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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디파이’가 전부는 아냐…안전성 내세운 ‘크립토 금융’이 필요한 이유

박현영

샌드뱅크 운영사 디에이그라운드의 이현명 대표./사진=박현영기자
샌드뱅크 운영사 디에이그라운드의 이현명 대표./사진=박현영기자

[디지털데일리 박현영기자] 가상자산 시장 규모가 커질수록 가상자산을 활용한 다양한 금융 서비스도 등장하고 있다.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동작하는 디파이(De-fi, 탈중앙화 금융)나, 거래소 또는 기업이 주도해 중앙화된 방식으로 운영하는 크립토 금융 서비스 등으로 분류된다.

중개자 없이 블록체인의 스마트컨트랙트만으로 동작하는 디파이는 그만큼 높은 이자율을 보장한다. 잘 알려진 디파이 서비스 중에서도 연 30~40%를 내세운 서비스들이 많다. 그러나 안정적으로 동작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스마트컨트랙트의 보안 취약점을 공격하는 해킹이 이미 수차례 발생했으며, 해킹으로 예치금을 탈취당한 사례도 여러 번 보고됐다.

때문에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선 이자율은 낮지만 안정적인 서비스를 이용하고자 하는 수요가 있다. 기업이 운영하는 크립토 금융 서비스를 이용함으로써 가상자산에 대한 이자를 얻고, 디파이의 리스크는 피하는 방식이다.

샌드뱅크 운영사 디에이그라운드의 이현명 대표는 “가상자산 투자자들마다 투자 성향이 다 다르다”며 “리스크에 노출되면서 수익을 높이는 방식보다 자산을 안전하게 보관하면서 일정 수익을 얻고 싶은 투자자들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런 투자자들을 타겟으로 하겠다는 포부다.

◆코인원 출신들이 모여 창업…왜 거래소 떠나 ‘크립토 금융’ 택했나

디에이그라운드는 ‘가상자산 재테크 서비스’를 표방하는 샌드뱅크의 운영사다. 국내 대형 거래소 중 하나인 코인원 출신들이 창업했다. 샌드뱅크는 가상자산을 예치하면 이자를 주는 크립토 금융 서비스다.

거래소를 퇴사하고 가상자산 예치 서비스를 만들게 된 계기에 대해 이 대표는 “코인원 입사 전 증권사에서 파생상품 개발을 담당했다”며 “금융 쪽을 접한 후 가상자산 거래소로 넘어오면서 가상자산 분야에서도 금융 서비스들이 많이 나올 것이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고객의 가상자산을 운용해 수익을 내고, 이자를 지급해야 하는 서비스의 특성 상 거래소에서 이를 개발하기는 쉽지 않았다. 거래소를 떠나 금융의 영역에 가상자산을 접목하기로 한 배경이다.

그렇게 탄생한 샌드뱅크는 고객이 비트코인(BTC), 이더리움(ETH), 테더(USDT) 등 가상자산을 예치하면 이를 운용해 이자를 지급한다. 30일 락업 상품 기준으로 테더는 10%,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5.5%의 이자율을 제공한다.

이 때 운용은 최대한 보수적으로,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방법으로 접근한다. 이 대표는 “24시간 돌아가는 알고리즘 거래 봇을 활용하고 있다”며 “수익적인 관점으로만 보면 좀 더 공격적인 투자 방법을 쓸 수 있지만 최대한 중장기적으로, 또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방법으로 운용 방식을 설계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방식으로 현재 샌드뱅크는 고객 1300여명, 예치 자산 규모 180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이 대표는 “앞으로 리플(XRP)을 비롯한 다른 가상자산을 추가로 지원해 고객 수를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디파이는 물론 다른 금융 서비스와도 경쟁…“UX‧낮은 리스크가 경쟁력”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것을 넘어, 앞으로 샌드뱅크는 범람하는 디파이 서비스들 속에서도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 물론 디파이는 크립토 금융 서비스에 비해 리스크가 크지만, 동시에 이자율도 높으므로 투자자들에겐 매력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했듯 샌드뱅크는 안정적인 서비스를 원하는 투자자를 타겟으로 하면서도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구성하고자 하는 투자자도 공략할 예정이다. 투자금 중 일부는 거래소 내 지갑 또는 디파이 서비스에 두고, 또 다른 일부는 샌드뱅크와 같은 크립토 금융 서비스에 예치할 수 있게끔 하겠다는 전략이다.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구성하는 투자자들은 대부분 비트코인에 장기적으로 투자하는 투자자들이다. 이 대표는 “샌드뱅크 앱을 처음 켜면 비트코인이 얼마가 될 때까지 기다리는지 묻는 질문이 나온다”며 “장기적으로 가격 상승을 믿는 투자자들은 매월 일정 금액씩 적립식으로 투자를 하기도 하고, 적은 리스크를 선호하는 편이다. 그런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4분기 내에 거래소나 메타마스크 같은 가상자산 지갑에 퍼져있는 자산들을 한 번에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라며 “1000만원 어치 가상자산이 있다면 그 중 300만원 정도는 샌드뱅크에 예치할 수 있게끔 투자자를 공략하겠다”고 밝혔다.

