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오픈테크넷 2021] 삼성전자, “오픈소스가 미래다”

백지영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오픈소스 하나만 잘하면 앞으로 최소 50년의 소프트웨어(SW) 커리어에는 전혀 문제 없을 것이라 장담합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최,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디지털데일리가 공동 주관으로 개최한 ‘오픈 테크넷 서밋 2021 버추얼 컨퍼런스’ 둘째날 박수홍 삼성전자 그룹장은 ‘오픈소스, 뉴노멀 시대의 소프트웨어 혁신 경쟁력’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이같이 자신했다.

그는 “1991년 리눅스 커널이 개발되던 당시의 오픈소스와 현재의 오픈소스 환경을 많이 달라졌다”며 “현재의 오픈소스는 100% 상업화됐으며 모든 기업들이 돈을 벌기 위해 오픈소스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더 이상 오픈소스는 순수하지 않다”며 “반대로 말하면 오픈소스가 상업화되면서 오히려 지금처럼 발전하고 있으며, 삼성전자도 마찬가지지만 모든 기업들은 오픈소스를 잘하는 인력을 채용하길 원한다”고 강조했다.

오픈소스 인력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기업들의 오픈소스 참여와 맞닿아 있다. 그는 “기업들이 오픈소스, 오픈소스하는 이유는 오픈소스를 빼면 사실상 사업이 안되기 때문”이라며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분야, 소매부터 통신, 로봇, 헬스케어 등 평균 80% 이상 오픈소스를 사용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기업이 오픈소스를 사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효율성이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가 A라는 스마트폰을 만들 때 필요한 기술이 있다고 하면, 기술을 정의하고 이에 필요한 소프트웨어 개발이 필수적이다. 이때 모든 개발자들이 제일 먼저 하는 것이 관련 오픈소스를 구글이나 네이버에 찾는 것이다. 이를 찾으면 원하는 기능만큼 해당 오픈소스가 제공하는지를 확인한다.

그는 “회사가 제품을 만들 필요한 기능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엔 오픈소스에서 약 80% 정도, 나머지 20%는 자체적으로 개발을 해서 상품화를 한다”며 “이 80%가 없었다면 전부 다 직접 개발을 해야 하지만 오픈소스를 통해 이 80% 개발에 들어가는 시간, 개발자 비용 등을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에서 오픈소스 개발자들, 오픈소스를 잘하는 사람들이 필요한 이유는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분명 오픈소스 그대로로 제품을 만들 수 없기 때문에 수정이나 변경이 필요한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과거에는 변경된 코드를 기업이 컨트리뷰션(오픈소스 기여)하는 것이 비교적 쉬웠다”며 “하지만 오픈소스 컨트리뷰션의 절차상 반드시 그 기술의 리더한테 동의를 받아야 하고, 기업에선 이를 주도하는 오픈소스 개발자를 채용하는 것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만약 회사에서 특정 오픈소스 기술이 필요한데 필요한 코드가 반영이 안 되어 자체적으로 개발해 제품을 출시했다고 하자. 이후 다시 신규 제품을 만들 때 이 오픈소스를 다시 가져다쓸 경우, 이때의 오픈소스는 많은 사람들이 또 참여해 수정, 발전시켰기 때문에 내부 구조나 기능이 많이 달라져 있을 수 있다.

그는 “이 회사는 오픈소스에 본인 기술을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에 1년 뒤 제품을 만들 때 똑같은 오픈소스를 가져다 쓰면서 어떤 부분이 바뀌었고, 본인들이 개발해서 추가한 부분은 어디에 갖다 넣어야 되는지 처음부터 다 찾아야 한다”며 “이는 회사 입장에서 굉장한 부담이다. 1~2개는 괜찮은데 만약 1천개, 만개 이상이면 다시 개발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업들은 오픈소스를 잘하는 사람들을 채용한다”며 “오픈소스를 잘하면 원하는 회사 어디든 갈 수 있고 이직도 쉽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오픈소스 개발 커리어가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에 개발자들은 더 좋은 조건으로 이동이 쉽다.

현재 많은 기업이 작게는 수십명, 많게는 수백명 혹은 그 이상의 규모 조직을 운영하며 오픈소스를 발전시키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오픈소스 그룹’이라는 오픈소스 전담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사실상 소프트웨어를 다루는 모든 기업이 오픈소스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유는 기업 입장에선 오픈소스가 돈이 되기 때문이다.

그는 마이크로소프트(MS)를 예로 들었다. 스티브 발머 전 MS CEO는 “리눅스는 암”이라고 했고, 사티아 나델라 현 CEO는 “리눅스를 사랑한다”고 한 것과 관련, 그는 “이 두 CEO가 같은 리눅스를 두고 이처럼 상반된 이야기를 할 수 밖에 없던 이유는 결국 돈과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발머 전 CEO가 재직하던 시절의 MS는 매출의 98%가 윈도와 오피스에서 나왔다. 리눅스 OS가 많아지면 윈도 OS가 덜 팔리고, 리눅스에서 돌아가는 무료 오피스들이 많아지기 때문에, MS 입장에선 리눅스가 좋고 나쁘고를 떠나 ‘암’적인 존재일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의 MS 매출의 많은 부분이 ‘애저’와 ‘오피스365’와 같은 클라우드에서 나온다. 리눅스에서 돌아가는 기기들이 애저에 많이 붙을수록 돈이 된다. 그는 “때문에 현재의 MS는 리눅스를 비난할 이유가 전혀 없고 사실은 오픈소스 생태계를 더 키워야 더 수익이 많이 난다”고 말했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으로 비대면 시대가 되면서 더 발전하고 있는 산업 중에 하나가 오픈소스 SW이며, 현재 오픈소스는 기업에서 혁신으로 평가받고 있는 만큼 오픈소스에서의 커리어는 큰 경쟁력이 된다는 설명이다.

그는 “오픈소스를 잘하면 많은 사람이 쌓고 싶어하는 스펙이나 학력, 학연·지연 이 모든 것들이 의미 없어진다”며 “오픈소스라는 오픈돼 있는 전쟁터에서 인정을 받은 사람이기 때문에 누구도 이 사람을 서류로 평가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백지영
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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