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 장기화…혼자 웃는 테슬라, 왜? [IT클로즈업]

김도현
- 자체 OS 기반 ‘테슬라 생태계’ 구축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반도체 부족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다. 1년 가까이 이어지는 가운데 내년도 해소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타격이 가장 큰 건 시발점이었던 자동차 업계다. 여전히 신차 계약 이후 출고까지 수개월에서 1년 이상 걸릴 정도다.

완성차업체 실적에서 상황의 심각성이 나타난다.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등 글로벌 기업이 나란히 부진했다. GM은 지난 3분기 순이익 24억달러(약 2조8200억원)로 전년동기대비 25% 하락했다. 이 기간 GM의 자동차 생산량은 42만3000대로 작년 3분기와 비교해 절반 이상으로 줄었다. 포드 역시 순이익 18억달러(약 2조1200억원)로 전년동기대비 25% 감소했다. 그나마 선방하던 현대차도 영업이익이 증권가 예상치(컨센서스)를 밑돌았다.

반면 전기차 1위 테슬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3분기 순이익이 16억2000만달러(약 1조9000억원)로 전년동기대비 5배 늘었다.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면서 전 세계적인 반도체 공급난 영향권에서 벗어난 셈이다.

시장 확대 중인 전기차 선두주자라는 이유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배터리 제조사 등 실적에서 반도체 여파가 확인됐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테슬라는 왜 혼자 웃을 수 있었을까.

가장 큰 요인으로 자체 운영체제(OS)가 있다. 테슬라는 애플과 유사한 길을 걷고 있다. 애플의 경우 아이폰 아이패드 맥북 등 하드웨어(HW)를 잇는 iOS 중심으로 ‘애플 생태계’를 만들었다. 이는 구독 경제로 확장했다.

테슬라는 원격으로 차량 소프트웨어(SW)를 업그레이드하는 등 강력한 OS 체계를 구축했다. 관련 칩도 직접 설계하고 자율주행 플랫폼도 만든다. 테슬라 대표 전기차 ‘모델3’는 10개 미만 전자제어유닛(ECU)이 대부분 기능을 수행한다. 경쟁사가 수십 개 ECU가 필요한 것과 대비된다. 테슬라는 OS 고도화로 필요한 반도체 개수를 줄인 것이다.

여기서 파생되는 또 다른 강점은 반도체 유연성이다. OS가 많은 역할을 담당하는 만큼 칩 하나하나가 책임지는 기능이 상대적으로 적다. 광범위한 중앙통제가 가능한 덕분이다. 따라서 테슬라 전용 칩이 아닌 범용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등을 사용하더라도 전기차 운영에 큰 무리가 없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는 자체 칩을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업체에 맡기는 데 그치지 않고 설계 분야에서도 협업한다. 이런 식으로 교류하고 대량 주문이 이뤄진다면 테슬라를 우선 순위에 둘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쟁사 대비 반도체 수급이 원활해진다는 의미다.

테슬라는 최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회사의 공급망, 엔지니어, 생산 담당 팀들이 독창성과 민첩성, 유연함을 갖고 글로벌 도전 과제에 대처했다”고 밝혔다.
김도현
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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