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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길 먼 ‘유료방송 제도개선’…PP업계 “조건부 찬성”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정부가 유료방송사(SO)와 프로그램제공사(PP)간 상생협의체를 가동, 유료방송 제도개선에 나섰지만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특히 PP가 SO에 콘텐츠를 먼저 공급하고 나중에 계약을 맺는 ‘선공급 후계약’ 관행을 두고 개선 논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PP업계가 ‘조건부 찬성’ 입장을 정부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KCTA) 산하 채널사용사업자협의회(PP협의회), 한국방송채널사용사업협회(한국PP협회), 한국중소방송채널협회(중소PP협회), 한국방송채널진흥협회(PP진흥협회) 등 4개 단체는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의 유료방송 제도개선 방안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했다.

PP업계 관계자는 “당초 진행 중이던 유료방송-PP 상생협의체에서 논의가 진전되지 못했는데, 유료방송업계와 PP간은 물론 PP업계 안에서도 이견이 많았다”면서 “의견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으로 종합적으로 취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선계약 후공급’ 명시하되 중소PP 보호해야”

과기정통부가 내놓은 유료방송 제도개선방안은 ▲채널계약 절차 개선방안 ▲PP 평가기준·절차 개선방안 ▲유료방송 정기개편 개선방안으로 구분된다.

먼저, 채널계약 절차 개선방안의 핵심은 기존 가이드라인상 ‘권고’하는 것에 그쳤던 ‘선계약 후공급’ 원칙을 ‘명시’하는 것이다.

그동안 PP는 IPTV와 케이블TV 사업자들에 한해분 콘텐츠를 먼저 공급하고 방송을 송출한 이후에야 하반기에 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다. 이러한 ‘선공급 후계약’ 관행 때문에 PP들은 계약 협상에 불리하고, 또 자신들이 내야 할 프로그램사용료가 얼마인지 알 수 없어 콘텐츠 투자 계획을 잡기도 어렵다고 호소해왔다.

PP들은 ‘선계약 후공급’ 원칙을 명시하는 개선방안을 환영하고 있다. 다만 중소PP 지원·육성 방안을 도입하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선계약 후공급이 될 경우 CJ ENM과 같이 상대적으로 협상력이 강한 대형PP들이 먼저 계약하게 되고, 협상력이 떨어지는 중소PP들은 소외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PP업계는 먼저 관련 법령에 ‘중소PP’에 대한 정의를 신설하고, 유료방송사가 PP를 평가할 때 ‘중소PP’와 ‘기타PP’로 구분해 평가하는 안을 제시했다. 또 중소PP에 지급되는 프로그램사용료를 정부가 관리감독할 수 있도록 관련 법 개정을 하자고 제안했다. 유료방송사업자는 대형PP와의 형평성을 고려해 중소PP 지급 계획을 매년 승인받고 이행 실적을 정부에 제출하는 식이다.

◆ ‘하위 10% 채널 종료’ 좀비PP 퇴출에는 “신중론”

PP 평가기준·절차 개선방안에 대해서도 PP업계의 이견이 많은 상황이다.

과기정통부는 ‘분기별 연속 E(등급) 이하이거나 장르별 하위 10%에 속하는 그룹(PP)은 재계약 보류 대상으로 한다’는 현행 가이드라인을 ‘2년 연속 하위 10%일 경우 채널을 종료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개선한 안을 내놨다. 콘텐츠에 대한 투자 없이 재방송만 일삼는 일명 ‘좀비PP’에 대한 퇴출을 분명히 한 것이다.

PP업계는 그러나 ‘2년 연속 하위 10% 채널 종료’라는 조항을 삭제할 것을 건의했다. PP업계는 “좀비PP 시장 퇴출의 필요성에 공감한다”면서도 “구체적인 퇴출 구조는 별도 논의를 거쳐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배수진을 쳤다. 또 비인기 채널번호 편성 PP의 경우 평가 가점을 부여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이는 PP업계가 중소PP 보호책을 적극적으로 요구하면서도 거꾸로 좀비PP 퇴출에는 소극적으로 대응한다는 비판이 가능한 대목이다. 유료방송업계에서는 현재 PP가 스스로 사업을 접겠다고 하지 않는 한 사실상 플랫폼이 PP를 퇴출할 수 있는 방안이 없어, 한정된 재원을 좀비PP에까지 나눠야 하는 구조라고 지적하고 있다.

◆ “유료방송 채널개편, 선계약 후공급 전제 필요”

유료방송 정기개편 개선방안의 경우 PP업계는 역시 ‘선계약 후공급’ 원칙화 및 ‘중소PP 보호방안’ 실행을 전제로 요구하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이번 개선방안에서 정기개편에 대한 정의를 신설, 연 1회 ‘전체 운용 TV채널 수의 5% 이상 번호 변경’, ‘전체 운용 홈쇼핑 채널 수의 15% 이상 번호 변경’ 등 단서를 명시했다. 수시개편의 경우 ‘연 2회에 한해 약관신고 수리’한다고 했다.

PP업계 관계자는 “선계약 후공급만 원칙화된다면 유료방송사들의 채널 개편 횟수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서 “다만 채널개편이 잦을 경우 시청권 침해라는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정부와 업계의 논의는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중소PP 보호방안을 비롯해 PP평가 기준, 채널개편 횟수 등 올해 연말까지 각 업계 의견을 수렴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하영
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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