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네이버·쿠팡 등 자본력을 갖춘 대형 기업과 마켓컬리·무신사 같은 전문몰이 주도하고 있다. 식품부터 가전·패션·e쿠폰 등 모든 카테고리를 갖췄지만 점유율은 낮은 종합몰들 고민이 깊어지는 시점이다. 이들은 이용자 유입을 늘리기 위해 카테고리별 혹은 사업모델 자체에 ‘전문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변신하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종합 이커머스 업체들이 전문성 강화에 힘을 주고 있다. 온라인에 힘을 싣고 있는 SSG닷컴과 롯데온은 가전·가구나 뷰티 분야에서 온오프라인 연계를 통해 소비자 편의성을 한층 높인다. 위메프·티몬은 각각 큐레이션과 콘텐츠라는 장점을 극대화해 체질개선에 나섰다.
신선식품 중심으로 몸집을 키워온 SSG닷컴은 최근 비식품 분야 강화에 나섰다. 코로나19 계기로 국내 가전·가구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SSG닷컴 올해 3분기까지 리빙 카테고리 매출도 전년대비 30% 증가했다. 이를 겨냥 가구·가전 주문시 추가 비용 없이 무료배송·설치해주는 ‘SSG설치’ 서비스를 시작했다.
리바트·에몬스·보루네오·웰퍼니쳐 등 9개 브랜드 83개 상품에 한해 적용된다. 오후 1시 이전 주문 시 다음 날에도 받을 수 있고 배송 날짜 선택도 가능하다. 제주도 등 지역 관계없이 전국 어디나 무료배송으로, 사다리차나 계단배송과 같은 부가 서비스 추가 비용도 없다. 이는 쿠팡 등 이커머스 업체들이 이미 대형 가구·가전을 무료로 익일배송해주는 ‘로켓설치’에 대한 대응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전·가구는 구매단위가 높기 때문에 내년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덩치를 키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온은 온오프라인 5000만 고객 데이터 기반으로 뷰티 시장을 본격 공략한다. 지난해 출범 이후 처음으로 올해 ‘2021 롯데온 뷰티어워드’를 개최했다. 19일까지 인기 순위에 오른 브랜드·제품을 시상과 동시에 할인 판매한다. 이 행사는 롯데 판매 데이터를 활용해 신뢰성을 높인 게 특징이다.
롯데온은 백화점·마트·롭스 등에서 판매하는 다양한 브랜드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수상 제품들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0월까지 5741만명 고객이 구매한 1억7657만건 롯데백화점과 롯데온 판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롯데온은 “올해 1~11월 화장품 매출은 전년대비 약 40% 늘었으며, 구매자 수도 30% 이상 증가했다”며 “매년 12월 한 해동안 데이터와 리뷰 기반으로 어워드를 진행해 뷰티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SSG닷컴과 롯데온이 특정 카테고리에 전문성을 추가했다면, 위메프와 티몬은 플랫폼 성격 자체를 완전히 바꿨다. 타임딜 등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소셜커머스에서 벗어나 고유의 강점을 전면에 내세워 경쟁사들이 제공하지 않는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목표다. 10년 이상 경력을 갖췄지만 지난해 기준 시장점유율 3~4%에 그쳐 정체된 상황을 타파하기 위한 몸부림으로 해석된다.
2010년 소셜커머스로 출발한 위메프는 23만개 쇼핑몰, 7억여개 상품을 비교하고 큐레이션해 주는 ‘메타쇼핑’ 플랫폼으로 진화하겠다고 전날 밝혔다. 네이버쇼핑·다나와 등에서 가격비교만 제공해주는 점과 달리 위메프는 이에 더해 상품 특징·스타일 등 세부정보까지 비교해주는 서비스를 차별점으로 제시했다. 유행 상품을 찾거나 자신에게 맞는 상품 추천을 원하는 고객에게 가이드를 제시하는 쇼핑 콘텐츠도 함께 제공한다.
티몬도 지난 10월 라이브커머스 ‘티비온’ 등을 앞세워 콘텐츠 플랫폼으로 거듭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영상플랫폼 아프리카TV와 숏폼 콘텐츠 플랫폼 틱톡과 각각 업무협약을 맺기도 했다. 유튜브 채널 ‘놈 스튜디오’는 티몬이 직접 제작하는 예능 방송이 업로드 되고 있다. 티몬인 영상 역량 강화를 위해 지난 8월부터 티비온 방송제작팀을 통합하고 인력을 50%가량 충원했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도 이커머스 쇼핑 경험이 점차 누적되면서 단순히 ‘최저가’나 ‘빠른 배송’에 더해 그 이상의 것을 찾고 있다”며 “최근 버티컬앱들이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도 이와 같기 때문에 이들을 종합몰로 데려오기 위해선 차별화된 무언가가 꼭 필요하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