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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블리자드 인수]③ ‘시너지’일까, ‘미스매치’일까

이종현
마이크로소프트(MS)가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인수했습니다. 정보기술(IT) 업계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M&A)입니다. 인수자인 MS, 피인수자인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 배경과 인수로 인한 영향 등을 살펴봤습니다.
[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MS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는 여러모로 파격적이다. IT 업계 최대 규모라는 점을 제치고서라도, 자사가 보유한 지적재산권(IP)와의 ‘팀킬’ 내지는, ‘미스매치’ 논란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엑스박스의 인기 IP 헤일로는 1인칭 슈팅 게임(FPS, First Person Shooter) 분야서 ‘콜오브듀티’와 양대산맥으로 꼽힌다. 경쟁 IP인 두 게임은 유저층을 공유하고 있다. 실제 2012년 액티비전 블리자드가 매물로 나왔을 당시 MS가 유력 인수 후보로 떠올랐으나 콜오브듀티의 경쟁 IP인 헤일로가 있는 탓에 무산된 바 있다.

액티비전에 콜오브듀티가 있다면 블리자드에는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 ‘워크래프트’, ‘오버워치’ 등 IP가 포진해 있다. 지금은 라이엇의 ‘리그오브레전드’에 밀렸다지만 블리자드의 게임들은 한국에서 ‘국민게임’이라고 불릴 만한 인기를 누렸다. 여전히 신작 발표 때마다 많은 기대가 모인다.

다만 PC 게임이라는 특성상 MS 게임의 무대인 콘솔 시장과는 접점이 적다. 최근 콘솔이나 모바일 등으로 확장 중이긴 하나 블리자드 게임의 정체성은 PC 게임이라는 것이 유저층의 주된 의견이다. MS는 엑스박스라는 콘솔에 집중하면서 PC 게임의 주도권은 밸브 코퍼레이션의 ‘스팀’이 쥐고 있는 상태다.
한때 조롱의 상징이었던 디아블로의 모바일 게임, '디아블로 이모탈'. 올해 출시 예정이다.
한때 조롱의 상징이었던 디아블로의 모바일 게임, '디아블로 이모탈'. 올해 출시 예정이다.

2018년 블리자드의 연례 게임 행사 ‘블리즈컨’에서 ‘디아블로 모바일’을 발표했을 당시 참가자는 ‘철지난 만우절 농담인가’라고 비판했다. 해당 질문에 발표를 진행하던 개발자가 농담삼아 답변한 내용 ‘여러분은 스마트폰도 없나요?(Do you guys not have phones?)’은 ‘님폰없’으로 아직도 회자되는 인터넷 밈(Meam)으로 자리 잡았다.

모바일 게임의 경우에는 더욱 의문부호가 붙는다. 과거 MS의 침체기는 IT 시장의 흐름이 PC에서 모바일로 전환된 데 있다. PC OS 시장은 MS가 독점하고 있지만 모바일의 경우 구글의 ‘안드로이드’와 애플의 ‘iOS’가 양분하고 있다.

콘솔에 집중돼 있는 MS의 전통적인 게임 사업 부문은 PC·모바일 중심의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 캔디크러쉬 등 IP와 시너지를 기대하기 어렵다. 콜오브듀티 등 콘솔 인기 IP의 합류는 반길 만하나 헤일로 등 기존 IP와 충돌해 역 시너지가 날 수도 있다.

액티비전 블리자드가 안고 있는 문제도 있다. 액티비전 블리자드는 사내 성차별·성희롱 논란에 휩싸인 상태다. 남성 직원들이 근무 시간에 게임을 하며 여성 직원에 업무를 떠넘기고, 성폭행에 대한 공개적인 음담패설을 해왔다는 내용이다. 극단적 선택을 한 여성 직원의 누드 사진을 돌려봤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여성 직원이 보수, 승진 등 인사에 대한 불이익을 겪었다는 고발도 있다. 액티비전 븝리자드 측은 공식 성명을 통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으나 내부 직원들은 파업과 함께 회사 대응을 규탄하는 공동 성명도 진행하는 등 내홍을 겪는 중이다.

논란이 지속되자 바비 코틱 액티비전 블리자드 최고경영자(CEO)는 “회사의 초기 대응이 귀머거리 수준(Tone Deaf)이었다”며 개선을 약속했다. 바비 코틱 CEO는 2020년 1억5460만달러(약 1843억원)의 연봉도 6만2500달러(약 7400만원)로 감액해서 받는 연봉삭감안도 발표했다.

이와 같은 도덕적 해이 논란에 더해 IT 업계 최대 규모라는 인수가액 역시 MS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의 등장 원인이다.
이종현
bell@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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