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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망 무임승차 논란’ 쟁점 파헤치기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넷플릭스가 촉발한 망 이용대가 논란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다. 콘텐츠제공사업자(CP)가 인터넷제공사업자(ISP)에 망 이용대가를 내야 하는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글로벌 대형 CP인 넷플릭스는 이 문제로 국내 SK브로드밴드에 소송까지 제기했다. 관련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쟁점들을 짚어본다.

① 소비자가 요금을 내므로 망 이용대가는 안 내도 된다 : X

가장 많이 제기되는 의문이다. 이용자들이 이미 인터넷 요금을 내고 있는데, ISP가 CP로부터도 망 사용료를 받는 것은 이중 수취가 아니냐는 것이다. 넷플릭스도 이런 논리에 편승해 같은 주장을 펼치고 있다. SK브로드밴드를 비롯한 ISP들은 그러나 통신 시장이 기본적으로 양면 시장임을 이해하지 못한 논리라고 반박한다.

양면 시장이란 두 개의 개별 이용자 집단을 가진 시장을 말한다. 예컨대 신용카드 회사는 신용카드 회원인 소비자(이용자1)로부터 연회비를 수취하고, 가맹점(이용자2)으로부터도 결제 수수료를 지급받는다. 네트워크 시장도 마찬가지다. ISP의 망을 이용하는 이용자의 개념은 일반적인 개인·기업 고객(이용자1)뿐만 아니라 콘텐츠를 전송하는 CP(이용자2) 역시 포함한다. 즉, 넷플릭스 또한 ‘또 다른 이용자’인 것이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상으로도 ‘이용자’의 범위는 넷플릭스처럼 기간통신사업자로부터 전기통신역무를 제공받는 부가통신사업자까지 아우른다.

② 넷플릭스는 과거에 망 이용대가를 낸 적이 있다 : O

넷플릭스는 과거 다른 나라에 망 이용대가를 낸 경험이 있다. 토마스 볼머 넷플릭스 글로벌콘텐츠전송디렉터는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디지털 경제 시대, 망 이용대가 이슈 전문가 간담회’에서 이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그동안 넷플릭스는 전 세계 어디에서도 망 이용대가를 내지 않는다고 언급해왔다.

다만 넷플릭스는 “과거엔 그랬을지 몰라도 현재 기준으로는 어느 ISP에도 망 이용대가를 내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그리고 “당시에는 인프라가 충분히 구축되지 않았고 OCA(오픈 커넥트 얼라이언스)도 지금만큼 성숙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었다. 오픈 커넥트는 넷플릭스가 자체 구축한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 기술이 적용된 캐시서버로, 넷플릭스는 이를 통해 트래픽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③ 다른 나라에서는 망 이용대가를 내지 않는다 : X

해외에서도 망 이용대가를 지불한 사례가 있다. 기업간거래(B2B) 특성상 망 이용대가 지불 여부나 금액은 외부에 공개되지 않고 있지만, 여러 정황을 통해 ISP가 CP로부터 망 이용대가를 받고 있었음을 추정할 수 있다.

자주 언급되는 해외 사례가 ‘뉴차터’다. 2015년 미국 케이블TV 회사이자 ISP인 차터가 타임워너케이블과 브라이트하우스를 인수했을 당시 미국 통신방송 규제기관인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인수합병 승인 조건으로 망 이용대가 지급 금지 조건을 내린 바 있다. 차터가 ISP의 지위를 이용해 경쟁자인 OTT에 대해 과도한 망 이용대가를 부과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였다. 이는 즉, 거꾸로 보면 차터가 CP로부터 망 이용대가를 받고 있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④ 국내 CP도 해외 ISP에 망 이용대가를 내야 한다 : O

국내 CP는 이미 해외 ISP에 망 이용대가를 내고 있다. 해외 시장을 대상으로 서비스하기 위해 해외 망에 착신할 때는 국제전용회선 등을 통해 비용을 지불하거나 CDN 사업자를 통해 간접적으로 비용을 낸다. 콘텐츠 전송을 위해 CDN에 비용을 치르고, 이 CDN 사업자가 다시 ISP에 비용을 지급하는 식이다.

