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블록체인의 반전…테라 기반 디파이 예치금, '세계 2위' 된 배경은?
[디지털데일리 박현영기자] 국내 기업이 개발한 블록체인 플랫폼 ‘테라’의 성장세가 매섭다. 특히 탈중앙화금융(De-fi, 디파이) 분야에서 성장세가 두드러지면서 디파이 시장에선 이더리움에 이은 2위 블록체인 플랫폼으로 올라섰다.
20일 디파이라마(Defillama)에 따르면 테라 기반 디파이 서비스들의 예치금 규모는 177억달러(21조 700억원)로, 이더리움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기존에는 디파이 분야에서 이더리움의 대항마로 불리던 바이낸스 스마트체인이 2위였으나, 최근 테라 기반 디파이 서비스들이 급성장하면서 바이낸스 스마트체인의 예치금 규모를 넘어섰다.
디파이 서비스의 규모는 통상 예치금액 규모(Total Value Locked, TVL)로 따진다. 예치금 규모가 크다는 것은 그만큼 테라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는 디파이 서비스들의 규모가 크고, 테라로 많은 돈이 몰리고 있음을 의미한다. 디파이 서비스들의 규모가 클수록 많은 거래가 일어나고, 테라 생태계가 활성화될 수 있다.
테라 블록체인은 스테이블코인 테라와 테라 가치 안정화를 위한 토큰 루나(LUNA)의 기반이 된다. 테라 생태계가 활성화될수록 루나 및 스테이블코인 테라의 수요도 늘어나는 구조다. 때문에 루나 가격도 지난주에 비해 31% 가량 상승한 상태다. 현재 루나의 글로벌 시가총액 순위는 9위다.
국내 기업이 개발한 블록체인이 이처럼 매서운 확장세를 보인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때문에 테라 기반 디파이 서비스에 돈이 몰리게 된 요인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는 앵커프로토콜이다. 테라 기반 디파이 생태계의 특징은 특정 서비스의 점유율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앵커프로토콜이 테라 기반 디파이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42.35%에 달한다. 이더리움에서 가장 예치금 규모가 큰 커브가 12.86%를, 바이낸스 스마트체인에서 팬케이크스왑이 33.29%를 차지하는 것과 비교하면 훨씬 더 점유율이 높은 편이다. 앵커프로토콜이 테라 기반 디파이의 성장세를 크게 견인한 셈이다.
앵커프로토콜은 루나(LUNA) 토큰과 같은 가치를 가지는 유동화된 토큰 ‘bLUNA’를 담보로 테라 스테이블코인인 UST를 빌릴 수 있는 서비스다. 일반 가상자산을 유동화된 토큰으로 바꾸고, 이 유동화된 토큰을 담보로 스테이블코인을 빌릴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UST는 미국 달러에 1:1로 연동되는 스테이블코인이다.
다른 블록체인 기반 디파이 서비스의 경우, 담보로 맡기면 한동안 락업(보호예수) 기간을 거쳐야 한다. 반면 앵커프로토콜은 ‘bLUNA’같은 ‘b에셋’ 개념을 도입해 맡긴 자산도 유동화할 수 있다는 혁신적인 기능을 내세웠다.
앵커프로토콜에는 UST를 맡기고 이자를 받는 서비스도 있다. 9일 기준 이자율은 19.32%로 기존 금융 서비스와 비교하면 매우 높은 편이다. 또 UST로 앵커프로토콜 자체 토큰인 ANC를 구입하는 것도 가능하다. ANC 역시 맡기면 이자를 받을 수 있다. 즉 하나의 서비스 안에서 대출을 받고, 대출 받은 자산으로 이자를 받는 게 모두 가능하다. 이 같은 특징으로 앵커프로토콜의 예치금 규모는 크게 늘어났다.
이외에도 ▲디파이의 탈중앙성을 지지하는 투자자들이 스테이블코인 중 UST를 택하기 시작한 점 ▲브릿지 기술을 통해 루나(LUNA)를 다른 블록체인 플랫폼으로 옮길 수 있는 점 등이 테라 기반 디파이 성장세에 영향을 미쳤다.
탈중앙화 스테이블코인을 선호하는 가상자산 지지자들이 중앙화된 스테이블코인인 USDC나 테더(USDT), 바이낸스USD(BUSD) 보다 UST를 선호하면서, UST가 쓰이는 디파이 서비스들이 성장했다는 설명이다.
또 테라는 ‘테라 브릿지’를 통해 루나를 이더리움이나 바이낸스 스마트체인으로 옮길 수 있게 지원한다. 브릿지란 서로 다른 블록체인 간 자산 교환을 돕는 기술이다. ‘웜홀’이라는 브릿지를 사용하면 테라 블록체인 상에서 보유하던 루나 및 UST를 이더리움, 바이낸스 스마트체인, 솔라나 같은 주요 블록체인 플랫폼으로 전송하는 것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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