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대선을 앞두고 소상공인 표를 가져가기 위해 플랫폼을 악으로 규정했다.”
온라인 플랫폼 규제 방안을 담은 ‘온플법’ 수정안을 놓고 한 플랫폼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플랫폼 국감’으로 불린 지난 국정감사부터 온플법까지 이어지는 전방위적 압박이 도를 넘었다는 하소연이다.
지난 22일 공정거래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는 ‘온라인플랫폼법 설명자료’를 국회 제출했다. 양 부처는 협의를 통해 공정위 소관 ‘플랫폼 공정화법’에서 매출액 1000억원 또는 중개거래금액 1조원 이상에 해당하는 사업자를 규제 대상으로 삼기로 수정했다. 해외 플랫폼 사업자도 규제 대상으로 적용된다. 네이버, 카카오, 구글 등 20여곳이 직격타를 맞을 예정이다.
유럽과 일본 등에서 빅테크 플랫폼을 견제하기 위해 내놓은 규제를 한국이 벤치마킹한 결과물로 해석할 수 있다. 유럽 규제 적용 대상은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 ‘GAFA’ 중심이며 일본의 경우, 여기에서 락쿠텐 정도가 추가된다. 한국은 유럽과 일본보다 4~5배 많은 기업을 규제 대상으로 삼은 것이다.
플랫폼 업계는 이번 온플법을 ‘대선을 위한, 선거를 위한 법안’으로 바라보고 있다. 소상공인 표심을 얻겠다는 이유도 있지만, 공정위와 방통위에 이어 과기정통부까지 온플법에 탑승해 다음 대선을 앞두고 플랫폼 규제 권한을 나눠가져간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까지 나온다.
시기도 빠르다. 지난해 6월 정부가 방향성을 발표하긴 했지만, ‘플랫폼 공정화법’이 발의된 시점은 올해 1월이다.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플랫폼 산업 발전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법안이 1년도 안 돼 국회 통과를 앞두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정책위는 다음달 완료되는 정기국회 내 온플법을 처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과방위와 정무위 법안소위도 이번주 열린다.
플랫폼 업계는 밀어붙이기식 법안 통과라고 우려하고 있다. 유럽조차 몇 년간 시장 상황을 분석하며 논의 끝에 규제안을 내놓았는데, 한국은 사업자 의견조차 제대로 수렴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업계에서 독소조항으로 꼽은 필수 기재 포함 계약서 교부 및 사전통지 내용도 유지됐으며, 중복‧과잉 규제‧역차별 문제도 남았다.
지금은 플랫폼 산업을 키워 미래 국가 먹거리를 만들어야 할 시기다. 플랫폼은 국내에선 소상공인 판매 활로를 넓히고, 해외에선 콘텐츠 수출 역할을 해낼 수 있다. 물론, 급성장한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정확한 정의와 이용자 보호 방안, 최소한의 규제는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이해관계자와 충분한 의견 수렴 뿐 아니라, 국내 실정에 알맞은 심도 깊은 시장 분석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대로라면, 자생에 성공한 경쟁력 있는 플랫폼 몇 개를 제외하고는 해외에 매각하는 게 낫다는 분위기가 형성될 지도 모른다. 제2의 네이버와 카카오는 없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