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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어벤저스] ‘오토드로잉’으로 가는 길…스토리만 있으면 누구나 웹툰작가

최민지
국민 포털로 출발한 네이버가 다양한 플랫폼과 서비스들로 영역을 대폭 확장하고 있다. 이용자 경험을 위한 체질 개선뿐만 아니라, 중소상공인(SME) 및 창작자들과 이용자들을 연결해 디지털 비즈니스 시너지를 도모하는 데 골몰하는 모습이다. 이용자가 보는 앞단의 변화가 이 정도라면, 개발 뒷단에선 보다 과감하고 치열한 고민이 필요하다. 이에 디지털데일리는 네이버를 움직이는 기술 리더들을 마블 캐릭터에 빗대 ‘네이버 어벤저스’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들의 연속 인터뷰를 통해 국내 최대 인터넷 기업의 속 깊은 고민과 핵심 경쟁력의 원천을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웹툰이 한국을 넘어 전세계 문화로 자리잡은 가운데, 네이버가 누구나 웹툰작가가 될 수 있는 길을 열고 있다. 훌륭한 스토리와 아이디어만 있으면, 그림을 그리는 것을 주저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도래했다. 창작 세계에 입문할 수 있는 장벽을 낮춘 것이다. 이를 통해 네이버는 더 많은 원천 지적재산(IP)을 확보하겠다는 복안이다. 자동채색 서비스 ‘웹툰AI페인터’가 포문을 열었다.

앞서, 김준구 네이버웹툰 대표는 지난 8월 ‘네이버밋업’ 행사를 통해 세계 최대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 인수를 통해 글로벌 ‘스토리 테크’ 플랫폼으로 도약한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오토 드로잉(자동 그리기)’을 언급했다. 웹툰 창작 허들이 낮아질수록 다양한 작품이 등장해 이른바 대작이 탄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와 관련 김 대표는 “스토리텔링 플랫폼에 더 많은 크리에이터가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누구나 이미지형 콘텐츠를 만들 수 있도록 AI 기반 오토 드로잉 등 다양한 제작 도구를 준비하고 있다”고 발언했다.

이렇게 등장한 웹툰AI페인터는 베타테스트 버전임에도 호평을 받으며 공개 1주일만에 30만건 이상 작품에 색을 입혔다.<[네이버 어벤저스] “웹툰AI페인터, 공개 1주일만에 30만 작품 쏟아져” 이전 기사 참조> 네이버는 더 많은 사용자 의견을 듣고 다양한 기능을 담은 공식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도 정조준한다. 이에 <디지털데일리>는 웹툰AI페인터 주역, 네이버 개발진 W 인공지능 크리에이션(AI creation) 서충현 리더, 김도현 연구원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서충현 리더는 “네이버는 오토 드로잉이라는 큰 목표를 갖고 있다. 자동채색은 그 로드맵의 첫 발을 내딛은 것”이라며 “누구나 웹툰 작가에 도전할 수 있는 길을 열겠다”고 밝혔다.

◆몇 초만에 채색 끝, 음영까지 정교한 표현=
웹툰AI페인터는 스케치 맥락에 맞게 자연스러운 채색을 돕는다. 이를 통해 웹툰 작가들이 채색에 들어가는 노력과 시간을 줄여 효율성을 높인다.

김도현 연구원은 “웹툰작가는 채색을 통해 풍부한 표현을 하는데, 채색에는 많은 작업량이 따른다. 이에 색을 넣기를 포기하는 분들도 있는데, 웹툰AI페인터를 통해 채색 진입장벽을 낮추고 선택지를 넓힐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충현 리더는 “아마추어 작가들 커뮤니티에서 2~3시간 걸리던 채색 작업이 몇 분만에 끝났다는 반응도 나온다. 같은 시간 대비 더 좋은 결과물을 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 리더는 인터뷰 중 웹툰AI페인터 시연을 진행했다. 웹툰AI페인터 홈페이지에 접속해 샘플 스케치에 색을 입혀봤다. 색을 선택하고 원하는 곳에 클릭하면 필요한 영역을 구분해 자동으로 색이 더해졌다. 몇 번의 터치만으로 음영까지 정교하게 표현했다. 초등학생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을 정도로 사용성도 편리했다.

이는 네이버웹툰이 3년 동안 개발·연구한 기술들의 산물이다. 딥러닝 기술로는 약 30만장 데이터셋을 활용해, 인물의 얼굴이나 신체‧배경 등 이미지 속 각 영역에 대한 특징 및 다양한 채색 스타일을 학습시켰다.
왼쪽부터 서충현 리더, 김도현 연구원.
왼쪽부터 서충현 리더, 김도현 연구원.

◆모바일‧PC, 포토샵까지 호환…아이디어 놓치지 마세요=
웹툰AI페인터는 PC뿐 아니라 모바일에서도 동작한다. 잠들기 직전 채색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스마트폰에서 간단하게 작업해도 좋다. 더군다나, 포토샵에서 이용하는 PSD 파일을 지원하기 때문에 다음날 웹툰작가들이 주로 이용하는 포토샵 프로그램에서 정교한 작업을 이어 진행할 수 있다.

서 리더는 “웹툰AI페인터는 작가 워크플로우 내 편리한 기술로 녹아들 수 있다. 포토샵 등 기존 프로그램과 병행해 쓸 수 있도록, PSD 파일 지원으로 연결단위를 만들었다”며 “아마추어뿐 아니라 누구나 쓸 수 있게 사용성을 간편하게 했다. 그랬더니, 이용자들이 개발진에서 예상치 못한 가이드를 만들어 콘텐츠를 제작하는 모습까지 보여줬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네이버는 배경을 자동 생성하고 얼굴을 캐릭터로 변환하는 연구를 실시하고 있다. 이 또한 AI 기술로 창작에 투입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다.

김 연구원은 “웹툰 작가들은 실제 사진을 기반으로 웹툰화하는 작업을 많이 한다”며 “숲 속이나 하늘, 건물 배경을 대충 쓱쓱 그려도 자동으로 웹툰화할 수 있도록 구현하려고 한다. 인물 사진을 찍으면 웹툰 캐릭터로 변환하는 기술도 있다”고 말했다. 또, “베타테스트인 만큼, 사용자 의견과 반응이 곧 방향성이다. 사용자와 함께 만드는 서비스”라고 전했다.

그는 “혹자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필요 없어지지 않겠냐고 말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며 “개성 있고 매력 있는 작품으로 가는 과정을 단축시킬 뿐, 아이디어는 어떤 시대에서도 꼭 필요하다”고 말을 보탰다.
최민지
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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