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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FT×국내 게임사⑤] 엔씨소프트 “NFT와 리니지, 찰떡궁합”

왕진화
최근 국내 게임사들이 대체불가능한 토큰(Non-Fungible Token, NFT)을 도입한 블록체인 기반 게임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습니다. 토큰 1개의 가격이 일정한 일반 가상자산과 달리, NFT는 토큰마다 고유 가치를 지니는 것을 말합니다. 게임 아이템, 디지털 예술품 등 희소성이 중요한 분야에 NFT가 활발히 도입되는 가운데, 국내 게임사들의 블록체인 게임 사업 전략이 글로벌 게임 산업 판도를 바꿀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편집자 주>

[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엔씨소프트(이하 엔씨)는 지난 11일 ‘NFT 파워’로 함박웃음을 지었다. 60만원대였던 주가가 이날 오전 한 순간에 상한가로 치고 올라갔기 때문이다.

3분기 실적 발표 중 홍원준 엔씨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대체불가토큰(NFT) 시장 진입 가능성을 언급했다. NFT가 나온 순간, 신작 ‘리니지W’ 흥행 덕분에 조금씩 오르고 있었던 주가는 물 만난 물고기처럼 급등했다. 물론 그 다음날 주가는 9.03% 급락하긴 했지만, 60만원대에서 좀처럼 오르지 못하던 엔씨 주가를 70만원대로 안착시켜준 NFT 파워는 대단했다.

엔씨는 NFT를 도입한 블록체인 게임을 내년께 선보인다. NFT가 게임에 잘 접목되기 위해서는 게임 내 경제 시스템에 대한 관리, 이해의 경험, 지식, 기술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NFT 도입을 위해 자체 토큰 발행 준비도 어느 정도 완료시켜둔 상황이다.

신작 라인업을 제외한 블록체인 기술이 도입될 후보 게임 지식재산(IP)으로는 리니지가 유력하다. 홍원준 엔씨 CFO가 ‘리니지’라는 단어를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엔씨 대표 IP인 만큼 NFT 도입을 유추할 수 있다. 이와 관련 홍원준 CFO는 “MMORPG가 NFT에 가장 적합한 장르라고 믿고 있다”며 “어느 게임에 적용할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 것 같아 이걸로 답변을 갈음하겠다”고 발언한 바 있다.

엔씨는 플레이투언(Play to Earn, 이하 P2E) 특성상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장르가 가장 부합하다고 봤다. 엔씨 안팎에서는 회사 특기를 해당 장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특히 엔씨는 블록체인 게임 관련 트렌드를 의식해 P2E나 NFT를 언급하는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내부에서 이미 가장 경쟁력 있게 서비스할 수 있다는 확신으로 준비를 차근차근 해왔다는 입장이다. 사업적 측면과 기술적 측면은 이미 고려됐으며, 가장 중요한 법률적인 측면을 검토 중인 단계다.

엔씨는 P2E를 PC 및 모바일 게임을 연동하는 크로스 플랫폼으로도 지원할 예정이다. 바로 엔씨가 서비스 중인 크로스 플레이 서비스 ‘퍼플’을 통해서다. 퍼플은 현재 PC와 모바일 간 크로스 플레이를 지원하며, 스트리밍을 가능하게 하는 ‘퍼플온(ON)’, 채팅이 가능한 ‘퍼플토크(Talk)’ 등을 글로벌 40여개국에서 선보이고 있다.

엔씨는 퍼플을 글로벌 시장에서 NFT와 블록체인을 결합한 글로벌 게임·커뮤니티 플랫폼으로 진화시키는 것을 중장기 전략으로 삼고 있다. 새로운 이용자와 비즈니스 모델을 실현하기 위해, 인수합병(M&A)에 소극적이었던 태도를 바꾸기로 했다. 현재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은 2조2000억원으로, 이를 통해 파트너로 일할 수 있는 기업 물색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홍 CFO는 “규제로 인해 다른 회사도 해외 출시로 시작하고 있다”며 “신작 라인업에 있는 신규 IP에는 NFT를 접목시키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니지W 혈맹 이미지.
리니지W 혈맹 이미지.
증권가도 이같은 소식에 엔씨에 대한 시선이 달라졌다. 신작 ‘리니지W’ 흥행으로도 이용자 및 투자자 마음을 돌리기엔 뭔가 2% 아쉬웠던 엔씨였지만, NFT를 선언하자 이 자체를 높게 판단하게 됐다.

김소혜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P2E의 태생은 리니지라고 판단한다”며 “즉, 게임 내에서 획득한 자산의 가치를 이용자에게 현실로 체감하게 해준 최초 게임은 리니지만한게 없다”고 분석했다.

이어 “결국 엔씨는 NFT 도입으로 아이템매니아, 아이템베이 같은 게임 자산 거래소를 자체적으로 운영하게 될 것으로 예상하는데, 이 거래 트래픽은 엔씨가 압도적으로 높을 수밖에 없다“며 ”NFT가 도입되면 이용자 입장에서 캐릭터·아이템을 거래할 때 소유권이 보장된다. 캐릭터 판매 후 회수하는 사기 리스크를 없애주기 때문에 현질 빈도와 규모가 더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성종화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MMORPG 장르는 게임 내 가상 세계에서 경제시스템이 구동된다는 점에서 초보적인 메타버스 형태를 띄고 있다. 아이템 획득과 유통이 게임 주요 재미라는 점에서 NFT 기반 P2E 게임을 적용하기에 매우 적합한 장르”라며 “아이온2, 프로젝트TL 등도 글로벌 원빌드 출시와 함께 NFT 게임으로 출시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한다“고 전했다.

한편, 메타버스 개념을 활용한 콘텐츠는 2023년경 준비될 예정이다. 메타버스는 엔씨가 결국 가야할 길이기 때문이다. 엔씨는 메타버스 내 창의성과 이용자 지속성을 중요하게 보고 있다. 그러나 NFT나 P2E처럼 기술적 검토가 완료되진 않았기에 이번 컨퍼런스콜에서의 언급은 미뤄졌다.

홍원준 엔씨 CFO는 “메타버스는 광의의 개념이기 때문에 NFT나 P2E에 비해 당장 내년에 보여줄 상황은 아니다”라며 “자회사 유니버스 서비스로 메타버스 산업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인 유니버스는 이용자 해외 비중이 높고, 하드코어 게임 이용자가 아닌 여성이 대부분이다. 이에 따라 엔씨는 유니버스를 메타버스 출발점으로 보며, 게임을 연동시키는 게 완결일 것이라 판단하고 있다.
왕진화
wjh9080@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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