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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발→불기소→고발→무혐의, ‘로톡VS변협’ 갈등 일지

최민지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 무혐의 처분에도, 법률 플랫폼 ‘로톡’과 대한변호사협회 갈등은 풀리지 않고 있다. 2015년부터 시작된 양측 갈등구도가 풀리지 않은 채 현재까지 이어지면서, 국내 리걸테크(legal tech) 산업도 제동이 걸렸다.

로톡은 법률서비스 플랫폼으로, 의뢰인이 자신의 상황에 맞는 사례와 변호사를 찾아 상담받을 수 있는 웹‧모바일 기반 서비스다. 플랫폼 시대에 발맞춰 이용자가 편리하게 인터넷 서비스를 활용해 법률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창구가 생긴 셈이다.

하지만, 대한변호사협회(이하 변협)은 이를 변호사법을 위반한 불법 서비스라고 규정했고, 고발과 함께 로톡에 가입한 변호사 징계절차에 착수했다. 변호사법에 따르면 변호사가 아닌 자와 동업하는 행위, 사전에 이익을 취하고 변호사를 소개‧알선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와 관련 로앤컴퍼니는 “법무부, 중소벤처기업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은 물론 검찰, 경찰 등 수사기관으로부터 수차례 합법 서비스라고 인정받았다”고 호소했다.

◆연이은 고발→불기소 처분, 로톡 금지 개정안 통과=양측은 한치의 물러섬 없이 대립하고 있다. 시작은 2015년부터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2015년 3월 로톡을 운영하는 로앤컴퍼니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혐의없음’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이에 이듬해 대한변호사협회는 로앤컴퍼니를 포함한 변호사소개사이트 4곳을 또다시 고발했다. 이 또한 ‘혐의없음’으로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그럼에도, 직역수호변호사단은 지난해 로톡을 형사 고발했다.

연이은 불기소 처분에도 변협은 물러서지 않았고, 올해부터 본격적인 대응 태세를 취했다. 지난 5월 변협은 이사회를 통해 ‘변호사업무광고규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된 규정 제5조(광고방법 등에 관한 제한) 2항에서는 금지되는 광고방법이 명시돼 있다.

변호사 또는 소비자로부터 금전‧기타 경제적 대가를 받고 법률상담 또는 사건 등을 소개‧알선‧유인하기 위해 변호사 등과 소비자를 연결하고 변호사 등을 광고‧홍보‧소개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즉, 로톡과 같은 법률서비스 중개사이트 이용을 사실상 금지했다.

이에 로앤컴퍼니는 “시대에 역행하고 국민의 알 권리를 중대하게 침해했다”고 반박했고, 변협은 네이버와 유튜브 등에서 광고는 자유롭게 허용하고 있다고 맞받아쳤다. 그러나 코리아스타트업포럼까지 나서 합리적으로 법률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시민 권리를 침해했다고 힘을 보탰다.

◆변협 “변호사들, 로톡에서 탈퇴하라”…법무부 “로톡, 합법 플랫폼”=변협은 이에 굴하지 않고 로톡을 밀어붙였다. 지난 5월27일 서울지방변호사회는 회원 변호사 대상으로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을 안내하며, 8월4일까지 로톡에 탈퇴하라고 권고했다. 여기에 더해 변협은 같은 달 31일 로톡 등 법률 플랫폼을 이용하는 변호사를 징계할 수 있는 ‘변호사 윤리장전 개정안’을 대의원 총회에서 통과시켰다.

같은날 로앤컴퍼니는 “특정 기업 죽이기”라고 판단, 60여명 변호사를 공동청구인단으로 구성해 헌법소원 심판 청구서를 접수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지난 6월 ‘청년 스타트업 활성화를 위한 지식재산 창업 콘퍼런스’에서 “국민은 입소문에 의지하거나 법조타운 내 사무실들을 돌아다녀야 했다. 로톡은 새로운 혁신스타트업”이라며 “소비자 선택권 문제며, 신진 변호사에겐 영업의 자유다. 이런 사업을 변협이 무력화하겠다는 것을 동의하기 어렵다”고 발언했다. 이어 법무부는 대한변협 총회 결의에 대한 위법성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지난달에도 박 장관은 재차 로톡을 합법 플랫폼이라고 정의하며, 변협이 변호사 징계 행위를 실제로 시작하면 감독권을 행사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변협은 로톡서 탈퇴하지 않은 변호사 201명을 대상으로 징계절차에 돌입했다.

◆로톡, 공정위 무혐의 처분=이러한 가운데 로톡은 공정위에서도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변협은 지난 8월 로톡이 회원 변호사 숫자를 부풀리고, 소비자를 오인케 하는 광고를 했다고 공정위에 고발했다.

로톡 가입자 변호사 숫자는 1400명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공정위 조사 결과 지난 7월 기준 3000명으로 조사됐다. 또, 거짓·과장 또는 기만적인 방법을 사용해 소비자를 유인·거래했거나 그와 같은 표시·광고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청년변호사 단체 한국법조인협회는 공정위원장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아울러, 공정위는 로톡이 변협을 신고한 건에 대해서도 계속 조사 중이다. 변협이 법률 플랫폼에 가입한 변호사를 징계할 수 있도록 개정한 규정의 경우, 공정거래법과 표시광고법 등을 위반했다는 지적이다. 조만간 결론이 나올 예정이다. 헌법재판소 위헌 결정도 남아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변협이 새로운 플랫폼 시대 이용자 요구와 편의에 대응하는 대신, 신규 서비스에 기득권을 뺏기지 않기 위한 모습으로 비춰진다고 비판하고 있다. 리컬테크 산업에서 한국만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미 일본에서는 상세한 지침을 만들어 합법적 법률 플랫폼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했고, 미국 유타주는 2년간 변호사와 비변호사 간 동업을 허용한 바 있다.
최민지
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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