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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S홈쇼핑 알짜 사업만 ‘쏙’ 빼간 하림지주

이안나

- 엔에스쇼핑, 하림지주와 지난 19일 포괄적 주식교환 후 완전자회사 편입
- 10년 전에도 선진·팜스코 등 농수산홈쇼핑 계열사 그룹사 자회사로 이동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NS홈쇼핑을 운영하는 엔에스쇼핑이 내년 3월22일 비상장회사가 된다. 하림지주가 엔에스쇼핑 발행주식 전부를 하림지주 주식과 교환해 완전자회사로 편입 결정했기 때문이다. 명목상으로는 NS홈쇼핑 본연의 사업에 집중시키기 위해서라지만 그동안 NS홈쇼핑이 투자했던 과실을 하림지주가 모두 가져간 것과 다름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23일 NS홈쇼핑에 따르면 회사 측은 지난 19일 이사회를 통해 하림지주와 포괄적 주식교환 안건을 의결했다. 하림지주는 신주를 발행해 엔에스쇼핑 주주들(엔에스쇼핑 자기주식·하림지주 소유 주식 제외)에게 1대 1.41347204 비율로 주식 교부하는 포괄적 주식교환을 추진한다.

포괄적 주식교환이 이뤄지면 엔에스쇼핑은 하림지주 100% 자회사가 되고 상장 폐지된다. 엔에스쇼핑은 향후 가칭 엔에스홀딩스(투자법인)와 엔에스쇼핑(사업법인)을 사업 분할한다. 엔에스쇼핑(사업법인)은 현재 홈쇼핑사업에 주력한다. 엔에스홀딩스(투자법인)는 기존 보유하던 자회사들을 하림지주 산하로 편입시킨다.

이 과정에서 하림그룹 내 중간 지주사는 사라진다. 또 하림지주 손자회사들이 자회사로 바뀌면서 지배구조도 한층 간결해진다. 하지만 엔에스쇼핑의 경우 자산 대부분이 하림지주 자회사가 되면서 몸집이 대폭 축소된다. 업계에선 하림지주가 엔에스쇼핑을 ‘사금고’로 이용하고 결실만 모두 가져간다는 지적이 나온다.

엔에스쇼핑은 하림산업·글라이드·엔바이콘 등 총 7개 자회사를 갖고 있다. 그간 엔에스쇼핑은 홈쇼핑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주주환원보다는 비관련 사업 다각화에 사용해왔다. 자회사를 제외한 홈쇼핑 사업만 놓고 보면 지속 흑자를 유지했지만 자회사 투자를 위해 출자를 지속해 엔에스쇼핑 재무구조는 위기에 직면했다. 지난 3분기 기준 엔에스쇼핑은 연결기준 누적 영업손익과 당기순손익 모두 전년동기대비 적자전환했다.

특히 엔에스쇼핑은 100% 자회사 하림산업의 양재 첨단물류센터 조성을 위해 이제까지 6500억원 가량 자금을 지원했다. 첨단물류센터 사업은 지난 5년간 서울시와 갈등을 빚으며 진행 속도가 지지부진했지만 지난 8월 감사원이 엔에스쇼핑 손을 들어주면서 속도가 붙었다. 이 사업은 양재동 부지 가치만 매입 당시 대비 2배 이상 상승해 ‘알짜’ 사업으로도 꼽힌다. 차익만 하더라도 4600억원을 상회할 것으로 평가된다.

하림지주는 “도시첨단물류단지 조성사업을 하림그룹 최상위 지주회사인 하림지주가 나서 그룹 역량을 집중할 수 있게 돼 사업추진에 가속도가 붙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하림지주는 큰 이익을 낼 수 있게 된 하림지주와 달리 엔에스쇼핑은 그간 투자한 결과물들을 그대로 지주사에 넘겨줘 허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엔에스쇼핑의 지주를 위한 희생은 과거에도 있었다. 지난 2007~2008년 하림그룹 자회사였던 엔에스쇼핑(당시 농수산홈쇼핑)은 축산식품기업 선진과 팜스코 등을 인수하거나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하림그룹은 2011년 방송통신위원회에 엔에스쇼핑 법인분할 승인을 받고 2012년 3개 지주회사 중 2개 지주회사(제일홀딩스·농수산홀딩스)를 합병시켰다. 당시에도 지배구조를 단순화시킨다는 목적이었다. 자연스럽게 농수산홈쇼핑 계열사였던 선진지주·선진·팜스코 등 10여개 회사는 지주회사(제일홀딩스) 증손회사에서 지주회사(제일홀딩스+농수산홀딩스 합병법인) 자회사로 넘어갔다. 엔에스쇼핑은 두 번이나 알짜배기 사업들을 투자해 지주사에 넘겨준 꼴이 됐다.

업계 관계자는 “하림지주 지배구조 개편은 NS홈쇼핑이 원래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서라지만 진짜 홈쇼핑 성장을 위한다면 양재 부지사업권은 그대로 남겨놓는 게 이상적이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계열사 수익을 활용해 그룹을 키우는 것 자체를 비난 할 수는 없지만 결국 홈쇼핑은 방송이라는 공적 자원을 활용해 수익활동을 한 것인데 사기업 성장을 지원하는 목적으로 쓰인다는 점은 생각할 거리”라고 말했다.
이안나
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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