국내 CP들의 경우 대부분 CDN을 통한 지급을 일반적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디즈니플러스로 한국에 진출한 월트디즈니도 마찬가지다.

⑤ 망 이용대가 지급은 망 중립성 원칙에 위배된다 : X

망 이용대가 문제는 망 중립성과 관련이 없다. 망 중립성 원칙이란 ‘ISP는 모든 콘텐츠를 동등하고 차별 없이 다뤄야 한다’는 원칙이다. 넷플릭스에서는 망 이용대가 지급을 거부하는 이유로 망 중립성을 내세우며 “망 이용대가를 지불하지 않은 트래픽이라 해서 ISP가 거부하거나 속도를 낮추는 것은 망중립성 원칙을 위배하는 것”이라는 논리를 편다. 결국 인터넷 상에서의 전송은 무상이 원칙이라는 주장이다.

망 중립성 원칙은 그러나 엄밀히 말해 모든 인터넷 망의 사용을 무상으로 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망 중립성 규제에서 금지한 3가지는 ‘차단 금지’(No Blocking) ‘조절 금지’(No Throttling) ‘대가에 의한 우선처리 금지’(No Paid Prioritization)로 구분되는데, 그 전제는 ISP의 ‘트래픽 관리 행위’가 있어선 안 된 다는 것이다. 즉, 특정 CP 트래픽을 우선 처리해주는 등의 ‘트래픽 관리 행위’를 해주고 그에 따른 추가 대가를 요구하는 것을 금지한 것이지, 과금 자체를 금지한 것은 아니다.

⑥ 넷플릭스의 OCA가 망 이용대가를 대체할 수 있다 : △

넷플릭스는 자체 캐시서버 오픈커넥트를 통해 트래픽을 크게 절감시킬 수 있으므로 망 이용대가를 내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대형 CP가 유발하는 트래픽 양이 막대하므로 비용을 분담해야 한다는 ISP 논리에 반박하는 것이다.

그러나 SK브로드밴드를 비롯한 국내 ISP들의 생각은 다르다. 만일 넷플릭스가 요구하는 대로 국내에 오픈 커넥트를 설치한다 하더라도, 이는 ISP들의 망 부담을 전혀 줄여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넷플릭스는 현재 일본과 홍콩에 OCA를 두고 있는데, 일본·홍콩과 한국 사이 ‘국제구간’에선 트래픽이 줄어들 수 있다. 하지만 국내 백본망에서 최종 가입자망까지 국내구간에선 트래픽 규모가 변하지 않는다. 넷플릭스가 어디에 캐시서버를 두더라도, 막상 국내 이용자에게 소통되는 인터넷망(백본망+가입자망)에서의 트래픽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이다.

⑦ 넷플릭스는 망 이용대가를 내야 한다 : ?

넷플릭스는 지난해 4월 SK브로드밴드를 대상으로 ‘채무부존재’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여기서 ‘채무’란 망 이용대가에 대한 것을 의미한다. 즉, 자신들은 망 이용대가를 낼 의무가 없음을 법원이 확인해달라는 소송인 것이다.

법원의 판단은 그러나 넷플릭스의 예상과 다르게 가고 있다. 1심 재판부는 “원고(넷플릭스)는 피고(SK브로드밴드)를 통해 인터넷 망 접속 등 유상의 역무를 제공받는다고 봐야 할 것”이라며 “원고는 피고에 유상의 역무를 제공받는 데 대한 대가를 지급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봤다. 패소 판결을 받은 것이다.

넷플릭스는 최근 항소를 제기했다. 항소심은 오는 23일 첫 변론 기일을 시작으로 본격화 된다.
권하영
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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