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네이버 어벤저스] 소상공인 열광하는 독보적 ‘빠른 정산’ 비결은

이안나
국민 포털로 출발한 네이버가 다양한 플랫폼과 서비스들로 영역을 대폭 확장하고 있다. 이용자 경험을 위한 체질 개선뿐만 아니라, 중소상공인(SME) 및 창작자들과 이용자들을 연결해 디지털 비즈니스 시너지를 도모하는 데 골몰하는 모습이다. 이용자가 보는 앞단의 변화가 이 정도라면, 개발 뒷단에선 보다 과감하고 치열한 고민이 필요하다. 이에 디지털데일리는 네이버를 움직이는 기술 리더들을 마블 캐릭터에 빗대 ‘네이버 어벤저스’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들의 연속 인터뷰를 통해 국내 최대 인터넷 기업의 속 깊은 고민과 핵심 경쟁력의 원천을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스마트스토어 소상공인들은 소자본으로 창업하신 분들이 많기에 자금회전이 특히 중요합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구매확정 전이라도 배송완료만 확인되면 바로 다음날 판매대금 100%를 정산해주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비대면 수요가 높아지면서 수많은 중소상공인(SME)들이 오픈마켓 등 e커머스 시장으로 진출하고 있다.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는 자금회전이다. 온라인 커머스 사업은 늘어나는 매출에 대응해 재고를 확보하고 품목을 늘리며 성장한다. 그러나 소상공인들 자본금은 크지 않다. 정산 기간이 길수록 자본금이 묶여 다른 제품 매입·공급이 어려워진다.

약 50만명에 육박하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SME들은 이러한 걱정에서 벗어날 수 있다. 네이버 ‘빠른 정산’ 서비스 때문이다. 현재 네이버파이낸셜은 일정 기준을 통과한 스마트스토어 사업자 대상으로 배송완료 다음날 정산금 전액을 지급한다. 주문 후 약 4.4일만에 정산되는 구조다. 세계 e커머스 업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오는 12월엔 정산 시기를 더 단축할 계획이다. 소상공인들이 선호하는 이 서비스를 네이버만 제공할 수 있는 이유는 위험탐지시스템(FDS) 기술 덕분이다. 이와 관련해 빠른정산FDS 기술 박종석 리더<사진>가 ‘네이버 어벤저스’ 인터뷰에 나섰다.

◆ 어뷰징 탐지 위해선 데이터간 관계 찾는 데이터마이닝 핵심


네이버 빠른 정산은 별도 담보나 수수료 없이 판매대금 전액을 구매확정 전 선지급하는 구조다. 만약 판매자 부도로 인한 휴·폐업 또는 정산금을 편취하기 위해 악의적으로 사업을 종료한다면 네이버는 반품 금액만큼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사례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 FDS기술이다.

박 리더 소속 팀은 네이버파이낸셜 결제 및 금융 사업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FDS 시스템 전반을 관리한다. 온라인 거래에서 부정거래 차단을 위한 예측 모델을 만들고 비정상 거래 모니터링을 위해 유형별 위험탐지 모델 알고리즘을 개발한다. 머신러닝·딥러닝 기술로 얻은 방대한 데이터 기반 이들 관계를 연결하는 데이터마이닝이 핵심이다. 박 리더가 FDS기술을 ‘정보와 기술의 집합체’라고 표현한 이유다.

FDS는 거래의 변동성과 위험성을 7가지 가망 변인을 통해 평가한다. 거래 변동성 평가항목으론 ‘사업 지속기간·매출 변동률·구매고객 변동률’이 포함된다. 거래 위험성 평가항목으론 ‘불량판매자·자전거래·반품률·비정상거래’ 등이 담긴다. 이러한 주요 평가항목 기반으로, 주문건별 위험 제어 장치를 통해 판매대금 빠른 지급 여부를 판별한다. 머신러닝 기반 위험 탐지 모형은 판매자 빠른 정산 서비스 이용 중단 여부를 결정한다.

FDS에 기반해 판매사업자들에 대한 부도나 반품 리스크 등도 탐지하고 대금을 선지급해도 이상 없는 판매자들을 선별하는 게 네이버 빠른정산 비결인 셈이다. 박종석 리더는 “빠른정산 서비스를 악용해 정산대금을 편취하고자 하는 목적의 어뷰징이 다양한 패턴으로 발생되고 있다”며 “FDS에 의해 탐지 조치돼 판매대금 빠른 지급을 중단한 경우도 발생한다”고 전했다.

◆ 정보 모일수록 FDS고도화...소상공인 성장률 ‘쑥’

이전까지 판매자들은 구매자들의 ‘구매확정’ 버튼 클릭이 절실했다. 구매확정이 이뤄진 건에 대해서만 정산지급 절차가 진행됐기 때문. 판매자들이 구매자들에게 연락해 구매확정 버튼을 눌러달라고 재촉하는 일도 빈번했다. 그렇다면 판매자들이 선정산 받는 네이버 빠른정산에선 더 이상 구매확정 여부가 중요하지 않게 된 것일까.

박 리더는 “정산대금은 이미 지급됐기 때문에 판매자 입장에선 구매확정이 중요하지는 않을 수 있다”면서도 “네이버파이낸셜이 정상적으로 지급한건지 확인을 위해서도 필요하고, 구매확정 이후 반품은 판매자와 별도 협의를 통해 환불 처리가 이뤄지기 때문에 구매확정 클릭 여부는 여전히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판매자들이 빠른정산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선 반품률 20% 미만, 3개월 연속 매출 100만원 이상 조건을 갖춰야 한다. 최소한의 조건을 설정한 이유에 대해 박 리더는 “스마트스토어를 꾸준하게 운영한다는 기준선인 동시에 일정수준 데이터를 확보해야 하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고 말했다.

FDS는 데이터가 쌓일수록 고도화된다. 이에 따라 정산주기를 더욱 단축하거나 문턱을 낮추는 것도 가능하다. 실제 네이버파이낸셜은 12월부터 빠른정산 기준 시점을 ‘배송완료 다음날’에서 ‘집화완료 다음날’로 더 앞당긴다. 집화완료는 상품이 판매자로부터 택배회사로 인수돼 배송이 시작될 준비가 완료된 상태다. 실상 배송 시작 단계를 의미한다. 판매자 입장에선 주문 후 3.3일만에 정산받을 수 있다. 빠른정산 제공 대상 판매자도 더 많은 SME가 이용할 수 있도록 ‘월 거래 건수 20건’으로 기준을 낮춘다.

박 리더는 빠른정산 시행 후 설문조사나 그룹 및 개별인터뷰 등을 수시로 진행하며 판매자들에게 지속적인 피드백을 얻고 있다. 그는 “빠른정산 사용자들은 스마트스토어 거래액 평균 증가율보다 높은 상승율을 보이고 있다”며 “선정산받은 자금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지난해 11월 빠른정산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누적 지급액이 오는 9월 약 5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더 많은 소상공인들이 빠른정산에 참여하면서 내년 성장률은 더욱 가파라질 전망이다. 박 리더는 향후에도 FDS 관련 기술을 고도화해 나가며 판매자들 편의성을 증대시킨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그는 “빠른정산을 받을 수 있는 판매자 요건은 완화해 나가면서 현재 리스크 수준에서 정산주기를 더 빠르게, 보다 많은 판매자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FDS 기술 고도화에 집중하려 한다”며 “이를 통해 판매자에게 최대한 편의를 제공하면서도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뒷받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안나
anna@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