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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앱 딜레마上] “이러다 다 죽어” 배달료 프로모션 경쟁 ‘과열’

이안나
코로나19를 계기로 배달주문 시장이 성장하고 ‘단건배달’이 대세가 되면서 소비자들은 어느 때보다 편리한 생활을 누리고 있다. 그러나 배달업계 속에서 오롯이 웃고 있는 진정한 승자는 없다. 오히려 배달주문 앱과 배달대행, 점주들 고민은 커지고 소비자는 언젠가 닥칠 배달료 인상 폭탄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 디지털데일리는 배달업계가 처한 위기상황과 대응 전략을 살펴본다.

- 라이더 ‘귀하신 몸’ 만든 단건배달...편리함 주지만 배달료 인상 불가피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수요 증가로 수혜를 입은 업종 중 하나는 배달업이다. 다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연말에도 배달주문 수요는 지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배달주문 앱들은 주문이 많을수록 적자 폭이 커지는 딜레마를 겪고 있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배달주문 시장은 매년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다. 국내 배달시장 규모는 2017년 2조9600억원을 2019년 9조7300억원으로 급상승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지난해는 전년대비 2배 이상 성장한 약 20조원을 기록했다. 배달 기술 발달과 비대면 수요 증가가 시장 성장 속도를 가속화 했다는 분석이다.

배달앱 결제액도 역대 최대치를 달리고 있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은 배달의민족‧요기요‧쿠팡이츠 올해 1~10월 누적 결제추정금액 합계가 19조3769억원으로 전년동기(10조1000억원) 대비 91% 증가했다고 전했다. 이 추세대로라면 올해 배달앱 3사 결제규모는 24조원을 넘어선다.

이러한 호황 속에서 아이러니하게도 배달의민족·요기요·쿠팡이츠 등 배달주문 앱 주요 3사는 마냥 웃지 못하고 있다. 경쟁이 과열되면서 수익성은 되레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중심엔 올해 대세로 떠오른 ‘단건배달’이 있다. 단건배달이란 배달기사가 주문 한 건에 대해서만 배달하는 1대1 배달 방식이다.

2019년 후발주자로 뛰어든 쿠팡이츠가 ‘치타배달’ 이름으로 단건배달을 도입하면서 빠른 시간에 고객들 호응을 얻었다. 쿠팡이 자금력을 앞세워 국내 이커머스 판도를 뒤흔들었듯, 배달앱 시장에서도 비슷한 전략으로 배달의민족·요기요를 추격하고 있다. 쿠팡이츠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는 올해 1월 364만명에서 지난달 656만명까지 늘었다.

업계 1위 배민도 이를 견제하기 위해 지난 6월 단건배달 서비스 ‘배민1’을 출시했다. 배민과 쿠팡이츠는 단건배달 서비스 지역을 넓히거나 주문 가능 시간대를 새벽까지 확대하면서 고객 유치 경쟁을 벌인다.

단건배달은 기존 묶음배달에 비해 배달 속도가 빨라 고객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문제는 배달업체 입장에선 건당 배송을 위해 라이더 수 확보가 중요한데, 라이더 입장에서 같은 시간 배달할 수 있는 건수가 줄어 수익도 감소한다는 데 있다. 즉 배달업체가 경쟁력 제고를 위해 많은 라이더를 확보하기 위해선 이들에게 더 많은 배달료를 지급해야 한다.

배달료는 음식점주와 주문자가 나눠내는 구조다. 기본 배달료가 오르면 가장 직접적으로 타격을 입는 것 역시 이들이다. 현재 배민과 쿠팡이츠는 단건배달 주문 한 건당 프로모션 요금으로 ‘중개수수료 1000원+배달비 5000원(고객과 점주가 분담)’을 받고 있다. 정상 요율을 적용할 경우 배민 ‘주문금액 12%+배달비 6000원’, 쿠팡이츠 ‘15%+6000원’이다.

판매를 할수록 적자 폭이 커지는 기형적 구조에도 불구하고 배달앱 업체들이 프로모션 적용을 유지하는 이유는 배달료 인상에 대한 부담을 점주와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배달앱들은 여기 더해 피크타임 건당 최대 2만원에 달하는 프로모션을 지급하면서 라이더를 확보하고 있는 실정이다.

단건배달 경쟁을 피하기 위해 인공지능(AI) 배차 시스템을 도입한 요기요도 라이더 대상 프로모션 적용이 불가피한 건 매한가지다. 현재 자영업자와 소비자들이 단건배달을 이용하면서도 배달료 상승을 크게 체감하고 있지 못하는 이유는 배달앱들 마케팅 비용 확대에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자영업자들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소비자들은 현재도 배달료가 비싸다고 인식하고 있어 현재 배달앱 업체들이 상승한 배달비를 감수하고 있다”며 “단건배달 편의성을 경험한 이상 예전으로 돌아가기 힘든 상황이지만 언제까지 이러한 출혈경쟁이 지속할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내부에서도 나온다”고 전했다.

하지만 배민·쿠팡 등 배달주문 앱 프로모션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이들이 시장선점을 위해 공격적으로 쏟아붓던 마케팅 비용을 낮출 경우 ‘고고익선’하던 배달료 부담은 고스란히 점주와 소비자에게 넘어간다. 배달앱과 점주·소비자들이 배달료 상승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사이 라이더들만 수익을 키워가고 있는 셈이다.

배달주문 앱들은 수익성을 개선하는 움직임에 돌입했다. 쿠팡이츠는 최근 높은 수수료율을 제시한 식당을 앱 화면 상단에 노출시켜주는 경매형 광고 모델을 도입했다. 배민은 지난달 김범준 대표 중심으로 수익성 강화를 위한 비상체계를 가동하기도 했다. 요기요는 고객 대상 구독 서비스를 출시해 ‘록인’ 효과를 노린다. 하지만 아직 대다수가 시작 단계로 현재 시장 위기를 타파할 방안이 될지 미지수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배달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당분간 라이더 우위 시장이 유지될 것”이라면서도 “시간이 지나면 일반인 대상 배달 방식이 확산되는 등 일자리들이 생겨나면 경쟁강도가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안나
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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