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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게임’ 뜰수록 韓통신사는 울고 넷플릭스만 웃는다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세계적 흥행을 이룬 K-콘텐츠 ‘오징어게임’이 국내 통신사들에 부메랑으로 날아왔다. 오징어게임 덕분에 폭증한 트래픽 비용을 통신사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됐기 때문이다. 현재 넷플릭스는 국내 인터넷제공사업자(ISP·통신사)에 망 사용료를 내지 않고 있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매년 넷플릭스가 국내 ISP에 발생시키는 트래픽은 급증하고 있다. 실제 SK브로드밴드의 경우 넷플릭스로 인한 트래픽이 2018년 5월 50Gbps에서 올해 9월 기준 1200Gbps로, 24배가 늘었다. 특히 최근 들어 폭발적으로 늘어난 트래픽에는 한국산 콘텐츠 오징어게임의 흥행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국내 통신사들은 시름이 깊다. 오징어게임으로 넷플릭스가 발생시키는 트래픽이 폭증하면서 트래픽 처리 비용도 상승하고 있어서다. 넷플릭스의 콘텐츠 장사가 잘 될수록 국내 ISP는 오히려 지속적으로 손실을 보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 망 구축의 경우 대규모 초기 투자와 망 유지 관리·확대 등에 상당한 비용이 투입된다. 이 때문에 SK브로드밴드 등 국내 ISP는 넷플릭스에 망 이용대가 지급을 요구하고 있지만, 넷플릭스는 이를 외면하는 실정이다. 실제 넷플릭스가 국내 ISP에 지급해야 할 망 사용료는 10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국내에는 망 사용료를 내지 않지만, 정작 해외에서는 지불한 사례가 있다. 넷플릭스가 미국 통신사 컴캐스트에 지급하는 ‘착신망 이용대가’는 사실상 국내 통신사가 요구하는 망 사용료와 동일한 개념이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넷플릭스는 이 외에 미국 버라이즌과 AT&T에도 망 사용료를 내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넷플릭스는 나홀로 잔치 분위기다. 정체된 구독자 수와 주가가 동반 상승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오징어 게임의 성공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의 가입자 성장을 거뒀다. 주가 또한 사상 최고치를 경신, 시가총액은 오징어게임이 공개된 지난달 초 2600억달러(약 320조원)에서 2주 만에 11조원이 더 늘었다.

하지만 국내에 돌아가는 이득은 별로 없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양정숙 의원(무소속)에 따르면 넷플릭스코리아는 지난해 3204억원을 미국 본사에 수수료 명목으로 지급했다. 한국에서 발생한 매출의 77%를 본사에 이전하면서 영업이익률을 2.1%로 낮추는 식으로 세금을 회피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가 지금처럼 인터넷 망을 이용해 수익만 가져가고 비용은 치르지 않는 행위를 계속한다면 궁극적으로 트래픽 증가에 따른 비용 부담을 모든 ISP들과 일반 이용자들에게까지 전가시키는 꼴이 될 것”이라며 “글로벌 CP(콘텐츠제공사업자)가 정당한 대가를 내도록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하영
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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