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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 인사이트] ‘금융 마이데이터’ 시대 개막…나도 부자가 될 수 있을까

박기록
[디지털데일리 박기록 논설실장] 어느덧 20년 전이다. 2001년말, ‘여러분, 여러분 모두 부~자 되세요’ 라는 한 신용카드회사의 TV 광고가 국민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 해 8월, IMF 체제를 졸업하기는 했지만 시장의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시점, 그 카피는 국민들 가슴에 색다르게 꽂혔다. 누구에게는 덕담이었고, 또 누구에게는 다시 딛고 일어서라는 위로와 용기가 됐다.

물론 어떻게해야 부자가 될 수 있는지 알려주지는 않았다. 그건 각자가 알아서 할 몫이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국민들은 소비를 하더라도 다양한 할인혜택이 주어지는 실용적인 소비를 중시하기 시작했다. 소비자들이 점점 똑똑해진 것이다.
사진 2001년(좌)과 2021년(우)의 비씨카드 광고. 20년의 간극이지만 '부~자되세요'라는 담론은 여전하다.
사진 2001년(좌)과 2021년(우)의 비씨카드 광고. 20년의 간극이지만 '부~자되세요'라는 담론은 여전하다.

이처럼 사회 전반적으로 경제‧금융 관념이 업그레이드된 것은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뒤에 숨어있는 IT 인프라의 힘을 빼놓을 수 없다. 첨단 지급결제시스템과 신속한 대용량 DB 처리,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고품질의 개인화 서비스가 계속 진화된 덕분이다.

이를 통해 은행, 증권, 카드, 보험 등 업종을 넘나드는 다양한 금융 결합 상품과 편의성 높은 모빌리티의 확보, 또 유통, 배달앱 등 이종 산업과의 활발한 서비스 연계가 가능했다.
그리고 2021년 12월, 어쩌면 기존 금융서비스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또 하나의 역사적 혁신이 시작됐다. 지난 1일부터 시작된 ‘금융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그것이다.

'마이데이터(mydata)'는 국민이 자신의 선택에 따라 기관별, 사업자별, 분야별로 흩어져있는 자신의 정보를 한 곳에 모으거나, 원하는 곳에 자유롭게 전송을 보장하는 소비자의 주권이다. 물론 금융 마이데이터 자체는 직접적으로 돈이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 마이데이터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면 금리, 자산설계 과정에서 금융 생활 비용을 크게 아낄 수 있다.

본격적인 상용서비스는 내년 1월부터지만 주요 은행들은 시범서비스에 들어간 이달 초 부터 마이데이터 기반의 자산관리서비스를 경쟁적으로 내놓기 시작했다.

금융권의 입장에서도 ‘금융 마이데이터’는 금융종합플랫폼 서비스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자사 금융플랫폼으로 고객을 유치하지 못하면 결국 고객을 잃게되는 엄혹한 제로섬(Zero-sum) 게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금융 마이데이터’, 왜 중요한가

그동안 금융소비자는 자신의 가치(신용도)를 정당하게 평가받지 못했다. 거래 실적과 같은 객관적인 데이터가 없으면 ‘은행 문턱’을 넘기가 힘들었고, 대출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억울하게 높은 금리를 감수해야했다.

그러나 ‘금융 마이데이터’ 시대에는 이같은 일방향적인 관행이 쌍방향으로 바뀐다. 금융 마이데이터 활용에 동의하면, 금융회사는 이곳 저곳에 흩어져 있는 고객의 데이터를 최대한 취합해 보다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평가 기준을 제시한다. 또한 금융회사들은 마이데이터를 활용해 다양한 금융상품을 활용한 내집마련, 최적의 보험료 산출, 연금 등 노후 설계에 이르기까지 이전보다는 훨씬 정밀한 자산 설계 서비스의 제공이 가능해진다.

금융 소비자도 ‘금융 마이데이터’를 활용해, 거래 금융회사에 자신의 가치를 정당하게 어필할 수 있다. 이전보다는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고, 맘에 안들면 언제든지 자신의 가치를 정당하게 평가해주는 다른 금융사의 플랫폼으로 옮겨갈 수 있다.

◆#사례 - KB국민은행이 선보인 ‘마이데이터’ 서비스… 혁신의 출발

KB국민은행이 지난 1일부터 시작한 'KB마이데이터' 시범 서비스는 이러한 금융 마이데이터가 가지는 지향성이 잘 드러나 있다.

