로벌 반도체 공급난은 GPU 분야도 덮쳤다. 당시 RTX30 시리즈는 부족 사태를 겪으면서 가격이 급등했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수율(완성품 중 양품 비율)을 원인으로 꼽았다. 대만 PC 제조사 에이우스 최고경영자(CEO)는 “그래픽 카드 공급이 부족해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업스트림 공급사 수율이 낮은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와 영국 ARM의 인수합병(M&A)을 꺼리는 부분도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ARM은 세계 최대 반도체 지적재산(IP) 기업이다. 전 세계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90% 이상 ARM 기반 제품이다.

관련 IP가 엔비디아로 넘어가면 생태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 주요 반도체 업체는 양사 M&A를 반대하는 분위기다. 직접적인 타격이 없는 순수 파운드리 TSMC는 별도 의사표현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반대는 향후 협상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뜻이다.

최근 업계에서는 TSMC가 5nm 공정을 통해 RTX40을 양산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통상 반도체 생산이 3~6개월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양산 돌입까지는 시간적 여유가 있다. 하지만 샘플 공급 및 파일럿 라인 가동 등 사전 작업을 주도할 시 본제품 생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초기 주도권 다툼이 중요한 이유다. 현재로서는 TSMC가 한발 앞선 것으로 평가받는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에서 엔비디아가 차지하는 비중이 두 자릿수로 추정되는 만큼 재계약 여부가 내년과 내후년 실적을 좌우할 수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애플 물량을 독점 중인 TSMC가 엔비디아마저 잡을 경우 삼성전자에 타격이 클 수 있다. AMD와 퀄컴도 TSMC 비중이 높아 삼성전자로서는 갈수록 대형 고객사 확보가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에 사전에 잘 다져놓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도현
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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