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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카카오·쿠팡, ‘라방’ 시장도 점령할까

이안나
-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개방형’라이브커머스 플랫폼 구축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네이버·카카오·쿠팡 등 대형 플랫폼 기업 간 ‘개방형’ 라이브커머스 경쟁이 본격화됐다. 압도적인 이용자 수와 기술력 기반으로 새로운 유통채널을 강화하는 움직임이다. 중소상공인(SME)과의 상생도 내세우고 있어 수수료 책정도 관건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그간 ‘폐쇄형’ 라이브커머스 전략으로 네이버와 다른 행보를 보이던 카카오가 변신을 꾀한다. 전날 카카오는 라이브커머스 스타트업 그립컴퍼니 지분 50%를 1800억원에 인수했다고 밝혔다. 단, 그립은 카카오와 합쳐지지 않고 독립경영을 이어간다. 이번 투자로 카카오톡 채널을 운영하는 파트너사 누구나 라이브커머스를 운영할 수 있게 된다.

카카오는 커머스 역량 강화를 위해 자회사로 분사했던 카카오커머스를 지난 6월 다시 합병했다. 현재 카카오커머스는 카카오 본사 사내독립법인(CIC) 형태로 ‘카카오쇼핑라이브’를 진행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카카오커머스와 사전협의를 거친 브랜드·제조업체들이 주로 참여한다. 일일 최대 5개 방송으로 한정돼있고 제작부터 진행까지 모두 카카오가 주관해 모바일판 ‘홈쇼핑’과 유사하다.

카카오와 그립이 함께 준비하는 라이브커머스 플랫폼은 성격이 다르다. 그립은 판매자 누구나 모바일로 ‘라방’을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 성장했다. 카카오는 기존 서비스와 새로운 라이브커머스 각각 성격에 맞게 ‘투트랙’으로 진행한다는 설명이다. 이를 계기로 카카오는 라이브커머스 규모를 키우는 한편 중소상공인과 상생도 강조할 수 있게 됐다.

카카오는 카카오톡 채널 기반 커머스 오픈플랫폼을 준비 중이다. 지난달 카카오 개발자 컨퍼런스 ‘이프카카오2021’에서 이종원 카카오 최고비즈니스책임자(CBO)는 “입점수수료·연동수수료 등이 없는 완전한 수수료 제로 커머스 오픈플랫폼을 제공해 진정한 의미의 상생을 도모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미 파트너사는 가입 한 번으로 카카오가 제공하는 비즈니스 도구들을 이용할 수 있는데 여기에 라이브커머스 기능까지 포함하게 된 셈이다.

쿠팡도 연초부터 자체 라이브커머스 플랫폼 ‘쿠팡라이브’를 시범 운영해왔다. 아직 정식 서비스로 출시한 건 아니지만 최근 카테고리를 넓히고 참여자 수를 확대하는 등 서비스를 확장하는 움직임이다. 뷰티에 한정됐던 카테고리는 식품·생활용품·유아동 상품 등까지 확대됐다. 기존엔 쿠팡 직매입 상품 중심으로 판매 방송을 진행했지만 이젠 마켓플레이스 사업자 참여도 적극 독려하며 입소문을 내고 있다.

특징은 셀러들이 직접 방송 진행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주로 크리에이터들과 매칭하는 방식을 내세운다는 점이다. 쿠팡은 이를 위해 셀러와 크리에이터들을 별도로 모집하고 있다. 크리에이터들은 자신이 받을 고정비와 매출 수수료, 판매 강점은 무엇인지 제시하고, 셀러들은 이중 방송과 어울리는 크리에이터를 선정한다. 그립이 직접 방송에 나서기 부담스러운 판매자에 적절한 쇼호스트(그리퍼)를 연결하는 방식과 유사하다.

현재 국내 라이브커머스 시장에서 입지를 다진 건 네이버다. 지난해 7월 선보인 네이버 쇼핑라이브는 올해 상반기 기준 거래액 2500억원을 넘어서며 업계 1위로 평가받고 있다. 3분기 기준 거래액도 전년동기대비 13배 성장했다. 네이버가 단기간 규모를 키울 수 있었던 건 처음부터 ‘개방형’ 라이브커머스를 내세워 SME 참여를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네이버 역시 규모를 키우기 위해 지난해 자회사 ‘스노우’를 인수했다. 판매자들과 전문 크리에이터를 연결하는 비중은 극히 적지만 스마트스토어 판매자 중심으로 운영되는 만큼 매출을 더 높이고 ‘빠른 정산’ 혜택도 누릴 수 있다.

그간 개방형 플랫폼으론 네이버가 독보적 위치를 차지했지만 카카오·쿠팡 등 대형 플랫폼도 연이어 뛰어들면서 국내 라이브커머스 성장 속도도 한층 빨라질 전망이다. 교보증권에 따르면 국내 라이브커머스 시장 규모는 지난해 4000억원대에서 올해 2조8000억원, 2023년 1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네이버·카카오·쿠팡이 중소상공인과 상생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플랫폼 기업이 가져가는 수수료율도 판매자 유입 중요 요소가 될 수 있다. 네이버와 쿠팡은 방송 매출 5% 수수료를 책정하고 있다. 카카오가 준비하는 개방형 플랫폼이 제로 수수료(결제 수수료 제외)를 표방하지만 그립과 협업하는만큼 라이브커머스는 제외 될 가능성도 있다. 카카오는 “라이브커머스 수수료율 체계는 아직 정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에 이어 카카오·쿠팡도 라이브커머스 사업을 확장한다는 건 그만큼 이 시장을 전망 있게 보고 있다는 의미”라며 “개방형 플랫폼으로 운영하기 위해선 수많은 업체 동영상을 고품질 라이브로 운영할 수 있도록 서버나 기술력 등이 뒷받침돼야 하고, 판매자 매출 증대를 위한 부가적인 지원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안나
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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