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어벤저스] “헤이 클로바” 네이버 AI 비서의 진화, 어디까지일까?
국민 포털로 출발한 네이버가 다양한 플랫폼과 서비스들로 영역을 대폭 확장하고 있다. 이용자 경험을 위한 체질 개선뿐만 아니라, 중소상공인(SME) 및 창작자들과 이용자들을 연결해 디지털 비즈니스 시너지를 도모하는 데 골몰하는 모습이다. 이용자가 보는 앞단의 변화가 이 정도라면, 개발 뒷단에선 보다 과감하고 치열한 고민이 필요하다. 이에 디지털데일리는 네이버를 움직이는 기술 리더들을 마블 캐릭터에 빗대 ‘네이버 어벤저스’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들의 연속 인터뷰를 통해 국내 최대 인터넷 기업의 속 깊은 고민과 핵심 경쟁력의 원천을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오늘 서울 날씨 어때?” 네이버의 인공지능(AI) 비서 ‘클로바(CLOVA)’가 여기에 즉각 대답한다. “내일은?”이라고 묻자 자연스럽게 내일의 서울 날씨 정보를 알려준다. 클로바는 더 이상 “잘 모르겠어요”와 같은 답변을 내놓지 않는다. 진짜 사람처럼 대화의 맥락을 이해하고 풍부한 답변을 해주는 AI, 어쩌면 멀지 않은 미래 네이버 클로바의 모습이다.
네이버는 최근 초대규모 인공지능(Hyperscale AI) 언어모델인 ‘하이퍼클로바(HyperCLOVA)’를 개발한 데 이어, 이를 클로바에 적용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초대규모 AI는 단순히 정해진 답을 하는 AI가 아니라, 보다 인간에 가깝게 생각하고 판단하는 AI를 말한다. 특히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는 기존 AI 대비 3000배 이상의 데이터를 학습했고, 이것이 클로바에 적용되면 훨씬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해진다.
이와 관련해, 네이버 클로바의 AI 어시스턴트 조직에서 대화 시스템 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김경덕 리더, 그리고 김현욱 대화서비스 리더와 인수교 대화모델링 테크리더가 ‘네이버 어벤저스’ 인터뷰에 나섰다. AI 어시스턴트 조직은 네이버의 스마트 스피커나 음성 검색 등 음성 대화 인터페이스를 개발한 곳으로, 현재 사용자의 의도 분석 및 대화 관리에 관한 부분을 심도 있게 연구 개발하고 있다.
◆ 네이버 AI 어시스턴트 기술, 어디까지 발전했나
최근 네이버의 AI 어시스턴트 기술은 사용자의 상황에 따라 ▲사용자의 특정 목적을 만족시키기 위한 ‘목적지향형 대화(Goal oriented Dialog)’ ▲사용자 질문에 전문 지식으로 응답하는 ‘질의응답(Question Answering)’ ▲목적성이 없는 자연스러운 대화를 수행하는 ‘일상 대화(Chit-chat dialog)’가 동시에 가능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김경덕 리더는 “네이버 AI 어시스턴트가 이런 대화 형태를 모두 서비스한다는 것은 스마트스피커, 셋톱박스, 지도검색 등 다양한 환경에서의 어시스턴트를 염두해두고 서비스 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하이퍼클로바가 적용되면 훨씬 자연스러운 대화를 이끌 수 있다. 김현욱 리더는 “기존 대화 시스템은 ‘측우기를 만든 사람이 누구냐’(질의응답)고 물은 다음 ‘그 사람이 등장한 드라마를 재생해줘’(목적지향형 대화)라고 연달아 물을 때 이종 시스템간 정보 전달이 어려웠다”면서 “하지만 하이퍼클로바는 이종 시스템간 대화의 맥락을 이해하도록 돕기 때문에 어색한 대화 단절을 극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더욱 ‘사람스러운’ 대화를 하는 AI
현재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를 활용해 다양한 대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컨텍스트(맥락)를 주입하는 작업이다. 단일 발화만 보고 대화하는 것이 아니라, 이전의 대화를 먼저 살펴보고 전체 맥락을 고려해 대화하도록 하는 것이다.
예컨대 첫번째 턴의 질문(“오늘 서울 날씨 어때?”)에만 응답하고 그치는 게 아니라, 이전의 대화 맥락을 파악해 그 다음 턴 질문(“내일은?”)에 숨겨진 의도(“내일 서울 날씨 어때?”)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예전보다 더 ‘사람스러운’ 대화가 가능해지는 것.
하이퍼클로바는 방대한 학습 데이터를 통해 질문에 대한 답변을 스스로 생성하는데, 이 때 하이퍼클로바를 통해 생성된 복수의 응답과 기존 기술 기반 대화시스템 응답 중 대화 맥락에 가장 적절한 응답 1개를 선택하는 ‘응답선택기’의 역할도 필요하다.
인수교 리더는 “하이퍼클로바는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해 스스로 정확한 답변을 생성하는 능력이 뛰어난 반면, 다소 민감한 답변을 할 가능성도 있다”며 “그래서 우리는 문제가 될 만한 응답을 제어하고 필터링하는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매번 ‘헤이 클로바’로 스피커를 호출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사라질 전망이다. 김경덕 리더는 “아직 테스트 단계이긴 하지만, 사용자가 최초 호출 명령으로 대화를 시작한 이후 대화가 이어질 여지가 크다고 판단되면 사용자가 호출 명령없이 바로 입력할 수 있는 UX를 시험해보고 있다”고 말했다.
◆ “사용자의 삶 속에 녹아드는 AI로 자리잡겠다”
네이버는 이처럼 하이퍼클로바를 활용해 더욱 고도화된 AI 어시스턴트 서비스를 올해 중으로 실제 사용자에게 선보이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김경덕 리더는 “아직 실제 서비스 적용을 위해서는 가야할 길이 많이 남았지만, 우리는 앞으로 어시스턴트가 사용자의 말을 대부분 이해해서 ‘잘 모르겠어요’와 같은 응답이 점점 사라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궁극적으로는 사용자 삶 속에 녹아드는 인터페이스로 자리잡게 하는 것이 장기적 목표다. 김경덕 리더는 “예전에 라인의 일본 개발자들과 협업해 일본에 스마트 스피커를 출시한 적이 있는데, 당시 라인 본사에 한 일본 사용자의 편지가 왔었다”며 “몸을 잘 가누지 못하는 상태로 병원에 입원한 분이었는데, 스마트 스피커를 통해 AI와 대화하고 지안에게 라인 메시지를 보내고 음악을 트는 등 예전에는 힘들었던 경험을 할 수 있게 되었다며 감사 인사를 전한 내용이었다”고 전했다.
김 리더는 “우리가 개발하는 것이 많은 사용자들을 편리하게 만들 수 있을 거라고만 생각해왔는데, 누군가에게는 그것이 절실함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의 가치에 대해 다시 짚어보게 된 계기”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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