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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값은 3000원, 배달비는 7000원?…“유료방송 수익배분 개선해야”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유료방송 요금 1만원 중 3000원이 콘텐츠 가격이고, 7000원이 배달비입니다. 콘텐츠를 만든 사업자보다 콘텐츠를 전송하는 플랫폼 사업자가 더 많은 수익을 가져가는 것이죠.”

국내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업계를 중심으로 ‘유료방송과 콘텐츠 사업자간 수익배분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문제제기가 나온다. IPTV 3사 등 유료방송 플랫폼 사업자에 치우친 수익 구조를 바로잡고, ‘콘텐츠 제값받기’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세원 한국방송채널진흥협회 팀장은 18일 미디어미래연구소가 주최한 ‘글로벌 콘텐츠 강국 실현을 위한 정책 미션과 과제’ 토론회에서 토론자로 나서 “유료방송과 콘텐츠 사업자간 수익구조가 개선돼야 한다”며 이 같이 강조했다.

김 팀장은 “유료방송 시청자는 매달 일정 금액을 방송프로그램 시청대가로 지불하는데, 여기서 방송프로그램을 시청하는 행위는 말 그대로 콘텐츠를 보면서 즐기는 일인 동시에 전송망을 통해 콘텐츠를 배달(전송)받는 일”이라며 “요식업에 비춰보면 음식 가격과 배달료를 동시에 지불하는 것과 같은 셈”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시청자들은 그러나 그중 콘텐츠에 얼마를 지불하고, 배달받는 데 얼마를 지불하는지 알지 못한다”며 “IPTV3사 기준으로 콘텐츠 대가와 배달 비용을 단순화 해보면 이용자가 1만원을 내면 7000원이 배달비인 셈”이라고 밝혔다.

김 팀장은 “방송 시장은 ‘하이리스크 로우리턴(High risk, Low return)’ 공식이 일반화돼 콘텐츠를 잘 만들어도 돈 벌기가 쉽지 않다”며 “콘텐츠 사업자들이 콘텐츠를 잘 만들어 공급해도, 유료방송 사업자들이 값을 제대로 쳐주지 않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콘텐츠를 잘 만들면 돈을 벌 수 있는 구조가 되지 않으면 글로벌 콘텐츠 강국이 된다는 꿈은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날 토론회에 발제자로 나선 천혜선 미디어미래연구소 연구위원<사진> 역시 “방송산업 부문의 저가화 현상이 뚜렷한 것이 콘텐츠 산업의 시장 성장에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며 “유입재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2019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의 유료방송 ARPU(가입자당평균매출) 평균값을 보면 26.8달러에 이르지만, 국내 방송산업 ARPU 평균값은 13.9달러, 한화로 1만6112원에 그친다. OECD 평균치의 약 절반에 불과한 것이다.

천 위원은 “영상콘텐츠 산업은 하이리스크 하이리턴(High risk, High return) 부담이 있는 산업인데, 내수시장이 협소한 국내 기업은 중장기 재무 안정성 없이는 글로벌 경쟁에 뛰어들 수 없다”면서 “국내 OTT 사업자들이 콘텐츠 투자 계획을 밝히고 있지만 규모 면에서 글로벌 경쟁에 부합 못하는 수준인 만큼, 국내 자본이 콘텐츠 산업으로 유입되도록 하는 적극적인 투자 인센티브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도 이와 같은 투자 지원 활성화가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서장원 CJ ENM 전략지원실장은 “글로벌 콘텐츠 강국 실현을 위한 정책과제의 핵심은 국내에서 투자를 열심히 해서 성장하려는 사업자를 지원하는 정책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하지만 현실은 국내 사업자의 투자를 막고 있는 부분이 많다”고 우려했다.

국내 유료방송업계의 잘못된 관행으로 지목되는 ‘선공급 후계약’ 구조에 대해서도 쓴소리 했다. 서 실장은 “광고 시장은 줄고 수신료는 안 오르는 상황에 제작비는 넷플릭스·디즈니 때문에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데, 이런 선공급 후계약 관행 때문에 해외 투자자들이 오히려 투자를 꺼리는 상황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석봉 JTBC 미디어정책담당은 플랫폼 위주의 미디어 정책 구조를 비판했다. 임 담당은 “미국의 경우 디즈니스튜디오나 21세기폭스처럼 스튜디오를 중심으로 콘텐츠 산업이 발전했으나 한국은 지상파 방송 위주로 이어오다가 케이블TV, IPTV 등 플랫폼을 중심으로 육성돼온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산업 활성화에 기여하는 것은 사실 플랫폼 산업보다는 콘텐츠 산업”이라고 주장했다.

임 담당은 “콘텐츠 산업에 대한 정책적 지원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면서 “특정 기업을 도와준다는 생각이 아니라, 국가경쟁력을 일으키는 한 축이라고 생각해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권하영
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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