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전지현의 굴욕?… 그런 논리면 이순신 장군도 굴욕인가
[디지털데일리 임재현기자] 모양이 비슷 비슷한 몇 개의 사과 그림을 NFT로 만들어 경매에 붙였다고 가정해 본다.
“사과 그림 값이 거기서 거기겠지” 라고 대충 생각했지만 가격은 예상외로 천차만별이다. 물론 대부분의 그림들은 몇천원, 몇만원에 불과했지만 유독 하나의 그림이 수십억원을 호가한다.
알고보니 그럴만 했다. 만유인력의 법칙 발견에 영감을 줌으로써 인류를 근대 과학의 길로 인도한 뉴튼(1642~ 1727)의 사과였던 것이다.
법으로 정해놓은 적도 없고, 정교한 사회적 합의가 있었던 적도 없지만 우리가 통상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NFT의 가치(가격)는 작품에 어떤 의미를 부여할 것인가로 결정된다.
NFT 뿐만 아니라 모든 예술품의 가격이 매겨지는 근본 원리가 그렇다. 물론 NFT를 2차 예술품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단순한 디지털 가치 저장 방식의 하나로 볼 것인가는 좀 더 지켜봐야한다.
지난달 27일과 28일 업비트 NFT 마켓에서는 최근 종영된 드라마 ‘지리산’의 주인공 서이강(전지현 분)과 강현조(주지훈)를 픽셀(점) 아트로 표현한 NFT 작품이 경매에 올라 화제를 모았다.
화제가 모아졌던 이유는 경매 가격이 예상보다 크게 낮았기 때문이다. 서이강을 그린 카드는1만9,916원(0.000378btc), 강현조의 카드는 1만8,653원(0.000354btc)에 각각 낙찰됐다.
최근까지 업비트 NFT에서 팔린 작품 중에서 유독 저렴했고, 더구나 앞서 다른 예능과 드라마 장면의 NFT 경매에서 높은 가격에 낙찰된 것과 대조적이었다.
앞서 ‘지리산’ 속 여러 등장인물을 그린 ‘지리산 3 픽셀 히어로 마스터 카드’가 585만원에 낙찰된 바 있고, MBC가 선보인 ‘무한도전’의 ‘무야호~’ NFT가 950만원, ‘복면가왕’에서 개그맨 신봉선의 놀라는 액션을 그린 ‘상상도 못 한 정체’ NFT는 300만원에 판매된 사례와 비교하면 그렇다.
또 이 결과를 두고 일각에선 ‘NFT시장의 거품이 꺼진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왔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부터다.
다수의 언론들이 이 소식을 전하면서 난데없이 드라마 주인공인 전지현을 다른 연예인들의 NFT 경매가와 비교하면서 가격 서열화가 나왔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신봉선에도 밀린 전지현의 ‘굴욕’ 이라는 황당한 논리적 비약이 나와버린 것이다. 결론적으로 본인들 의사와 무관하게, NFT 액면 가격으로 비교당했다. 두 연예인 모두가 피해자다.
드라마가 기대에 못미치는 시청률로 흥행에 실패했고, 그래서 관련한 NFT 경매 가격도 상대적으로 흥행이 저조했다는 선에서 해석됐으면 무난했을 것이다.
그런데 애꿎게 NFT에 소재로 등장하는 연예인을 가격 비교하면서 엉뚱하게 ‘인물 대 인물’ 비교로 주객이 전도돼 버린 것이다.
오만원권 화폐의 인물이 신사임당이고, 백원 동전에 새겨진 인물은 이순신 장군이다. 이는 마치 화폐의 단순 액맨가만 비교해 놓고 ‘이순신의 굴욕’이라고 말하는 꼴이다. 참고로, 이순신 장군이 모델이 채택된 것은, 100원 동전이 국민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화폐이며, 이 때문에 더욱 많은 사람들이 민족의 영웅을 기리고 민족 정신을 함양하기위한 차원이다.
NFT(Non-Fungible Token)는 말 그대로 ‘대체불가토큰’이다. 그리고 세상에 단 하나만 존재하기 때문에 ‘비교불가토큰’이기도 하다.
이번 사안은 NFT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됐다. NFT는 저마다 고유한 가치와 스토리를 가지고 있으며, 또 그것에 대한 평가는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한다. 불필요한 NFT 가격 비교를 통해 굳이 불편한 논란을 만들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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