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네이버 어벤저스] 내가 보는 상품 홍보문구, 실은 AI가 썼다고?

권하영
국민 포털로 출발한 네이버가 다양한 플랫폼과 서비스들로 영역을 대폭 확장하고 있다. 이용자 경험을 위한 체질 개선뿐만 아니라, 중소상공인(SME) 및 창작자들과 이용자들을 연결해 디지털 비즈니스 시너지를 도모하는 데 골몰하는 모습이다. 이용자가 보는 앞단의 변화가 이 정도라면, 개발 뒷단에선 보다 과감하고 치열한 고민이 필요하다. 이에 디지털데일리는 네이버를 움직이는 기술 리더들을 마블 캐릭터에 빗대 ‘네이버 어벤저스’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들의 연속 인터뷰를 통해 국내 최대 인터넷 기업의 속 깊은 고민과 핵심 경쟁력의 원천을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위) 정지수 테크리더 (아래) 김희언 개발자
(위) 정지수 테크리더 (아래) 김희언 개발자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날씨 상관없이 뽀송뽀송”

네이버쇼핑에서 의류건조기를 팔기 위해 인공지능(AI)이 직접 골라 쓴 홍보 문구다. 게이밍 마우스에는 “이것만 있으면 승률 UP!” 무선 선풍기에는 “양손에 자유를 주는 선풍기” 등 상품과 고객 특성에 맞는 쇼핑 기획전 제목을 AI가 직접 쓴다. 쇼핑기획자(MD)의 역할을 대신하는 AI, 바로 ‘AiMD’다.

AiMD는 네이버의 쇼핑 기획전 자동 생성 AI로, 네이버가 자체 개발한 초대규모(Hyperscale) AI ‘하이퍼클로바’가 탑재됐다. 실제 MD처럼 기획전 주제 선정부터 제목 작성 등을 자동화해 수행한다. 현재 내부 운영진들은 실제 이 AiMD를 활용해 네이버쇼핑 기획전 카테고리와 네이버 앱 쇼핑판에 노출될 기획전을 발행하고 있다. AiMD가 구성한 상품이 실제 기획전으로 채택되는 비율은 90%에 달한다.

이와 관련해, AiMD 개발에 참여한 네이버 정지수 테크리더와 개발자 김희언 씨가 ‘네이버 어벤저스’ 인터뷰에 나섰다. 이들은 네이버에서 AiMD를 운영하는 ‘AI MD’ 조직 소속으로, 하이퍼클로바를 활용한 모델링 작업부터 궁극적으로는 새로운 쇼핑 경험을 위한 AI 기술의 확장을 과제로 삼고 있다.

◆ AiMD, 1분이면 기획전 하나 뚝딱

AiMD 개발은 쇼핑 상품을 꾸리는 운영자의 업무 부담을 덜어주자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정지수 리더는 “현재 AiMD가 트렌드성 기획전을 한 개 만드는 데에 걸리는 시간은 1분 이내”라며 “그동안 운영진은 기계적으로 하기 어려운 전략적 제휴성 기획전에 집중할 수 있다”고 했다. 김희언 씨는 “AI가 가장 잘하는 반복 작업의 자동화를 통해, 상품을 모아 기획전을 만드는 수고로움을 줄이는 것”이라 설명했다.

실제 AiMD는 네이버쇼핑의 검색 질의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떠오르는 인기 키워드와 카테고리를 자동으로 매일매일 찾아낸다. 하이퍼클로바는 이 키워드로 기획전의 제목을 생성하고, 언어모델을 활용해 주제와 제목 의도에 가까운 상품군을 찾아 기획전을 구성한다. 그 결과, 운영자가 기존대로 만든 기획전과 비교했을 때 AiMD로 만든 기획전은 클릭율과 구매전환율에서 각각 16% 29% 더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여기서 하이퍼클로바는 특정 키워드를 기반으로 기획전의 제목을 만드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미니가구’ ‘예쁜가구’ ‘틈새수납장’이 키워드로 들어오면 ‘공간 활용 만점 미니가구’라든지 ‘작은 공간도 효율적으로’ 등의 제목을 만들어준다. ‘무선으로 더 강력하게’(무선 청소기) ‘화장보다 중요한 클렌징’(전동 클렌저) 등은 모두 AiMD가 작성한 기획전 문구로, 사용자들이 특히 많이 클릭한 문구들이다.

또한 AiMD는 하이퍼클로바를 활용해 기획전 순서를 개인화해 제공하고 있다. 네이버에 따르면 AiMD가 기획전의 노출 순서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이용자들의 상품 클릭율이 최대 42%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희언 씨는 “지금까진 모두의 관심사를 기준으로 기획전을 만들었다면, 공간의 제약이 없는 인터넷 공간에선 특정한 이용자 그룹 또는 개인 맞춤 기획전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 중소상공인들도 AiMD로 편리하게

AiMD는 조만간 네이버 쇼핑 플랫폼을 이용하는 중소상공인(SME)들도 이용할 수 있도록 오픈될 전망이다. 네이버는 그 시점을 내년 상반기로 보고 있다. 정 리더는 “AiMD가 쇼핑 MD의 역할 대신 수행함으로써 판매자들은 좋은 상품을 만들고 수급하는 것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며 “특히 1인 사업자들은 판매 외에 마케팅까지 하기는 힘든데 이런 부분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했다.

개별 판매자에게까지 AiMD가 제공되면 다양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정 리더는 “판매자가 보유한 상품이 많은 경우엔 어떤 상품을 어떻게 모아 어떤 유저에게 노출해줄 것인지 가이드를 제공할 예정”이라며 “대규모 브랜드 판매자들 대상으로는 비슷한 브랜드 판매기록 데이터를 함께 분석함과 동시에 각 브랜드의 특색을 잘 살려 손해보는 브랜드가 하나도 없는 방향으로 모델링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판매자가 보유하고 있는 상품이 적은 경우엔 또 다른 판매자와 연결해 합동 기획전을 만드는 방향도 생각하고 있다. 예를 들면 우산을 파는 판매자들을 모아서 서로 경쟁시키는 것이 아니라, 우산을 파는 판매자들과 장화를 파는 판매자를 연결해 서로 윈윈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용자에게 연관 상품을 연결해주는 식으로 AiMD를 활용해 실제 판매자들간 시너지까지 도모하는 작업이다.

정 리더는 “올해 목표는 AiMD의 범위를 지금의 스마트스토어 상품에서 윈도 상품으로 확장하는 것”이라며 “현재 서로 보완이 되는 상품을 묶는 연구도 하고 있는데, 나중에는 기획전을 단순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같이 볼 기획전을 서로 연결해 이용자로 하여금 오랫동안 서비스에 머물게 하고 싶다”고 밝혔다.
권하영
kwonhy@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