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룰 시행되면 개인지갑 송금은?…‘내 지갑주소 등록' 필수화하는 시스템 추진
[디지털데일리 박현영기자] 탈중앙화금융(De-fi, 디파이)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대체불가능한 토큰(Non-Fungible Token, 이하 NFT)을 구매하기 위해 거래소에서 가상자산을 출금할 때 지갑주소를 등록해두는 시스템이 추진된다.
8일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 코인원, 코빗이 설립한 합작법인 ‘코드(CODE)’는 기자간담회를 통해 트래블룰 준수 솔루션인 코드 솔루션을 개발을 마쳤으며, 12월 말 경 테스트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8월 빗썸, 코인원, 코빗은 오는 2022년 3월부터 시행되는 트래블룰을 준수하기 위해 코드를 설립했다. 트래블룰이란 가상자산 전송 시 가상자산사업자가 송수신자 정보를 수집해야 하는 룰로,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의 권고사항이다. 따라서 거래소 간 정보 공유 시스템이 필수적이다. 3사는 코드를 중심으로 각사에서 개발 중이던 솔루션을 연동하고 협력함으로써 트래블룰에 대응하기로 했다.
◆프라이빗 블록체인 기반 트래블룰 솔루션…“확장성이 강점”
이날 기자간담회 발표를 맡은 차명훈 코드 대표는 3사가 공동 개발한 코드 솔루션의 강점을 크게 세 가지로 소개했다.
▲프라이빗 블록체인을 사용하는 점 ▲확장성이 있는 점 ▲고객 편의 위주로 솔루션을 설계한 점 등이다.
우선 코드 솔루션은 전 세계 80여개 금융기관이 사용하는 R3의 코다(Corda)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개발됐다. 이더리움, 클레이튼 같은 퍼블릭 블록체인과 달리 코다는 미리 협의된 기관만 노드(블록체인 상 네트워크 참여자)로 참여하는 프라이빗 블록체인이다. 금융 서비스에 최적화돼있을뿐더러, 프라이빗 형태이므로 개인정보 보호에 강하다.
차 대표는 “각 가상자산사업자가 노드를 구성하고, 노드 간 송수신자의 정보를 교환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코드를 사용할 경우, 사용자가 송금을 위해 지갑주소를 입력하면 우선 거래소가 송신인의 정보를 확인한 뒤 상대 거래소에 전송한다. 이후 자산을 수취하는 상대 거래소가 수신인의 정보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작동된다. 이 거래 과정의 데이터는 블록체인 상에 저장된다.
차 대표는 “중앙화된 방식이 아닌 오로지 블록체인 프로토콜을 기반으로 작동되는 솔루션”이라며 “더욱 효율적이고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코드가 내세운 또 다른 강점은 확장성이다. 트래블룰은 FATF의 권고사항으로서 전 세계 거래소들이 준수해야 하지만, 해외도 상황은 여의치 않다. 가상자산 거래가 가장 많이 일어나는 미국을 비롯해 영국 등 국가도 트래블룰 입법이 논의 단계이기 때문이다.
이에 비하면 국내 규제는 빠른 편이다. 차 대표는 “글로벌 가이드라인이 정확하게 존재하지 않고, 전 세계 모든 가상자산사업자가 모여서 하나의 솔루션을 만들 순 없기 때문에 정부 간 협의가 없는 이상 여러 솔루션이 난립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트래블룰은 전 세계 사업자가 준수해야 하므로 사업자 간 연대와 통합이 일어날 것”이라며 “코드가 여러 사업자 간 연결을 도울 수 있을 것이라 본다”고 강조했다. 해외 사업자들도 트래블룰 솔루션이 필요하므로 코드의 솔루션을 연동해 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외에도 코드는 사용자의 편의성이 강점이라고 밝혔다. 고객 편의 위주로 시스템을 설계했다는 것이다. 코드 솔루션은 주소찾기 방식을 이용해 고객이 기입한 주소를 기반으로 실시간 신원을 확인한다. 이후 송금 요청 전에 수취인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오입금 리스크를 줄였다.
차 대표는 “은행으로 송금 시 계좌번호만 알면 은행 간 정보교환을 통해 수취인을 알 수 있는 것과 같다”며 “사용자 입장에선 가장 편한 방식”이라고 밝혔다.
◆해외 거래소‧개인지갑은 어떻게 하나?…“거래소 자체 리스크 평가”
코드는 테스트 시작과 동시에 솔루션을 도입할 거래소들을 확대해나갈 예정이다. 이미 일부 중소 거래소가 코드 솔루션 도입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2022년 3월 25일 이후엔 모든 가상자산사업자가 트래블룰을 준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코드의 솔루션이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 및 개인 지갑에는 어떻게 적용되는지다. 국내 투자자들 다수는 국내 거래소 지갑에서 해외 거래소로 가상자산을 출금하는 경우가 많다.
또 최근에는 외부 디파이 서비스나 NFT 거래 플랫폼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메타마스크 같은 개인지갑으로 가상자산을 출금하는 사례도 매우 많다.
국내 거래소 간에는 솔루션을 통한 정보 교환이 가능하지만 해외 거래소나 개인 지갑의 수신인 정보를 알기는 어렵다. 이에 대해 방준호 빗썸 부사장은 “해외 거래소의 경우 상대 거래소에 대한 리스크 평가를 기반으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빗썸에서 코인베이스로 가상자산을 송금하려는 고객이 있다면 코인베이스가 위험도가 낮은 거래소인지 빗썸이 직접 판단한다는 것이다. 방 부사장은 “각국의 거래소 인허가 시점에 차이가 있는데다, 트래블룰 규제 이행 시점도 다 다르기 때문에 거래소가 자체적으로 리스크 프레임워크를 만들고 위험을 평가한 후 송금을 허가해야 한다”소 설명했다. 거래소 자체 프레임워크 상 위험도가 높은 거래소라면 송금을 막을 수 있다는 의미다.
개인지갑의 경우 해외 거래소보다 훨씬 더 위험도 평가가 어렵다. 개인지갑 송금에 대한 질문에 방 부사장은 "사용자가 특정 지갑 주소가 자신의 주소임을 거래소에 등록해두도록 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예를 들어 빗썸에서 메타마스크로 가상자산을 송금하려 할 경우 빗썸에서 고객확인절차(KYC)를 마친 후, 송금하려는 메타마스크 지갑 주소가 자신의 개인 지갑주소임을 빗썸에 등록해둬야 한다는 것이다. 즉, 지갑 주소의 소유자임을 스스로 증명하는 식이다.
이외에도 코드 솔루션이 더 확장하기 위해선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업비트와의 연동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업비트는 두나무(업비트 운영사) 자회사인 람다256이 개발한 트래블룰 솔루션 베리파이바스프(VerifyVASP)’를 사용할 예정이다.
업비트와의 연동에 대해 차 대표는 “기술적으로는 연동이 충분히 가능하다”며 “사업 제휴가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풀어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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