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NFT 감별사] 내 미니미가 NFT로? 싸이월드, 연기된 일정도 NFT 사업도 ‘모호’

박현영


최근 게임사부터 엔터테인먼트사, 미술품 경매사까지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이 대체불가능한 토큰(Non-Fungible Token, NFT) 시장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토큰 1개의 가격이 일정한 일반 가상자산과 달리, NFT는 토큰마다 고유 가치를 지니는 것을 말합니다. 게임 아이템, 디지털 예술품 등 희소성이 중요한 분야에 NFT가 활발히 도입되는 가운데, <디지털데일리>는 각 기업의 준비 현황을 토대로 NFT 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전망해보는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박현영기자] 싸이월드 오픈 일정이 또 미뤄졌다. 이번이 네 번째다. 그러나 일정 연기만 문제인 건 아니었다. 싸이월드가 차별점으로 내세운 대체불가능한 토큰(Non-Fungible Token, NFT) 사업 자체가 모호하다.

17일 한글과컴퓨터는 17일 오후 3시 42분에 메타버스 플랫폼 ‘싸이월드 한컴타운(이하 한컴타운)’ 베타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한컴타운은 싸이월드와 연동되는 메타버스 플랫폼이다. 당초 한컴은 싸이월드 애플리케이션 내에 한컴타운 앱을 연동하는 방식으로 출시하고자 했다. 하지만 싸이월드가 출시를 재차 미루면서 한컴타운만 웹 기반으로 먼저 출시하게 됐다.

아직 서비스를 출시하지는 않았으나, 싸이월드는 그동안 NFT를 주요 차별점으로 내세웠다. 아이템이 NFT화되므로 추억의 싸이월드와는 다르며, 해당 NFT를 메타버스인 한컴타운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싸이월드의 NFT 사업은 확장성도, 기술력도 뚜렷하지 않다. <디지털데일리>는 싸이월드 운영사인 싸이월드제트 측의 답변을 토대로 싸이월드 NFT 사업의 전망을 예측해봤다.

◆싸이월드, 무엇을 NFT화할까?

우선 싸이월드에서 NFT화될 예정인 아이템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싸이월드에 입점하는 기업들이 발행하는 NFT, 그리고 회원들이 발행하는 NFT다.

무엇이 NFT로 발행되냐는 질문에 싸이월드 관계자는 “싸이월드의 NFT는 다양하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NFT를 지향한다”고 답했다. 이어 “(싸이월드에 입주하는) 게임사들은 게임 아이템을, 엔터테인먼트사는 아티스트의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NFT를 준비하고 있다”며 “회원은 누구나 자신의 미니미를 NFT로 등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의 경우 IBK기업은행, 메가박스, GS, 삼성카드 등이 싸이월드와 연동되는 한컴타운 입점을 확정한 바 있다. 제휴 기업의 범위가 게임사, 엔터사 등으로 확장되면 해당 기업의 서비스 및 IP를 활용한 NFT를 발행하고, 싸이월드의 메타버스 안에서 유통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싸이월드 관계자는 제휴를 논의 중인 제과업체를 예로 들었다. 해당 제과업체는 ‘고객과 함께 하는 NFT’라는 콘셉트로 NFT 발행을 준비 중이다. 회원들이 해당 제과업체의 상품 사진을 싸이월드 속 사진첩에서 찾고, 추억을 공유하는 콘셉트로 NFT를 발행하게끔 하는 프로젝트다.

회원 역시 NFT를 발행하는 주체다. 회원은 자신의 미니미나 오래된 사진첩 속 사진, 다이어리 포스트 등을 NFT화할 수 있다. 저작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점에 대해 싸이월드 관계자는 “당연히 회원이 동의한 포스트만 NFT화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고 답했다.
싸이월드 유튜브 화면 캡처.
싸이월드 유튜브 화면 캡처.
◆싸이월드 내에서 유통 및 거래…완전한 국내 중심, 부족한 확장성

이 같은 싸이월드의 NFT 발행 계획이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판단하려면 메타버스 내에서 NFT가 필요한 이유부터 짚어봐야 한다. 싸이월드가 곧 메타버스인 만큼, 원조 싸이월드랑 차별화되려면 메타버스 내 NFT의 장점을 살려야 한다.

최근 메타버스는 경제활동의 무대가 되고 있다. NFT는 이 경제활동을 가능하게 해주는 메타버스 내 재화다. NFT에 대한 소유권과 거래기록이 모두 블록체인 상에 남기 때문에 특정 재화가 내 아이템임을 증명할 수 있다. 또 회원 간 거래도 원활하게 가능하다. 구매가보다 더 높은 가격으로 NFT를 재판매하는 것도 가능하며, 이더리움(ETH) 같은 가상자산으로 거래되기 때문에 거래소에서 현금화도 할 수 있다.

