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신년기획/웹 3.0⑤] a16z부터 해시드까지…VC들은 왜 웹 3.0에 투자할까?

박현영

2022년 블록체인‧가상자산 산업의 최대 화두는 ‘웹 3.0’입니다. 차세대 웹 환경을 의미하던 ‘웹 3.0’은 블록체인 기술을 만나 ‘탈중앙화 웹’으로 통용되고 있는데요. ‘웹 3.0’ 서비스를 표방하는 블록체인 프로젝트들도 갈수록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에 <디지털데일리>는 총 5회에 걸친 신년기획을 통해 웹 3.0 시대를 조명합니다. 웹3.0의 개념, 웹 3.0이 일으킬 혁신과 이에 대한 비판에 대해 다룰 예정이며 웹 3.0 구현을 위한 필수 구성 요소로 대체불가능한 토큰(NFT), 탈중앙화 자율조직(DAO) 등도 함께 다룹니다.<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박현영기자] 블록체인 분야 벤처캐피탈(VC)인 갤럭시 디지털이 지난 7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가상자산‧블록체인 스타트업에 들어간 VC 자금은 330억달러(39조4185억원)로 역대 최대다.

갤럭시 디지털은 VC 투자금을 분야 별로 분류하고 웹 3.0과 탈중앙화자율조직(DAO), 대체불가능한 토큰(Non-Fungible Token, 이하 NFT), 메타버스를 한 분야로 묶었다. 해당 분야에 투자된 금액은 전체 자금의 17%에 달한다.

NFT가 웹 3.0 프로젝트들의 콘텐츠이고, DAO가 웹 3.0 프로젝트들의 조직 형태임을 고려하면 웹 3.0 분야 스타트업에 상당 자금이 들어갔다는 얘기다. 웹 3.0이 올해 가상자산‧블록체인 분야 주요 화두인 만큼 해당 분야에 들어가는 자금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해 가상자산·블록체인 스타트업에 투자된 VC 자금 중 17%가 웹 3.0/NFT/DAO/메타버스 분야에 들어갔다./출처=갤럭시 디지털(Galaxy Digital) 리서치
지난해 가상자산·블록체인 스타트업에 투자된 VC 자금 중 17%가 웹 3.0/NFT/DAO/메타버스 분야에 들어갔다./출처=갤럭시 디지털(Galaxy Digital) 리서치
◆“사용자, 더 나은 인터넷 누려야” 웹 3.0에 주목하는 VC들

그렇다면 VC들은 왜 웹 3.0 분야에 주목할까?

웹 3.0에 가장 적극적인 VC는 앤드리슨호로위츠(a16z)다. a16z는 웹 3.0 전담 조직을 꾸리고 관련 프로젝트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a16z는 전담 조직 설립 배경을 밝히는 글에서 “우리는 더 나은 인터넷을 누릴 자격이 있다”며 “사람들은 자신의 디지털 라이프를 스스로 컨트롤할 수 있어야 한다. 그 해결책은 웹 3.0”이라고 설명했다.

크리스 딕슨 (Chris Dixon) a16z 파트너는 ‘왜 웹 3.0이 중요한가(Why web3 matters)’ 글을 통해 웹 3.0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이유를 밝혔다. 그는 웹 2.0과 비교했을 때 웹 3.0의 발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딕슨 파트너는 “웹 2.0 시대는 중앙화된 서비스로 이뤄졌다. 서비스에서 발생하는 가치는 구글, 애플, 아마존, 페이스북 같은 대기업에 귀속됐다”며 중앙화된 서비스들이 어떤 사이클을 갖고 있는지 설명했다.

딕슨에 따르면 구글, 페이스북 같은 중앙화 서비스들은 초반에 사용자와 크리에이터, 개발자, 기업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마케팅을 활발하게 한다. 네트워크 효과를 만들어내기 위함이다.

