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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산업읽기③] 대한민국, ‘우주 지각생’에서 ‘떠오르는 별’ 이 되다

신제인
누리호 발사 현장 (출처:한국항공우주연구원)
누리호 발사 현장 (출처:한국항공우주연구원)
[디지털데일리 신제인 기자] ‘우주는 매우 어두웠습니다. 그러나 지구는 푸르렀습니다. 모든 것이 잘 보입니다.’

1961년 4월12일, 세계 최초의 우주비행사 소련의 유리 가가린이 우주에서 지구를 내려다보며 지구와 교신한 말이다.

비록 34세의 젊은 나이에 사고로 생을 마감했지만 가가린의 저 지극히 평범하고 직관적 표현은 오히려 감동적이다.

당시 극심한 동서 냉전, 이념 전쟁이 극에 달했던 시대지만 체재의 우월성을 선전할 겨를도없이 인간이 처음 마주한 우주와 지구를 이렇게 표현한 것이다.

아직 지극히 큰 여백이 남아 있는 백지 상태에서 그려지고 있는 우주산업이다. 이제 도전에 나서고 있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어쩌면 실패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아니라 담대하게 한발 한발 전진하는 용기일 것이다.

◆우주 산업 생태계에 성공하기위한 조건들

선진국들이 일찌감치 뛰어든 우주 산업에서 한국은 ‘지각생’이다. 미국은 이미 민간 기업이 주체적으로 우주여행 상품을 판매하는 뉴 스페이스 시대로 도약하고 있는 단계이지만 한국은 아직 정부 주도형으로 진행되고 있다. 또한 투자분야도 아직은 위성산업에 국한된 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우주산업이라는 하나의 산을 정복하려면, 거기까지가지위한 발사체와 엔진, 각종 부품과 소재 등 워낙 많은 부분에 막대한 개발 비용이 들어간다. 이런 사정때문에 아직은 민간 기업의 모험적 투자에만 기댈 수 없는 탓이다.

물론 우주산업과 관련한 모든 부품을 국산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천문학적인 투자 금액을 자랑하는 미국 조차도 아예 그런 생각을 하지는 않는다. 미국이 쏘아올린 위성 로켓 부품및 소재의 최소 50% 이상은 EU, 일본 등 해외로 부터 수입한다.

우주산업도 경제성을 무시하고 추진될 수는 없다. ‘규모의 경제’(Scale of Economy)가 철저하게 요구되는 분야다. 또한 우주산업은 방산산업의 다른 말이기도 하다. 얼마든지 발사체와 위성, 각종 통신장비 등은 군사적 목적으로 순식간에 전환이 가능하기때문이다.

따라서 우주산업은 산업적으로도, 국제 정치적으로도 매우 민감한 영역이다. 우주산업이 제대로 균형있게 성장하려면 국가간 협력이 무엇보다 원활해야하고 궁극적으로 국가의 외교 역량 역시 중요한 요소다. 우주산업 생태계를 지탱하는 ‘글로벌 공급망’은 국가간 외교력이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진설명> 2022년1월9일, NASA 우주비행사 카일라 배론(Kayla Barron)은 국제 우주정거장 큐폴라 내부 창에서 밖을 바라보고 촬영한 고요한 우주 <출처: NASA>
<사진설명> 2022년1월9일, NASA 우주비행사 카일라 배론(Kayla Barron)은 국제 우주정거장 큐폴라 내부 창에서 밖을 바라보고 촬영한 고요한 우주 <출처: NASA>

◆거대한 우주 산업 생태계, 국제 분업화 불가피… 한국 기술력 세계 5위

한국과학기술평가원은 지난 2020년 기술수준평가보고서를 통해 '위성체·발사체·지상장비 제작 부분' 과 '위성서비스및 위성탐사기술' 부문에서 국내 기업의 우주 기술수준은 전세계 5위 수준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조사에서 한국은 미국, EU, 일본, 중국의 뒤를 이었다. 그러나 냉정하게 평가하면 아직 갈길이 멀다. 종합적으로 보면 4위인 중국과의 격차도 컸으며, 선도국인 미국에 비해서는 아직 절반 정도의 기술 수준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그럼에도 세계에서 한국의 우주 산업 성장 가능성은 높은 편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정부가 주도하는 위성 산업 분야에서 국내 기업들은 큰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다.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중심으로 우주산업 경재력를 강화해나가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선택과 집중의 전략이다.

지난해 10월21일, 누리호 발사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발사체의 심장이라고도 할 수 있는 엔진부품을 자제 개발해 납품했다. 1단 엔진을 러시아에서 수입했던 기존 나로호와는 확실하게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이외에 한국항공우주(기체조립), 한화시스템(진동저감부품, 통신서비스), LIG넥스원(수신단말기) 등의 대기업들이 정부 발주 사업에 참여하는 형태로 우주 사업을 영위 중이다.

◆지상장비 부문 유망, “외국과의 기술격차 크지 않아”

작년 12월, 우리금융경영연구소가 낸 '우주산업 현황과 국내 밸류체인 점검'이란 주제의 보고서(작성자 성지영 수석연구원)에서 “현재 국내 기술 수준이 선도 국가의 60%에 불과하나 밸류체인 별로는 위성체 제작이나 위성서비스에 비해 지상장비업체(통신 중계기, 안테나 포함)의 실적 개선세가 보다 양호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 보고서는 “지상장비업체는 상대적으로 기술격차가 크지 않고, 글로벌 업체의 벤더로 참여하고 있어 캐치업(catch-up)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국내 위성시스템 제작 전문기업 세트렉아이 위성 장비
국내 위성시스템 제작 전문기업 세트렉아이 위성 장비

이 보고서는 위성체·발사체 제작 부문도 우리 나라의 기술 수준이 높은 편이나 아직까지 해외시장 진출 사례가 없는 반면 국내 지상장비 업체들은 글로벌 기업에 벤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인텔리안테크놀로지, 쎄트렉아이는 글로벌 초고속 위성통신 기업 원웹등에 밴더로 등록돼 있다.

한편 국내 우주산업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면서, 국내 주요 우주산업 상장기업의 시가총액(2021년 12월말 기준)은 2020년 초 대비 42.3%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KOSPI) 상승률 36.8%를 상회한 수치다. 보고서에 따르면, 부문별로 지상장비가 132%, 위성체제작 37%, 위성서비스가 30% 상승했다. 특히 지상장비 밴더 기업인 인텔리안테크놀로지와 세트랙아이는 190%나 급등하기도 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측은 “실적개선이 예상되는 지상장비업체와 시장확대 가능성이 큰 위성서비스 분야의 유망기업을 발굴하고 투자하는 노력을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신제인
jan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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