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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앱, 퀵커머스 이어 식자재도...소상공인 갈등 ‘불씨’

이안나

- 식자재 납품업 ‘중소기업 적합업종’ 심사에 쿠팡·배민·GS리테일 포함
- 파트너사 위탁 형태 요기요 ‘싱싱배송’ 포함되나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배달앱과 소상공인 간 갈등의 불씨가 또 피어올랐다. 음식을 시작으로 신선식품·생필품 등 배달 범위를 넓히고 있는 배달앱 업체들이 기업간거래(B2B) 시장으로 진출하고 있다. 모바일 앱에 입점한 음식점에 식자재를 저렴하게 납품한다는 취지지만 골목상권 침해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식자재 B2B시장이 배달앱 새로운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배달주문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저렴한 가격으로 식자재를 납품받으려는 입점업체들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그간 기존 개인 식당 식자재 구매는 중소 납품업체들과 전화나 문자 방식으로 이뤄지는 게 대부분이었다.

여기에 배달주문앱들이 출사표를 던졌다. 가장 먼저 배달의민족이 ‘배민상회’ 이름으로 2017년 4월 출범했다. 배달 비품부터 육류, 농수산물 등 가게 운영에 필요한 모든 식재료·물품을 판매하고 있다. 올해 배달주문 시장이 커지면서 대기업들도 연이어 뛰어들었다.

올해 6월부터 선보이고 있는 쿠팡 ‘패밀리 마감세일’은 쿠팡이츠에 입점한 업체들과 임직원 대상으로 채소·고기·우유 등 로켓프레시 식재료를 저렴하게 납품한다. 전국 편의점·마트·슈퍼를 운영 중인 GS리테일도 ‘GS비즈클럽’이란 이름으로 식자재 유통 시장에 진출 소식을 알렸다.

지난 10월 식자재 유통상인들로 구성된 전국중소유통상인협회는 식자재 납품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해달라는 신청서를 동반성장위원회에 제출했다. 쿠팡·배민 등이 제조업체에서 대량으로 식자재를 구매하고 동네 식당 대상으로 저렴하게 납품하면서 중소 납품업체 거래처가 사라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국중소유통상인협회 관계자는 “플랫폼 업체들이 적자를 감수하고 저렴한 가격에 내놓게 되면 기존 납품업체들은 가격경쟁력을 잃고 거래처를 빼앗기게 된다”며 “최근엔 오히려 기존 업체들이 폭리를 취해왔던 것 아니냐며 오해도 받기도 한다”고 우려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배달앱 2위업체 요기요도 이달 초 식자재 배송 서비스 ‘싱싱배송’을 시작했다. 2015년부터 외식업 자영업자 대상으로 배달 소모품을 판매하던 ‘요기요 알뜰쇼핑’에 과일·야채·육류 등 식자재까지 한 곳에서 구매하도록 카테고리를 추가했다. 오늘 주문하면 내일 도착하는 익일배송 서비스로 운영 중이며 서울·경기·인천에서 우선 실시한 후 점진적으로 전국 단위로 확대할 계획이다.

하지만 요기요는 배민과 쿠팡과 달리 직접 진출하지 않고 특정 파트너사와 제휴해 중개 서비스를 제공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실상 식자재 납품사업은 계약을 맺은 파트너사가 대행하는 구조다. 익일배송 역시 풀필먼트센터·배송차량 등 물류 인프라를 모두 갖춘 파트너사 자원을 활용한다.

요기요 측은 “싱싱배송 식자재 유통 서비스는 요기요 입점업체들이 별도 채널을 통해 물품을 구매해야했던 불편함을 개선해 매장 운영 효율을 높이고자 알뜰쇼핑 내에서 파트너사를 통해 제공하는 서비스”라며 “타 경쟁사처럼 요기요가 (물류 인프라를) 직접 구축해 운영하는 서비스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요기요가 식자재 납품 서비스를 제공하며 파트너사 제휴 및 입점업체 지원을 내세우는 이유는 소상공인 골목상권 침해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중소상인들과 갈등의 불씨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특정 대형 파트너사와 계약해 전국 단위로 납품할 경우, 소규모 유통사들 거래처가 사라지는 건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배달앱들은 생필품·생활용품을 즉시 배달해주는 퀵커머스 서비스를 시작하며 동네 슈퍼마켓·마트에 위협을 주고 있다. 퀵커머스가 기업-개인간거래(B2C) 영역에서 소상공인들과 갈등이 있다면, 식자재 납품업은 B2B 영역에 종사하던 납품업체들과 부딪칠 가능성이 존재한다.

동반성장위원회에 따르면 식자재 납품업 중소기업 적합업종 관련 실태조사는 내년 2월까지 진행 될 전망이다. 중소상인들이 중소기업 적합업종 신청서를 내며 쿠팡과 배달의민족을 포함시켰지만 최근 식자재 유통업 진출을 발표한 GS리테일도 추가했다. 신청서에 포함된 기업은 실태조사 중에도 중소업체들과 만나 서로 입장을 들어보는 기회를 갖는다.

전국중소유통상인협회 관계자는 “요기요도 파트너사에게 위탁하는 형태라 하지만 자회사로 만들어 운영할 가능성도 있고 실상 전국 단위 주문을 받고 익일배송을 책임지려면 이는 대기업밖에 할 수 없는 구조”라며 “이는 요기요가 어떤 기업과 손잡든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이안나
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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