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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대선]② 이 공약, 空약 될라 : 전국민 무제한데이터 보장?

권하영
20대 대통령 선거가 오는 3월9일 열린다. 이에 앞서 주요 대선후보들 모두 대한민국의 비전을 담은 공약들을 하나 둘 발표하고 있다.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그 중에서도 우리나라의 미래 기반이 될 정보기술(IT) 산업에 대한 공약이다. 각 후보들이 내세우는 IT 분야 공약들은 천차만별로 갈라지고 있다. 이 가운데서는 다소 현실성이 부족해보이는 공약들도, 후보들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 논란의 공약들도 있다. 이에 디지털데일리는 ‘IT로 바라보는 대선’이라는 의미를 담아 [IT’s대선] 기획을 선보인다. 각 후보들의 주요 IT 공약을 면밀히 분석하고, 총 여섯 가지의 소주제 속에서 산업별 화두를 제시한다. <편집자 주>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우리는 휴대폰으로 뉴스나 동영상을 보면서 정보를 얻고, 모바일 메신저와 SNS를 통해 연락을 주고받는 시대에 살고 있다. KTX 탑승권 예매나 전자결제, 코로나19로 일상화 된 QR코드 방역패스까지 공공 서비스 이용도 필수다. 이번 대통령 선거를 통해 ‘데이터 이용 권리’에 대한 문제가 대두된 배경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지난해 11월 자신의 SNS에서 “새로운 데이터 이용 제도를 정립하겠다”며 “안심 데이터 도입을 위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을 2022년 내 완료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른바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공약 중 하나로, 기본 데이터 용량을 소진해도 일정 속도 데이터를 무제한 보장해주겠다는 것이 골자다.

이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변재일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지난달 해당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전기통신사업법에 ‘이동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전기통신사업자는 이용자의 최소한 이용권을 보장하기 위해 약정 데이터 양을 소진한 후에도 추가 요금 없이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는 조항을 신설한 것이다.

◆ 통신3사, 비(非)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는 1.6% 불과

그러나 일각에서는 공약의 실효성에 물음표를 던진다. 통신3사 요금제 중에서는 속도제어(QoS) 기반의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가 이미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어서다. 일부 공공 영역에서는 제로레이팅(데이터 무과금) 서비스도 이미 존재한다. ‘전국민’ 대상 공약을 표방했지만, 실질적으로 혜택을 받을 이용자는 극소수일 것으로 보인다.

실제, 디지털데일리는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3사 요금제 가운데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의 81%를 차지하는 LTE·5G 요금제를 분석해봤다. 그 결과, 전체 135개의 주요 요금제 가운데 최소 QoS 무제한 데이터를 제공하지 않는 상품은 21개(1.6%)에 불과했다. 이는 음성전용·세컨드기기·복지 요금제 등을 제외한 기준이다.

기본 데이터 소진시 제한적으로 제공되는 데이터 속도 역시 1Mbps 미만 요금제는 1.2%에 그쳤다. 1Mpbs 속도는 인터넷 검색과 카카오톡 메시지 전송 그리고 유튜브나 넷플릭스 등을 저화질로 시청할 수 있는 정도의 속도다. 통신사들이 별도의 속도제어 상품인 ‘안심옵션’을 통해 조절하는 속도가 200~400Kbps 수준이다.


◆ 대안이 없는 것도 아닌데…일괄 데이터 무제한 필요한가

일괄적인 데이터 무제한 제도보다는 공공 영역 제로레이팅 서비스 확대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지난해 과기정통부와 교육부가 통신3사와 협력해 EBS 등 주요 교육 웹사이트에 제로레이팅을 적용한 것이 대표 사례다. 통신사들은 이 밖에도 구직 사이트 데이터 이용료 면제, 명절 영상통화 데이터 무료 등 정책을 펼치고 있다.

통신 사각지대를 위한 통신비 지원 정책이 이미 있다는 점도 생각해 볼 문제다. 현재 과기정통부는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이동통신 요금을 감면하고 있다. 생계·의료급여·기초연금 수급자 등은 최대 2만6000원까지 기본 감면된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9월말 기준 요금 감면을 받고 있는 사람은 638만명에 이른다.

이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그동안 필요에 의해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이용해왔던 것을, 취약계층을 포함한 전국민이 데이터 부담 없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라면서 “논의 과정에서 제로레이팅 활성화 부분도 제시되긴 했으나, 좀 더 보편적인 통신비 인하 정책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 선심성 통신비 공약 남발, “공공재 취급” 사업자 반발 예상

사업자들은 반발이 예상된다. 통신업 역시 하나의 민간사업인 만큼, 대선후보의 공약에 따라 공공재처럼 취급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또한 전국민 안심 데이터를 도입하면 데이터 품질 유지 의무도 따라붙을 가능성이 큰데, 이 경우 사업자들은 또 다른 규제 부담을 안을 수 있다. 시스템 개발이나 서비스 운영에 미치는 영향도 따져봐야 한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선거철마다 선심성 통신비 인하 공약이 반복돼온 것이 사실이고, 이번 안심 데이터 공약 또한 그 연장선이라고 본다”며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콘텐츠제공사업자(CP)들의 서비스가 많아지면서 데이터 사용량도 앞으로 더 걷잡을 수없이 늘어날 텐데, 그때마다 매번 통신비를 인하할 것인지” 반문했다.

박소영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국민들의 데이터 사용이 일상화 되고 있는 만큼 데이터 안심 제도는 취약계층에 도움이 되는 긍정적 부분이 있다”면서도 “통신요금 규제 추이가 과거 인가제에서 신고제로 바뀌고 있는 상황에 사업자들의 자율적인 사업권을 제한하는 측면이 있어, 이들과의 협의가 필요하다”고 봤다.
권하영
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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