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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아직은 걸음마지만'…VR기술로 구현된 메타버스 세상

박세아

[디지털데일리 박세아 기자] 우리 집 부엌에는 어떤 모양의 타일이 어울릴까. 직접 시공을 하지 않고도, 여러 매장을 둘러보지 않아도 터치 몇 번으로 다양한 타일을 적용한 내 부엌을 볼 수 있다면?

6일 오전 기자는 찬바람을 맞으며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까지 약 982평 규모 한샘디자인파크 마포점에 도착했다. 외관상 다른 가구 매장과 큰 차이가 없어 보여 괜히왔나 후회한 것도 잠시, 곳곳에 녹아든 정보통신기술(ICT)을 체험하며 흥미로운 시간을 보냈다. 이곳은 가구업체 한샘이 3D, 가상현실(VR), 메타버스 등 각종 디지털 기술을 적용해 홈인테리어에 필요한 정보를 가상으로 체험할 수 있게끔 조성한 첫 매장이다.

기자의 눈에 가장 먼저 띈 곳은 360도 VR체험존이었다. 키친앤바스 매장에서는 VR스튜디오를 통해 전국 매장을 둘러볼 수 있게끔 조성돼 있었다. 키오스크에서 구경하고 싶은 매장이나 제품을 선택하면 대형 스크린에 화면이 나오는 방식이다. 이 화면을 터치하거나 드래그를 통해 화면 속 공간을 가보지 않고도 간접적으로 구석구석 체험해 볼 수 있다.

발걸음을 몇 발자국 옮겨 발견한 곳은 부엌 공간이었다. 이 곳은 부엌 벽면에 부착하는 타일을 가상으로 체험해볼 수 키친 컬러링 존으로, 키오스크에서 타일 패턴을 선택하면 전면에 설치된 가상 타일 디스플레이에 그대로 적용된다. 소비자는 이를 통해 선택한 타일과 공간의 어울림 등을 감안할 수 있다. 오프라인 매장의 단점을 보완하는 수단으로써 IT가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체험할 수 있었다.

도어 존/박세아 기자
도어 존/박세아 기자

전국 매장 중 몇 곳 밖에 설치되지 않았다는 도어 샘플 비교존도 샘플을 직접 키오스크 위에 올려놓으면, 전면의 화면에 해당 도어를 활용한 공간 인테리어가 눈앞에 펼쳐진다. VR기술이 가공과 추상을 뜻하는 메타화를 이끌고 있는 모습이었다. 실물보다 가상으로 체험할 수 있게끔 IT를 적용해 굳이 여러 매장을 돌지 않아도 공간에 어울리는 제품을 선택할 수 있게끔 만들어 놓은 것이다.

매장 관계자는 "키친 컬러링존의 경우 매장에 적용된 지 1년도 안된 기술"이라며 "고객들이 시각적으로 디자인의 장단점을 파악할 수 있어 호응이 좋다"고 설명했다. 또 "도어 샘플 비교존은 전국 매장에서 몇 곳 없다"며 "고객들이 직접 많은 도어 샘플을 만져보고 인테리어까지 엿볼 수 있어 선택시 도움을 받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다른 공간에서는 마음에 드는 붙박이장을 당겨서 꺼내면, 화면에 해당 붙박이장을 활용한 공간인테리어가 보여지기도 했다. 겹겹이 정렬된 도어 측면에 큰 스크린을 통해, 도어만 봤을때 어떻게 인테리어를 할 지 상상하기 어려운 사람들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느껴졌다. 두 가지 도어를 한 번에 꺼내면 이미지와 금액 등 정보가 동시에 보여 비교 분석하는데 도움이 될만한 기술적용으로 보였다. 디지털 소파 전문존과 디지털 매트리스 체험존에서는 제품에 대한 정보를 화면과 음성으로 제공한다. 재질과 스프링 강도를 직접 확인할 수 있게끔 조성됐다.

3D 설계 프로그램으로 3차원 가상 공간을 구현해 집안 리모델링에 필요한 인터레어와 가구, 소품 등을 미리 설계해 볼 수도 있다. 대체로 매장 곳곳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오프라인 공간의 한계를 뛰어 넘으려고 했다는 점에서 합격점을 줄 만 했다.

VR스튜디오/박세아 기자
VR스튜디오/박세아 기자

다만, 이러한 기술 체험이 아직까지 진정한 의미의 메타버스 체험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3D설계 프로그램은 있지만, 헤드셋 방식의 증강현실 디스플레이 기기(이하 HMD) 기반의 몰입형 메타버스 플랫폼까지는 아니어서다.

메타버스 기술 업체의 한 관계자는 "사실상 HMD 연동을 통해 조금 더 몰입할 수 있는 메타버스 플랫폼 도입은 공간 제약, 디바이스 준비 등으로 인해 시간이 조금 걸릴 수 있다"며 "기술구현은 가능한 상태지만, 아직 여러 상황적 제약에 따라 3D시뮬레이션 정도 수준을 요구하는 업체가 많다"고 언급했다.

한샘 관계자는 "고객 집의 설계도면을 끌어와 3D 설계프로그램으로 3차원 가상공간을 구축하고, 이 안에서 각종 가구나 소품을 배치하는 형태는 메타버스 세계에 한층 더 가까워진 모습"이라며 "향후 해당 기술을 적용할 매장을 늘려나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박세아
seeall@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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