이후 해당 서비스들은 전형적인 ‘S커브’를 그리게 된다. S커브는 기업이 ‘성장세-가파른 성장세-성장정체’ 단계를 거치며 진화한다는 개념이다. 네트워크 효과가 나타나면서 빠르게 늘던 사용자 수는 정체기에 진입하고, 서비스를 지속하기 위해 기업은 사용자로부터 데이터를 빼내야만 한다고 딕슨 파트너는 설명했다.

이와 달리 웹 3.0 기반의 탈중앙화 서비스들은 사용자들이 서비스에서 발생하는 가치의 일부분을 소유할 수 있도록 한다. 소유의 매개체는 토큰이다. 일반 가상자산과 NFT 모두 해당한다.

예를 들어 탈중앙화 거래소(DEX) 유니스왑은 거버넌스토큰을 발행한 후 토큰의 15%를 초기 사용자에게 지급했다. 딕슨 파트너는 해당 사례를 예로 들며 “이런 인센티브 지급 모델은 웹 3.0 업계에서 매우 흔하다”고 강조했다. 웹 3.0 기반 서비스들은 사용자에게 가치를 어느 정도 돌려준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토큰은 서비스 참여자들이 네트워크 확장과 토큰 가치 향상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노력하게끔 한다”며 “서비스의 가치가 기업에게 귀속되고, 기업이 오히려 사용자와 싸워야만 했던 중앙화 서비스들의 문제를 해결한다”고 밝혔다. 사용자의 데이터를 빼내 서비스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게 아니라, 사용자로 하여금 가치를 창출하도록 하고 그 가치를 사용자와 배분함으로써 성장한다는 얘기다.

다른 블록체인 업계 VC들도 비슷한 의견을 내놓는 추세다. 국내 블록체인 VC이자 아시아 최대 크립토펀드인 해시드도 지난 3일 공식 트위터를 통해 비슷한 전망을 내놨다.

김서준 해시드 최고경영자(CEO)는 “2022년은 웹 3.0의 새로운 시대가 될 것”이라며 “오픈거버넌스를 기반으로 하는 탈중앙화된 조직들이 중앙화된 조직들보다 훨씬 더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성호 해시드 파트너도 “웹 3.0 프로젝트들이 대규모 거래량을 처리하기 위해 더 나은 인프라를 갖추게 되면서 다른 기업들도 웹 3.0 인프라를 채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사용자에게 가치 배분? VC가 다 가져간다” 비판도
웹 3.0 프로젝트들의 이익이 대부분 VC에게 돌아감을 지적한 트윗.
웹 3.0 프로젝트들의 이익이 대부분 VC에게 돌아감을 지적한 트윗.
이처럼 VC들의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웹 3.0 기반 서비스들도 성장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있다. 웹 3.0 서비스의 핵심은 사용자들에게 가치를 배분하는 것인데, 그 가치가 대부분 VC들에게 돌아간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지적은 지난달 잭 도시 트위터 창업자가 웹 3.0을 비판하는 트윗을 올리며 이슈화됐다.

잭 도시 창업자는 “VC들이 웹 3.0을 소유하고 있다”며 웹 3.0 프로젝트들도 결국 지분 투자한 VC들 때문에 중앙화된 성격을 갖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개인 사용자의 주권을 내세운 프로젝트들도 VC들의 투자를 받아야 사업을 제대로 시작할 수 있기 때문에, 결국 VC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돌아갈 것이란 얘기다.

반면 웹 2.0 서비스인 트위터로 큰 돈을 번 잭 도시 창업자가 이 같은 비판을 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반박도 나왔다.

트위터를 비롯한 웹 2.0 서비스들은 사용자들에게 가치를 돌려주지 않는 만큼, 조금이라도 돌려주는 웹 3.0 서비스들이 낫다는 주장이다. 해당 서비스들이 발행한 토큰 대부분이 VC들에게 가더라도, 사용자들에게 일부분이라도 간다면 그것 역시 ‘가치 배분’이라는 얘기다. 트위터에선 자신이 실제로 돈을 번 블록체인 기반 게임이나 서비스를 공유하며 잭 도시에 반박하는 물결이 일기도 했다.

박현영
webmaster@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