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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새보이는 일본 전기차(EV)시장… 외산 자동차 브랜드들 “지금이 절호의 기회”

박기록
[디지털데일리 박기록 논설실장] 전통적으로 외국 기업들이 일본의 가전 및 전자시장 만큼 뚫기 어려운 것이 일본의 자동차시장이다.

일본인들의 국산품 선호 현상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세월이 흐르고, 시대가 변하고, 세대가 바뀜에 따라 한 때 맹목적이기까지했던 그들의 의식에도 어쩌면 변화가 오고 있는 것일까.

로이터는 17일(현지시간) 일본발 기사에서 30세 젊은 여성이 혼다 전기차 대신 푸조의 ‘e-208’모델일 구매한 사례를 소개했다. “푸조가 한 번 충전으로 더 먼 거리를 갈 수 있다”는 게 그가 일본산이 아닌 외산 전기차를 선택한 이유의 전부다.

물론 전기차 구매시 1회 충전시 주행 거리는 매우 중요한 판단 기준이다. 하지만 ‘일본의 경우라면 좀 더 특별한 이유까지 충족시켜야 소비자들이 외산 전기차를 사지 않을까’하는 선입견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였다.

최근 현대차가 12년만에 EV를 앞세워 다시 일본 시장 재공략에 나선 시점과 맞물려 이는 매우 흥미롭게 읽히는 대목이다.

물론 로이터는 일본인들의 기존의 소비 패턴이 당장 크게 바뀌지는 않을 것 같다고 전했다. 하지만 미묘한 변화도 읽힌다.

현재 일본에서 연간 판매되는 500만대의 자동차 중 90%는 여전히 도요타, 혼다, 닛산 등 일본 국내 브랜드들이다. 그러나 소형 경차를 제외한 일본의 전체 자동차 판매는 2021년 3.2% 감소한 반면 외국산 자동차는 판매는 1.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특히 외산 자동차중 전기차 수입량은 8610대로 전년대비 3배 가까이 급증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에 수입된 외산 전기차의 약 50%를 테슬라(Tesla)로 추정하고 있다. 나머지 50%는 아우디, 푸조, 폭스바겐 등 유럽의 자동차 회사들이다.

아우디는 오는 2025년에 자사 전기차가 일본 아우디 판매의 3분의 1 또는 약 1만대 정도로 예상하고 있고, 폭스바겐은 올해 말까지 250개의 자체 쇼룸에 급속 충전기 설치를 확대할 계획다. 이밖에 미국의 자동차기업인 스텔란티스(Stellantis)도 올해 2가지 신모델을 출시해 일본 내 라인업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이같은 외산의 공세에 대응해 일본의 자동차회사들도 최근 EV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토요타는 오는 2030년까지 전동화에 8조엔(690억 달러)을 투자해, 전세계적으로 약 350만대의 전기차(EV)를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토요타의 현재 연간 자동차 판매의 약 3분의 1에 해당한다.

그러나 전체적인 구도에서 보면, 아직까지 전기차 경쟁력에서 볼 때, 다소 EV에 대응이 늦었던 일본의 자동차 회사들이 테슬라 및 유럽산 전기차들과 비교해 질적으로나 양쪽 모두 밀리고 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자동차에 대한 기초 기술력이 뛰어난 일본이 차츰 시간이 지나면 EV시장에서 경쟁력을 찾겠지만 현재까지의 글로벌 전기차 시장 판도로만 본다면 테슬라 등 기존 선발주자에 비해 분명히 역부족이다.

어쨌든 일본 자동차업계로서는 외국산 EV브랜드가 물밑듯이 들어오고 있는 지금이 어쩌면 가장 큰 위기일 수 있다.
본 소비자들이 국적을 불문하고 단순히 성능 좋은 전기차를 선택하는 기류가 크게 확산될 가능성은 물론 크지 않겠지만, 그나마 외산 자동차 메이커들에게는 어쨌든 지금이 일본 시장을 뚫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인식하고 있는 듯 보인다.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현대차의 일본 시장 재도전도 시기적으로는 적절해 보인다. 앞서 현대자동차는 5월부터 넥쏘(Nexo) SUV 수소 연료전지 EV와 아이오닉(Ioniq)5 중형 크로스오버 EV를 중심으로 일본 시장 공략에 나선다고 밝혔다.

로이터는 현대차가 성공을 위해 온라인 소셜 게임회사 데나(DeNA), 보험회사 솜포홀딩스(Sompo Holdings)가 운영하는 자동차 공유 서비스와도 제휴했다고 전했다. 일본의 철옹성 같은 벽을 뚫고 현대차가 의미있는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박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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