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2021 ICT 10대뉴스-上] ‘통신가치’ 중요성 일깨운 KT 장애·NFT 열풍

백지영
2020년이 코로나19에 대항하며 생존을 걱정하는 시기였다면, 2021년은 팬데믹(대유행)을 극복하면서 ‘뉴노멀’ 시대로 전환되는 해였다. 2년에 걸친 코로나 팬데믹은 우리의 일상과 산업 지형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라 오프라인에서의 활동이 제약받으면서 ICT 기술은 이를 극복하기 위한 주요 수단으로 자리잡았고,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비대면(언택트) 시대는 새로운 문화가 됐다. 기술패권 경쟁이 더욱 심화되고, 디지털 전환은 전 사회로 확산되는 과정에서 ICT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이에 <디지털데일리>는 올해 국내 ICT 산업에 의미와 과제를 던져준 사안을 중심으로 10대 뉴스를 선정했다. <편집자 주>

[디지털데일리 편집국 종합] 코로나 팬데믹 상황 속에서도 올해 ICT 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역동적이었다.<디지털데일리>는 각 분야별 전문가 및 전문기자들의 의견을 중심으로 ‘2021년 ICT 산업, 10대 뉴스를 다음과 같이 선정했다. ▲통신 가치 중요성을 깨우친 KT 인터넷 장애 ▲가상자산 시장 휩쓴 NFT 열풍 ▲네이버·카카오, 한층 젊어진다 ▲10년 시행돼왔던 ‘강제적 셧다운제’, 최종 폐지 ▲LG엔솔-SK이노, 배터리 특허 소송 2년 만에 ‘종지부’ ▲1년 내내 부족했던 반도체…총성 없는 전쟁 발발 ▲LG전자, 스마트폰 사업 ‘끄고’…전기차 ‘켜고’ ▲‘오징어게임’으로 대박난 넷플릭스…글로벌 OTT 잇단 진출 ▲유난히 뜨거웠던 메타버스 열풍 ▲2년째 이어진 코로나19, 비대면 일상 지속 등이다. 10대 뉴스의 의미를 2회에 걸쳐 정리한다.

◆통신 가치 중요성을 깨우친 KT 인터넷 장애=올해 10월25일 KT 전국망이 마비됐다. 유무선 통신장애가 발생한 것이다. 전국 곳곳에서 비대면 회의와 강의가 중지됐고, 식당들의 결제포스(POS)가 먹통이 됐다. 전국적 재앙의 원인은 라우팅 설정 입력어 과정에서 ‘exit’ 명령어를 누락한 단순 실수였다. 새벽에 해야 할 작업을 주간에 했고, 관리자가 자리를 비운 사이 일이 벌어졌다. 기본 원칙을 잊은 총체적 인재(人災)였다. 당초 KT는 사고 원인에 대해 디도스 공격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가 입장을 번복해 더 논란을 사기도 했다.

정부와 KT는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는 비난은 피할 수 없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네트워크 안정성 대책 TF’를 구성해 재발 방지책을 준비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피해 보상 강화를 위해 통신3사 약관을 들여다보는 중이다. KT는 가입자·소상공인을 대상으로 보상안을 발표했지만, 체감 피해 대비 미흡하다는 쓴소리를 듣고 있다. 장애 발생일부터 약 한달간 KT로 접수된 민원은 2만2000건에 달한다. KT는 현재 추가 보상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단 입장이다.

◆가상자산 시장 휩쓴 NFT 열풍=대체불가능한 토큰(Non-Fungible Toekn, 이하 NFT)이 올 한해 가상자산 시장을 휩쓸었다. 올해 NFT 거래액은 1년 새 170배 이상 늘었다. NFT란 토큰 1개의 가격이 일정한 일반 가상자산과 달리, 토큰마다 고유 가치를 지니는 것을 말한다. 때문에 게임 아이템, 디지털 예술품 등 디지털 세상 속 재화에 희소성을 부여하는 데 활발히 쓰인다. 소유권과 거래기록은 모두 블록체인에 투명하게 기록된다.

NFT 시장은 게임과 예술, 크게 두 가지 분야로 분류된다. 게임 아이템을 NFT로 제작하면 거래기록과 소유권을 블록체인 상에서 증명할 수 있을뿐더러, 기술적으로 연동돼있을 경우 해당 게임 밖으로 아이템을 가지고 나가는 것도 가능하다. 무엇보다 이더리움(ETH) 같은 일반 가상자산으로 NFT를 거래하고, 이를 현금화하는 ‘플레이 투 언(Play to Earn, 게임으로 돈 벌기)’이 가능하다.