앞서 국민은행은 지난 10월27일, 종합금융플랫품 경쟁력 확보를 위해 ‘초개인화’서비스와 자산관리기능을 크게 개선한 ‘KB스타뱅킹’을 새롭게 선보인 바 있는데, 이번 금융 마이데이터 기능을 추가했다. 특히 '초개인화' 서비스가 더욱 세밀해지고 강화된 것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KB스타뱅킹'의 성능 업그레이드를 통해 궁극적으로 ‘KB금융그룹 종합금융플랫폼’ 서비스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게 국민은행의 전략이다.
국민은행이 KB스타뱅킹을 통해 제시한 '자산관리서비스' 자료 화면
국민은행이 KB스타뱅킹을 통해 제시한 '자산관리서비스' 자료 화면

구체적으로보면, 이번 KB마이데이터와 관련 국민은행은 ▲내게 맞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자산관리 서비스’ ▲소비패턴 분석 진단을 통한 더 나은 소비생활을 제안하는 ‘지출관리 서비스’ ▲더 나아지는 나만의 금융 습관 메이커, Better Me ‘목표챌린지’▲다양한 실물자산부터 신용관리를 더 쉽게 관리하는 ‘금융플러스’ ▲집단지성 활용 자산관리 서비스 ‘머니크루’ ▲목표 달성을 지원하는 자산관리 시뮬레이션 서비스 ‘이프유’ 등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My금고’서비스의 경우, 실물자산부터 부동산·자동차 및 신용관리까지 더 쉽게 관리할 수 있도록 제안한다. 부동산 이외에 금, 자동차 등 실물 자산까지 금융서비스 범위에 확대시켰는데, 기존보다 금융의 영역이 크게 넓어진 느낌이다.

‘머니크루’ 서비스는 자산 고수들의 금융생활을 구경할 수 있는 서비스로, 관심이 가는 머니크루를 팔로우하고 벤치마킹해 자신의 금융생활과 비교할 수 있다. 자산규모, 지역, 연령대, 직업 등 필터를 사용해 피어(Peer)그룹 탐색이 가능하다. ‘이프유’는 고객이 내 집을 마련할 나의 총자산과 비교해 과연 대출이 필요한지, 부족한 대출을 얼마나 받을 수 있는지, 또 최적화된 대출상품이 무엇인지 시뮬레이션 해준다.

KB국민은행과 똑같지는 않겠지만 다른 대형 은행들도 경쟁적으로 마이데이터에 기반한 강화된 형태의 종합금융플랫폼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KB마이데이터 자산관리서비스 체계<자료>KB국민은행
KB마이데이터 자산관리서비스 체계<자료>KB국민은행

◆‘종합금융플랫폼’ 질적 진화, 금융 마이데이터가 핵심 역할

네이버, 카카오와 같은 빅테크 기업을 포함해 앞으로 ‘종합금융플랫폼’ 경쟁에서 최종 승자가 되려면 결국 본질적 경쟁력에서 우위를 차지해야한다.

종합금융플랫폼이 지향하는 1차 구현 과제는 역시 금융서비스를 최대한 구현하는 다양성이다. 실제로 국민은행 'KB스타뱅킹'의 경우, 대형 금융 쇼핑몰을 연상시킬 정도로 서비스가 다양하다. 그러면서도 UI/UX는 오히려 복잡하지 않게 직관적이며, 편안하게 설계돼 부담을 최소화했다.

KB스타뱅킹은 약 170개의 알림 서비스가 별도의 앱 다운로드 없이 제공된다. 또한 은행 서비스외에 KB증권의 ‘Easy 주식 매매’ 서비스, KB국민카드의 ‘KB Pay 간편결제’, KB손해보험의 ‘스마트 보험금 청구’ 등 KB금융그룹내 6개 계열사의 핵심 서비스가 제공된다. KB금융의 경우, 부동산 컨텐츠가 전통적으로 다른 금융회사에 비해 차별화된 경쟁 요소인데, 이번 ‘KB스타뱅킹’ 개편으로 더욱 기능이 강화됐다.

국민은행은 종합금융플랫폼의 방향성으로 ▲심플하고 쉽게(Simple & Easy) ▲빠르고 안전하게 (Speedy & Secure) ▲최적화된 개인화 서비스(Suitable for Me) ▲전문화된 자산관리(Specialized WM) ▲금융을 뛰어넘는 ‘슈퍼 플랫폼’(Super Platform)이라고 요약했다. 다른 대형 금융회사들이 지향하는 종합금융플랫폼 전략도 이와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빅데이터 기술의 놀라운 발전은 금융서비스의 영역을 새로운 단계로 이끌고 있다. 지난 20년과 비교해 지난 2~3년간의 변화 속도는 눈부실 정도로 폭넓고 빠르다.

그러나 아무리 AI 기반의 뱅킹서비스가 진화하더라도 결국 금융서비스를 실행하는 주체는 사람이다. 고객은 자신이 원하는 혁신적인 금융 플랫폼 위에서 보다 자유로워지기를 원하고, 그와 동시에 자신의 자산이 스마트하게 불어나기를 원한다.

물론 똑똑해진 금융플랫폼을 충실하게 이용하는 것은 결국 금융 소비자(고객)의 몫으로 계속 남아있겠지만 금융마이데이터와 같은 혁신의 수단이 제공됐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성과다.

20년전 '부자되세요'라는 덕담이 이제는 더 이상 공허하지 않다. 금융 마이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금융소비자들이 보다 합리적인 금융서비스를 설계하고, 사회적 비용도 절감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박기록
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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