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억대 연봉' 반도체 엔지니어 영입 전쟁…팹리스 vs 디자인하우스

김도현
- 인도·베트남 등 해외 인력 채용 추진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분야를 중심으로 우리나라 시스템반도체 생태계가 확대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반도체 설계(팹리스) 업체와 디자인하우스가 대상이다. 다만 인력 규모가 제한적인 가운데 엔지니어 쟁탈전이 심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를 등에 업은 디자인하우스에서 대거 채용에 나서면서 팹리스는 구인난 확대를 호소하고 있다. 양측은 인재 영입을 두고 신경전을 펼치는 모양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코아시아 에이디테크놀로지 가온칩스 등은 올해 들어 수십에서 수백명 단위 채용을 진행했다. 이들 업체는 삼성전자 디자인솔루션파트너(DSP)다.

DSP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 지원하는 디자인하우스들이다. 팹리스 업체의 제품 개발을 돕고 중간다리 임무를 담당한다. 반도체 패키징, 테스트 등을 외주업체에 위탁하는 과정에서 개입하는 등 생산을 제외한 공정 전반을 관리한다.

최근 팹리스 주문이 급증하면서 DSP 역할이 커지는 분위기다. 디자인하우스 관계자는 “파운드리가 소화하는 물량은 물론 첨단 공정 비중이 증가하면서 프로젝트마다 필요한 인력이 늘었다. 파운드리가 요구하는 규모를 맞추기 위해 꾸준히 관련 인원을 채용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DSP는 높은 연봉을 내세워 엔지니어를 흡수하고 있다. 주로 팹리스 기업에서 넘어오는 경우가 많다. 이 과정에서 팹리스 업계는 불만을 토로한다. 인재풀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디자인하우스로 인력이 쏠린다는 이유에서다.

반도체 지적재산(IP) 회사 대표는 “국내 디자인하우스가 성장하는 건 좋으나 역효과도 있다. 통상 디자인하우스는 설계 등 핵심 작업보다는 고객사가 요청한 테스트 등 국한적인 업무를 수행한다. 해당 업체로 이직한 엔지니어 성장에 긍정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차량용 반도체 전문업체 대표는 “디자인하우스로 가면 사실상 허드렛일을 주로 한다. 팹리스에서 직접 설계도 해보는 게 국내 인력 육성에 도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DSP의 생각은 다르다. 과거와 달리 단순 지원에 그치지 않고 자체 설계 프로젝트도 진행한다고 반박한다. DSP 소속업체 관계자는 “파운드리 시장이 확장되면서 디자인하우스가 팹리스 롤까지 맡는 사례가 빈번하다. DSP에서 일하면 대기업과의 교류 기회도 많고 여러 제품을 다뤄볼 수도 있다”고 이야기했다.

다른 업체 대표는 “최근 단일 반도체보다는 시스템온칩(SoC) 형태로 복수의 칩을 결합하는 것이 대세로 자리 잡았다. 특정 아이템을 설계하는 팹리스 업체에서 일하는 것도 DSP에서 다양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DSP 외에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기업에서 팹리스 인력을 스카웃하는 경우도 과거보다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영입 경쟁 격화로 억대 연봉이 기본일 정도로 엔지니어 몸값이 치솟았다. 이에 중소·중견 팹리스 업체는 인도 베트남 등 해외 인재를 데려오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가용 인력 자체가 늘어야 현재 사태를 해결할 수 있다. 국내 기업 간 신경전을 벌이기보다는 범정부 차원에서 인력 육성에 힘쓰는 동시에 회사 개별적으로도 직원을 지킬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언급했다.
김도현
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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