이런 NFT 장점이 구현되려면 NFT 관련 사업에 확장성이 있어야 한다. 우선 싸이월드 내 NFT를 다른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사용할 수 있거나, 글로벌 단위로 활발히 거래해야 NFT의 가치가 상승할 수 있다. 싸이월드 내 NFT들이 싸이월드 밖에서도 가치 있게 팔려야 ‘메타버스 내 재화’라는 강점을 살릴 수 있다는 얘기다.

또 제휴사를 최대한 많이 끌어들여 초반에 가치 있는 NFT를 확보해야 한다. 유명 브랜드 IP를 활용한 NFT가 높은 가격에 팔리는 경우가 많아서다.

싸이월드의 경우 ‘제휴사 확보’라는 과제는 이뤘지만, 시장이 완전히 국내 중심이다. NFT는 글로벌 단위로 거래되는 게 장점이지만, 싸이월드 NFT의 수요층은 ‘원조’ 싸이월드를 추억하는 국내 사용자들뿐이다.

더불어 싸이월드 안에서만 유통되고 거래된다. 한컴 측은 한컴타운을 다른 메타버스 플랫폼과 연동되는 ‘오픈 메타버스’ 형태로 발전시킨다고 했으나, 싸이월드 출시 후 한동안은 싸이월드 내에서만 NFT를 거래할 수 있을 전망이다. 다른 NFT 및 메타버스 프로젝트에 비해 확장성이 떨어지는 셈이다.

NFT 거래에 쓰이는 기축통화는 싸이도토리(DOTR)가 될 예정이다. 이 점 역시 확장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싸이도토리는 해외 거래소 디지파이넥스에만 상장된 가상자산으로, 가상자산 투자자들이 일반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가상자산은 아니다.

다만 이는 싸이월드의 첫 번째 디앱(DApp, 탈중앙화 애플리케이션) 프로젝트를 표방하는 싸이클럽 측이 밝힌 것이다. 기축통화가 무엇이 될지는 싸이월드 서비스 출시 이후에야 정확히 알 수 있다.

NFT 거래에 쓰이는 기축통화가 싸이도토리가 맞냐는 질문에 싸이월드 관계자는 “싸이도토리에 관한 것은 답변하기에 미흡한 부분이 많다”며 답변을 피했다.
싸이월드 내 기축통화를 표방하는 싸이도토리 프로젝트.
싸이월드 내 기축통화를 표방하는 싸이도토리 프로젝트.
◆어떤 블록체인 기반인가…‘제안 검토 중’이라는 싸이월드의 모호한 기술력

NFT 사업 성공에 있어 중요한 또 하나는 기술적 기반이다. 어떤 블록체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NFT를 발행하고 유통할 것인지는 기술력 면에서도, 커뮤니티 면에서도 중요하다. 플랫폼에 따라 해당 NFT 프로젝트를 위한 커뮤니티의 규모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솔라나 블록체인 기반의 NFT 프로젝트가 솔라나 지지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식이다.

어떤 블록체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NFT를 발행하냐는 질문에 싸이월드 관계자는 “블록체인 플랫폼들은 많은 제안들이 있어서 논의 중에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오픈 예정이었음에도 불구, 아직 어떤 플랫폼을 쓸지 확정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런데 싸이월드를 위한 블록체인 플랫폼을 표방하며 개발되고 있는 프로젝트가 있다. ‘싸이메타버스체인’으로, 싸이클럽 측이 내세운 블록체인 플랫폼이다.

싸이클럽이 가상자산 공시 업체 쟁글에 공시한 바에 따르면, 싸이월드 내 기축통화를 표방하는 ‘싸이도토리’ 프로젝트가 블록체인 플랫폼 ‘싸이메타버스체인’을 개발한다. 가상자산 싸이도토리(DOTR)는 우선 이더리움의 토큰 발행 표준 ERC-20를 기반으로 발행됐지만 추후 싸이메타버스체인의 메인넷이 나오면 이 메인넷 기반으로 전환될 예정이다. 싸이클럽은 음성 기반 소셜미디어 서비스로, 싸이메타버스체인의 디앱 파트너사다.

계획은 밝혔으나 싸이클럽 측이 공개한 싸이메타버스체인 메인넷의 출시 시점은 2023년 하반기다. 무려 2년이나 남았다. 결국 싸이월드가 자체 블록체인 플랫폼인 싸이메타버스체인을 기반으로 NFT를 발행하기 위해선 2년이나 걸린다는 뜻이다.

그 전에 싸이월드는 어떤 블록체인 플랫폼을 선택할 것인지, 또 NFT 발행 툴은 어떻게 제공할 것인지 명확히 해야 한다. 출시 예정일에도 이를 밝히지 않았다는 점에서 싸이월드 NFT의 기술적 기반이 여전히 모호하다.

박현영
webmaster@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