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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 인사이트] 은행 점포의 놀라운 디지털 혁신… 그러나 진짜 난관은 지금부터(上)

박기록
KB국민은행이 지난 13일부터 운용에 들어간 점포내 화상상담창구
KB국민은행이 지난 13일부터 운용에 들어간 점포내 화상상담창구
[디지털데일리 박기록 논설실장] 우리 주변에서 매년 은행 점포가 사라지고 있다. 지난해 국내 은행의 점포수는 총 6405개로 지난 2019년 6709개에 비해 304개 감소했다. 집계는 아직 안됐지만 올해도 점포 감소는 지속되고 있다. 아울러 ATM(현금자동입출금기)의 역할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폐쇄된 304개 점포들은 주로 시중 은행 점포(238개)들이다. 일반 고객의 점포 방문이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음을 반영한다. 특수은행들은 업무 고유의 특성상 무인화, 비대면화가 어려워 22개 폐쇄에 그쳤다.

오프라인 채널을 대표하는 은행 점포의 비효율화는 사실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20년이 다돼가는 해묵은 고민이다. 더구나 최근에는 대형 은행을 중심으로 모바일 기반의 강력한 ‘통합금융플랫폼’들이 속속 선보이고 있다. 디지털에 익숙한 고객이라면 사실 기존 은행 점포보다 훨씬 폭넓고 편리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은행은 사라져도 은행 업무는 남는다’는 화두는 여전히 불변이다. 아무리 e뱅킹이나 셀프뱅킹으로 은행 서비스의 기능이 대체되고 있다해도 은행 직원이 수행할 수 밖에 없는 고유한 업무는 존재한다. 이 때문에 화상상담창구의 설치와 같은 은행 점포의 디지털 혁신은 어떤 형태로든 역동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2021.12.13) KB국민은행 화상상담창구
(2021.12.13) KB국민은행 화상상담창구

◆은행 점포의 ‘화상상담 창구’ 확산… 의미가 큰 이유

신한은행에 이어 최근 KB국민은행, 우리은행 등이 ‘화상상담’서비스를 골자로 하는 점포의 디지털 혁신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주로 점포수가 많고 기존 리테일 고객 규모가 큰 대형 은행들이다.

물론 점포 전략과 관련해선 모든 은행들이 일관된 방향으로 동참하지는 않고 있다. 국내 5대 은행중에서는 상대적으로 NH농협은행과 하나은행이 디지털 점포 전략에선 과거부터 다소 보수적인 입장이다.

농협은행은 전국 단위의 전통적인 고객층을 고려해 급격한 디지털 점포 혁신에 대해서는 전략적으로 속도를 조절해왔고, 하나은행은 오프라인 전략보다는 온라인에 상대적으로 더 힘을 쏟는 행보를 보여왔다.
은행 점포의 화상상담 서비스는 몇가지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점포의 생산성 증대외에 기존 은행 점포 직원들을 향후 ‘비대면 상담 직원’으로 전환해 은행 내부 인력의 생산성을 다시 끌어올릴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은행의 디지털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전세계적으로 은행원들의 고용불안이 커지고 있는데 이같은 화상상담 직원으로의 전환은 어느정도 해결 방안이 될 수도 있다.

코로나19라는 팬데믹을 겪으면서 형성된 비대면이라는 시대적 조류, 그리고 기술적인 진화측면에서도 이는 자연스러운 전개다.

최근 은행들이 다양한 형태로 도입하고 있는 ‘AI 뱅커(Banker)’는 아직 사람을 대체할 수 없는 수준이다. AI 뱅커는 아직 점포의 안내 데스크의 역할에 머물고 있다. 또한 언젠가는 기능이 좋아져 은행원의 역할을 100% 맡긴다 하더라도 여전히 법적인 문제가 남는다. 인공인간이 제공하는 금융상담서비스의 법적 책임 소재때문이다.

‘불완전판매’와 같은 금융사고의 위험에 대해서는 대응을 하겠지만 만약 금융 상담의 내용에 오류가 있거나 결과적으로 고객에게 손해를 끼쳤을 경우에 그 책임을 AI 인공인간을 원천 설계한 기업에 물어야하는지, 이를 운용하는 은행에 물어야하는지 복잡한 선결과제가 남아 있다.

◆화상상담 창구, 어떻게 운용되나, 기대효과는?

일단, 은행들이 화상상담서비스를 도입한 1차 목적은 점포의 혼잡도 개선이다. 그 다음이 업무 기능의 확장이다. 기존 은행 점포에 별도의 1~2개의 독립 부스를 만들어 고객이 원하면 화상으로도 상담이 가능한 구조다. 주요 은행들은 업무 혼잡도가 높은 점포를 중심으로 화상상담시스템을 시범 운영한 뒤 확대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전략이다.

화상상담서비스를 도입하는 은행들은 저마다 도입 배경이 조금씩 다르지만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같다. 비대면 환경에 대응하고, 어떤 형태로든 점포 생산성을 기존보다 획기적으로 높이겠다는 것이다.

