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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판다던 손정의, 쿠팡 주식 2조원 매각 이유는?

이안나
- 중국 투자 손실 만회·국내 규제 리스크 관리 등 해석 분분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 비전펀드가 쿠팡 주식 일부를 매각했다. 쿠팡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한 후에도 지분을 팔지 않겠다고 언급했었기에 이번 매각 배경에 대해 관심이 쏠린다.

지난 17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외신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된 자료를 인용해 소프트뱅크그룹 산하 비전펀드가 쿠팡 주식 5700만주를 매각했다고 전했다. 이날 주당 매각가는 29.685달러로 총 매각가는 16억9000만달러(약 1조9900억원)다.

이는 비전펀드가 보유하고 있던 쿠팡 주식 중 약 10%에 해당하는 규모다. 매각 이후 보유한 쿠팡 주식은 5억6820만주다. 비전펀드는 여전히 쿠팡 최대주주다.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는 2015년과 2018년 두 차례에 걸쳐 쿠팡에 약 30억달러(약 3조4500억원)를 투자했다. 적자기업 쿠팡에 혁신성만 보고 거액을 투자했던 손 회장 뚝심은 쿠팡이 사업을 밀어붙일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지난 3월 쿠팡이 NYSE 상장을 했을 때도 당시 비전펀드는 “쿠팡의 성장을 믿는다”며 “지분을 팔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비전펀드는 쿠팡 상장 이후 6개월 만에 현재 보유한 8조원 가량 주식 중 10분의 1을 매각해 2조원 차익을 실현한 것이다. 쿠팡 측은 비전펀드 지분 매각 배경에 대해 파악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다양한 해석들이 나오고 있다.

우선 비전펀드가 중국 기업에 투자했다가 손실이 커지자 이를 만회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비전펀드는 중국 차량공유업체 디디추싱 지분 20.1%을 보유한 최대주주다. 중국 정부가 디디추싱 등 대형 정보기술(IT) 기업들에 규제를 가하면서 비전펀드는 약 40억달러(약 4조5000억원)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새로운 스타트업에 투자하기 위한 재원조달 성격으로도 풀이된다. 소프트뱅크는 지난 2분기 약 140억달러(약 16조원) 규모의 기업 지분을 매각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는 이전 기간 대비 3배에 달하는 금액”이라며 “이번 매각엔 미국 음식배달업체 도어대시와 중국 최대 부동산 중개 플랫폼 KE홀딩스 같은 손 회장의 기업공개(IPO) 히트작 중 일부에 대한 주식도 포함돼있다”고 전했다.

당시 소프트뱅크측은 “비전펀드 등 재원조달을 위해 자금을 순환할 필요가 있다”고 전한 바 있다. 쿠팡 주식 일부에 대한 매각도 이러한 움직임의 연장선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매도 타이밍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쿠팡은 주식 상당수에 대한 보호예수(의무보유확약) 기간을 2분기 실적 발표 이틀 후인 8월13일까지로 설정했었기 때문이다.

한편에선 최근 한국 정부가 국내 빅테크 기업 규제 논의를 본격 앞두고 있어 중국에 이어 국내에서도 이전에 리스크 관리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8월 소프트뱅크는 2분기 실적 발표시 중국 스타트업 기업에 대한 투자를 일시 보류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두고 외신에선 “중국당국 IT 기업들에 대한 규제가 심화돼 불확실성이 커졌고 소프트뱅크 측은 중국 정부가 ‘빅테크 기업 때리기’가 과하다고 판단, 신규 투자를 중단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실제 다음달 1일부터 열리는 국정감사에서도 주요 플랫폼 기업들이 주요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단기간 급성장한 쿠팡도 이에 포함된다.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수수료와 별점 테러, 덕평물류센터 화재 등 노동환경에 대한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온 만큼 쿠팡도 국정감사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또 국회 계류 중이던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은 하반기 정기국회에서 속도를 낼 전망이다. 관련 법안은 주로 쿠팡을 비롯한 플랫폼 기업들 책임 강화에 방점을 뒀다.

쿠팡 주가는 연일 약세다. 상장 당일 시가총액이 100조원을 기록하기도 했지만 최근 쿠팡 주식은 공모가(35달러)마저 밑도는 상황이다. 지난 17일(현지시각) 주가는 종가 기준 29.72달러로 상장 첫날(49.25달러)대비 39% 가량 빠졌다. 지난 6월 물류센터 화재와 이로 인한 손실이 대폭 확대됐다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증권가에선 쿠팡이 높은 매출에도 불구 더딘 플랫폼 비즈니스 확장 때문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이안나
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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