디파이만 경쟁자인 것은 아니다. 샌드뱅크처럼 기업이 중앙화된 방식으로 예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들도 늘고 있다. 최근에는 거래소들 역시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경쟁자가 늘어난 셈이다.

이 대표는 편리한 UX(사용자경험)와 리스크가 낮은 운용방식을 경쟁력으로 내세웠다. 그는 “샌드뱅크 모바일 앱을 4월에 출시했는데, 앱 기반 사용성에 만족하는 고객들이 많다”며 “자금을 예치해 이자를 얻는 게 메인 서비스이지만 사용자경험 자체가 불편하면 안된다는 생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샌드뱅크 이용화면.
샌드뱅크 이용화면.
◆규제 준수는? “가상자산사업자 아니더라도 모니터링”

안정적인 자산 운용방식이나 UX 등도 경쟁력이지만 규제 준수 역시 무시할 수 없다. 현재 국내에는 가상자산사업자를 규제하는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이 존재한다.

특금법 상 가상자산사업자는 거래소, 커스터디(보관)업자, 지갑서비스업자다. 엄밀하게는 샌드뱅크가 이에 해당할 가능성은 낮다.

이 대표는 “현재 샌드뱅크의 관리방식으로는 특금법 상 가상자산사업자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석했다”며 “다만 지갑 서비스와 제휴할 경우 지갑 사업자가 특금법 상 영업신고를 마친 가상자산사업자여야 해서, 영업신고 예정인 헥슬란트의 ‘옥텟’ 지갑 솔루션을 쓸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향후 금융당국이 가상자산 예치 서비스나 운용 서비스도 사업자로 볼 가능성은 존재한다. 특금법 상 영업신고 기한인 오는 24일까지 신고하는 것은 아니지만, 샌드뱅크는 추후 신고 가능성을 위해 ISMS(정보보호관리체계) 본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이 대표는 “금융당국의 해석이 달라질 가능성에 대비해 ISMS 인증을 신청하고 본심사를 앞두고 있다”며 “FIU(금융정보분석원)의 입장을 늘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답했다.

◆투자 포트폴리오 ‘필수’ 된 가상자산…샌드뱅크의 투자 조언은

그렇다면 ‘가상자산 재테크 서비스’를 표방하는 샌드뱅크가 추천하는 재테크 방식은 무엇일까. 월급만으로 생활하기 힘든 시대가 도래한 만큼, 투자 포트폴리오의 수익성을 어느 정도 유지하는 데에 집중하라는 게 이 대표의 조언이다. 수익성 유지를 위해선 가상자산도 포트폴리오에서 일정 비중을 차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단순히 위험도가 높은 ‘코인 투자’라고 생각하기 전에, 위험자산에 어느 정도는 투자해야만 포트폴리오의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월급을 받아 은행에만 넣어놓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세상이 왔기 때문에 주식이든 코인이든 위험자산에 투자해야 함은 자명한 일”이라며 “월급의 일부는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에 적립식으로 투자하는 것도 장기적 관점에서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가상자산 시장의 다음 ‘메타’는 STO(증권형토큰공개)로 전망했다. 가상자산 시장에는 유행, 대세 등을 뜻하는 메타가 늘 찾아온다. 요즘 메타가 NFT(Non-Fungible Token, 대체 불가능한 토큰)라면 다음 메타는 STO가 될 수 있다는 게 이 대표의 예측이다.

그는 “한 때 STO가 트렌드처럼 부각됐다가 규제의 벽을 넘지 못했다”며 “최근 각국 규제가 정립되어가고 있어 STO가 다시 한 번 유행을 시도해볼만 하다”고 말했다.

또한 STO 프로젝트들은 부동산 같은 실물자산을 토큰화하는 경우가 많다. 이 대표는 “최근에 NFT가 실물자산에 대한 소유권의 개념을 블록체인 기술로 풀어냈기 때문에, 이제는 STO도 트렌드가 될만한 기반이 생겼다”고 강조했다.

박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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