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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고용보험②] 대리기사 ‘음지’로 향할라…기업 부담도 팽배

최민지

정보기술(IT)이 발전하면서 일자리 환경도 급격하게 바뀌고 있다. 대리운전기사와 배달기사는 노동자와 자영업자가 명확히 구분되던 전통적 고용 구조에 포함하지 않는 대표적 ‘특수고용직·플랫폼 종사자’들이다.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있던 이들도 새해부터 사회안전망에 들어오게 된다. 하지만 그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다. 산업계에서 우려하는 지점과 이유를 살펴본다. <편집자 주>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전국민 고용보험 로드맵에 따라 내년 1월1일부터 대리운전기사도 고용보험 확대 적용 대상으로 포함된다. 당장 모레부터 정책이 바뀌지만, 정부는 아직 현장에서의 우려를 불식시키지 못하고 있다.

이제 대리운전기사도 사업자와 1개월 이상 노무 제공 계약을 체결해 월 보수액 80만원 이상을 받는다면, 고용보험료를 내야 한다. 80만원 이상 133만원 미만이라면, 대리운전기사는 고용보험료로 9310원을 부과해야 한다. 133만원 이상일 경우, 월 보수총액에 0.7%를 곱한 값을 내면 된다. 80만원 미만이라면 고용보험료 기사 부담분은 없다.

보험료율은 1.4%로, 노무제공자와 사업자가 각각 절반씩 부담하는 방식이다. 내년 7월1일부터는 보험료율은 1.6%로 상향될 예정이다. 만약, 1개월 미만 계약을 맺었다면 월 보수액과 관계없이 고용보험이 적용된다.

이와 관련해 대리운전 플랫폼 업계는 부작용을 염려하고 있다. 대리운전기사 상당수는 전업으로 활동하기보다는 부업 또는 취업 전에 잠깐 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부업 기사들에게 소득을 노출하게 해 보험료를 똑같이 부담하게 한다 해도, 실직해야만 혜택을 볼 수 있는 구조”라며 “플랫폼 실태조사를 보면, 배달기사 부업 비율은 17.7%인 반면 대리운전 기사 부업 비율은 57.1%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소득이 필요한 신용불량자와 취약계층인 분들도 상당수다. 이들에게 가입을 강제할 경우, 80만원 고용보험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법적 보호 장치가 미비하거나 불법으로 운영되는 대리운전 업체로 일부 대리운전기사들을 내몰 수도 있다는 우려다. 정부조차 대리운전시장 현황을 모두 파악하지 못할 정도로, 다양한 사업자들이 산재돼 있다.

다만, 대리운전기사를 전업으로 한다면 실직 위험에 대비해 고용보험이 필요하다. 이에 선택적으로 가입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놔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상황은 대리 중개 플랫폼 사업자에게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일단, 기사 수 확보에서 손해를 본다. 정부는 두루누리 사업을 통해 영세업체 전화대리 기사에게 일부 보혐료 감면혜택을 부여한다. 하지만, 이같은 혜택은 카카오모빌리‧티맵모빌리티와 같은 대리 중개 플랫폼 업체를 이용하는 대리운전기사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실제 대부분 대리운전 기사는 전화대리 및 플랫폼 사업자 호출(콜)을 동시에 사용하고 있다. 사업장 기준으로만 구분하게 되면서, 대리 중개플랫폼을 이용하는 기사는 소득에 상관없이 이러한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된다.


또한, 사업자가 고용보험 관련 행정적 부담을 떠안게 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카카오모빌리티와 티맵모빌리티 등 대리운전기사 플랫폼 사업자는 공지를 통해 변경되는 고용보험 적용 정책을 안내했다. 보험료 산정에 있어 고용보험공단은 대리운전기사들이 보다 많은 실업급여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한기준 보수액 133만원으로 책정했다. 실업급여는 하한기준 보수액의 60%를 지급하는 만큼, 79만8000원 이상 실업급여를 지급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로 인한 보험료 상승 혼란을 피할 수 없다.

예를 들어, 하한기준 보수액이 80만원 기준일 때 보험료는 약 5600원이지만 133만원 기준일 경우 보험료는 약 9310원이다. 하한보수 기준액을 133만으로 설정하면서, 80만~133만원 구간 소득을 올리는 대리운전 기사는 약 2배 이상 보험료를 더 낼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구간별 보험료 차이와 관련해 현장에 홍보와 알림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로 인한 민원처리와 문의는 플랫폼 사업자의 몫이다.

업계 관계자는 “고용보험 관련한 행정적 고충을 온전히 사업자가 떠안게 될 가능성이 높다”며 “기사들을 이해시키는 과정이 전개됐다 하더라도, 구간별 정산으로 원청징수 방법도 복잡해졌다. 고스란히 사업자가 행정적 부담을 지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피보험자 관리에 대한 의무를 플랫폼에 부과했음에도 개인정보 취급에 대한 법률 정비와 전산도 미비한 상황”이라며 “기업이 따로 전산 투자와 인력 운용 및 유지를 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고 강조했다.

개인정보 취급 문제도 있다. 고용보험 신고는 개인정보와 관련됐다. 대리 중개 플랫폼 기업은 고용보험 신고를 직접 하지 않고 위탁한다. 직접 대리운전기사 등 개인정보를 보유할 의무가 없어, 모든 개인에게 다시 동의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법률상으로는 개인정보를 어떻게 취급해야 하는 지 명확히 규정되지 않아 1월 법 시행에 맞춰 민감정보 관련법을 개정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리기사 중 외국인 근로자 등록번호나 체류자격 등도 수집해야 하는데, 이 역시 말끔히 해결되지 않았다”며 “정보 자체를 취급하고, 엑셀로 옮겨 문서화 하는 행정적 부담도 크다”고 부연했다. 또 “플랫폼 사업자들은 고용보험 관련 시스템 구축도 촉박한 시일로 완성하지 못한 상태”라며 “정부가 세수 확보를 위해 고용보험 확대 자체에만 몰입하고, 현장을 제대로 둘러보지 못한 것 아니냐”라고 비판했다.

고용노동부는 전산 구축 미비 상황 등을 감안해 과태료를 부여하지 않는 집중 신고 기한을 운영할 계획이다.

고용노동부 측은 “시행 초기엔 혼란 있을 수 있다는 걸 안다. 집중 신고 기한이 언제까지인지는 시행령이 선포되는 오는 31일 발표하겠다. 먼저 적용하고 있는 예술인 대상으로는 1년 가까이 유지했고, 먼저 고용보험 적용된 특수고용직들은 6개월 전부터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대형 플랫폼사는 별도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으며, 프로그램 마련 전까지 엑셀이나 수기로 제출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렇게 신고해도 정부 쪽에선 무리 없이 진행할 수 있다”며 ”정부 자체적으로 플랫폼에 소속된 업체 수를 조사하지는 지만, 고용보험 의무화가 시작되면 대리기사 소득 정보를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점차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최민지
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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