신한은행은 1년전인 지난해 11월, 국내 은행권에서는 처음으로 화상상담서비스를 시작했다. 서울 서소문 지점에 설치한 ‘디지택트’ 1호점이 그 시작이다. 신한은행은 점포의 혼잡도를 분산시키려는 목적외에 금융상품 투자 상담, 각종 세무 및 부동산 등 난이도가 높은 금융 업무가 필요한 고객들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
지난 13일, 전국 10곳을 시작으로 화상상담서비스에 들어간 우리은행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은행은 ‘디지털 데스크’로 명명한 원격 화상상담창구를 통해 화상 상담직원으로부터 일반 창구 수준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예적금 신규, 각종 신고, 대출상담 등이 가능하다. 신규 계좌개설시 고객의 얼굴과 스캔된 신분증 대조, 신분증 진위여부를 확인하기 때문에 금융실명제의 문제는 없다. 내년 1월부터는 OTP. 보안카드 등 실물 증서 발급업무도 가능하다.
우리은행은 향후 본점 세무 및 부동산 전문가와의 전문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디지털데스크를 점차 고도화할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세무 및 부동산 등 고품질의 화상상담 서비스는 예약제로 시행하고 있으며, VIP고객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2020.11.24 신한은행이 선보인 '디지택트 브랜치' 1호점(서소문). 고객은 2평 남짓한 부스에서 은행 직원과 전문적인 화상 상담이 가능하다. <사진: 신한은행>
2020.11.24 신한은행이 선보인 '디지택트 브랜치' 1호점(서소문). 고객은 2평 남짓한 부스에서 은행 직원과 전문적인 화상 상담이 가능하다. <사진: 신한은행>
KB국민은행도 지난 13일, 5개 점포에 부스를 설치해 ‘KB 화상상담 서비스’에 들어갔다. 신분증 촬영, 비밀번호 확인 등 비대면 실명확인 절차를 통해 상담뿐만 아니라 금융상품 가입까지 가능하다.

국민은행 혁신추진부 관계자는 “점포를 일괄적으로 바꾸는 것은 아니고 혼잡한 점포 중심으로 업무 부하를 줄이는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민은행 역시 향후 인터넷뱅킹, KB스타뱅킹까지 화상상담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며 예·적금 신규, 신용대출외에 금융투자상품 등으로 업무 범위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첫번째 고민, ‘화상 상담 인력’ 어떻게 확보하나

화상상담서비스는 기존의 금융 콜센터(컨텍센터)와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오프라인 업무의 수평적 전환이란 점에서 의미를 가진다.
물론 화상상담시스템을 활용한 점포 혁신은 10년전 광풍이 불었던 ‘스마트 브랜치’ 때처럼 소리만 요란한 용두사미로 끝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그래도 그때와 비교하면 고객들은 비대면에 많이 익숙해졌으며 디지털화에 대한 친숙도도 높아졌기 때문에 화상상담창구가 예상외로 붐빌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된다면 당장 고민해야하는 것이 금융 상담 인력의 확보다. 지금은 은행마다 5~10여개 정도로 시범 운영중이지만 향후 상용화를 통해 전국 각 점포에 2~3개씩 화상상담부스를 설치한다고 가정한다면 이는 얘기가 달라진다.

이럴 경우, 이론적으로 한 은행당 수백개의 화상상담 창구를 운용할 수도 있게 된다. 화상 상담은 디지털 방식이긴하지만 본질적으로는 기존 창구 업무처럼 직원과 고객간의 1대1 응대로 이뤄질 수 밖에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느정도 대기시간 등을 고려하더라도 은행 본점 차원에서도 적지않은 상담 인력이 대기해야한다.

만약 이같은 활성화에 대비해 금융 상담 인력을 어떻게 육성하고 운용할 수 있는지 은행들은 어떤 복안을 가지고 있을까.
<사진>우리은행
<사진>우리은행

이와 관련 우리은행 채널전략부 관계자는 “(추후 활성화됐을 때) 상담 인력을 어떻게 배치할 것인가는 아직 확답을 내놓을 단계는 아니다”면서도 “일단은 시범 사업을 지켜보면서 방안을 강구하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공식화하지는 않았지만 국민은행의 복안은 좀 더 구체적이다. 기존 점포 인력을 상담직원으로 재배치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일종의 화상상담센터를 서울 본점 또는 각 주요 거점에 마련해 전국 각 점포에서 올라오는 화상상담콜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복안이다.

물론 전국에 산재한 직원들이 서울 및 특정 거점 지역으로 출퇴근하기 용이치 않기 때문에 중앙집중화가 아닌 점포별 직원용 화상상담창구를 마련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즉,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점포의 직원들이, 점포내 설치된 ‘직원용 화상상담’부스에 들어가 전국에서 오는 화상 콜을 분산해서 응대하는 방식이다. 이럴 경우, 국민은행 전체적으로 은행 업무의 혼잡도를 줄이고, 동시에 직원들의 생산성도 높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은행이 화상상담 인력을 풍부하게 확보해 수요에 효과적으로 응대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 1차적인 과제다. 그러나 사실 이는 큰 고민은 아니다. 점포의 생산성만 올릴 수 있다면 얼마든지 상담 인력을 늘리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없다.

은행권의 보다 근본적인 고민은 역설적이게도 이같은 화상상담시스템을 중심으로 한 점포 혁신에 대해 ‘이것이 과연 혁신인가’라는 질문에 여전히 명쾌한 해답이 제시될 수 없다는데 있다.

화상상담창구 서비스가 당장은 혁신적으로 보이지만 이는 결국 투자대비이익(ROI), 즉 본격적으로 ‘가성비’의 문제까지 세밀하게 따져봐야 결론을 내릴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박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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