예술 분야에서도 NFT의 역할은 크다. 그동안 복제 위험 때문에 디지털로 제작되기 힘들었던 예술품이 NFT를 통해 디지털 세상으로 들어올 수 있게 됐다. 2022년에도 NFT 시장의 성장은 계속될 전망이다. 국내에서도 위메이드를 비롯해 넷마블, 컴투스, 엔씨소프트 등 대형 게임사들이 모두 NFT 적용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 예술 분야에서도 서울옥션 자회사인 서울옥션블루, 카카오의 블록체인 자회사 그라운드X 등이 NFT 아티스트들을 활발히 모집 중이다. 아울러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도 SM, JYP, 하이브 등 대형 엔터사들이 일제히 NFT 굿즈 발행을 계획 중인만큼 성장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네이버·카카오, 한층 젊어진다=네이버와 카카오가 40대의 젊은 대표를 전면에 내세운다. 네이버는 1981년생 최수연 책임리더, 카카오는 1977년생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를 내정했다.
파격적 네이버 인사 배경으로는 지난 5월 발생한 인사사고가 꼽힌다. 여기에 위로는 글로벌 빅테크와 경쟁하고, 아래로는 카카오 등 국내 기업 추격을 허용해 양쪽에서 도전받는 상황이다. 이에 젊은 쇄신으로 글로벌 경영 체계를 탄탄히 할 방침이다.

네이버와 달리, 카카오는 여민수 공동대표 연임을 통해 안정감도 꾀했다. 류영준 대표는 카카오 초기부터 함께해 기업 이해도가 높고, 카카오페이를 개발하며 기업공개(IPO)까지 해냈다. 류영준 대표가 카카오 사업 다각화에 나선다면, 기존 대표인 여민수 대표는 카카오가 그간 지적받은 사회적 문제 해결을 책임질 것으로 보인다.

◆10년 시행돼왔던 ‘강제적 셧다운제’, 최종 폐지=자정 이후 청소년에게 인터넷게임 제공시간 제한을 뒀던 ‘강제적 셧다운제’가 지난 11월 최종적으로 폐지됐다. 앞서 지난 2011년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는 청소년들이 온라인게임으로 인해 일상생활을 하지 못하거나 사망에 이르는 상황이 발생하자 강제적 셧다운제를 도입 후 시행했다.

그러나 이는 실효성이 없다는 평가를 줄곧 받아오며, 10년간 국내 게임산업을 위축시킨 대표적인 규제로 꼽혀왔다. 이번 폐지로 인해, 내년 1월1일부터는 누구나 자정을 넘긴 시각에도 온라인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됐다. 대신 가정에서 자율적으로 시간을 선택해 미성년자 자녀에게 게임 플레이를 지도해야 하는 ‘게임시간 선택제’가 본격 시행된다.

◆LG엔솔-SK이노, 배터리 특허 소송 2년 만에 ‘종지부’=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지난 4월 2년여에 걸친 배터리 분쟁을 마무리했다. 양사 갈등은 2019년 표면화했다. LG에너지솔루션 임직원 SK이노베이션 대량 이직이 방아쇠다. LG에너지솔루션은 ‘SK이노베이션이 기술탈취를 위해 임직원을 빼갔다’고 여겼다. SK이노베이션은 ‘직업선택의 자유’라고 맞섰다. LG에너지솔루션이 2019년 4월 소송을 걸자 SK이노베이션도 맞소송을 냈다.

평행선을 달리던 양사 대결이 전환점을 맞은 것은 지난 2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LG에너지솔루션의 손을 들었다. SK이노베이션의 영업비밀침해를 인정했다. SK이노베이션 배터리 등을 10년 동안 미국에 수입하지 못하도록 했다.

양사는 ITC 판결에 대한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 결정 하루를 앞두고 전격 합의를 발표했다. SK이노베이션이 총 2억원의 합의금을 LG에너지솔루션에 주는 조건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재무구조 개선 효과를 봤다. 내년 1월 기업공개(IPO)를 실시할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은 불확실성을 해소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10월 배터리를 분사 SK온을 출범했다. 최재원 SK 수석부회장이 경영진에 합류했다.
백지영
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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