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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대선]② 이 공약, 空약 될라 : ‘확률형 아이템’ 공개 가능?

왕진화
20대 대통령 선거가 오는 3월9일 열린다. 이에 앞서 주요 대선후보들 모두 대한민국의 비전을 담은 공약들을 하나 둘 발표하고 있다.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그 중에서도 우리나라의 미래 기반이 될 정보기술(IT) 산업에 대한 공약이다. 각 후보들이 내세우는 IT 분야 공약들은 천차만별로 갈라지고 있다. 이 가운데서는 다소 현실성이 부족해보이는 공약들도, 후보들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 논란의 공약들도 있다. 이에 디지털데일리는 ‘IT로 바라보는 대선’이라는 의미를 담아 [IT’s대선] 기획을 선보인다. 각 후보들의 주요 IT 공약을 면밀히 분석하고, 총 여섯 가지의 소주제 속에서 산업별 화두를 제시한다. <편집자 주>

[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대선 후보들이 표심을 얻기 위해 선택한 공통 키워드 중 하나는 ‘게임’이다. 젊은 게임 이용자 표심을 사로잡겠다는 의중이다. 게임을 이용하는 이들은 게임사에겐 곧 소비자이기도 하다. 대선 후보들은 ‘확률형 아이템’에서부터 소비자 보호에 앞장서기로 했다.

게임업계는 확률형 아이템의 습득률 등 확률 정보를 자체적으로 공시하는 자율규제를 시행 중이다. 햇수로만 벌써 7년째다. 그러나 게이머는 강제성이 없는 자율규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법적 규제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와 단일화) 등은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정보를 게임사로 하여금 완전 공개하게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세워 젊은 세대 공감을 얻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 게임 관련 공약을 내세운 내용이 없다.

확률형 아이템이란 칼·창·방패 같은 아이템을 일정 확률로 뽑는 상품을 의미한다. 게임사 주요 수익모델이지만, 그간 지나치게 낮은 아이템 획득 확률과 조작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사행성을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윤 후보가 밝힌 확률형 아이템 정보 완전 공개 의무화 공약은 이 후보가 한 발 빨랐다. 이 후보는 지난해 12월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공약’에서 ‘게임이용자 권익 보호’ 공약을 내세우며 “게임사 확률 조작에 책임을 묻겠다”고 말한 바 있다.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도 이러한 입장을 천명한 바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지난해 12월 SNS를 통해 확률형 아이템의 정확한 구성 확률과 기댓값을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다중 뽑기인 '컴플리트 가챠'는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확률 조작을 적발하면 게임업체에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역시 확률형 아이템 관련 정보를 게임사가 완전히 공개하도록 의무화하고 일종의 '이용자위원회'를 조직, 게임사를 직접 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이들이 공약으로 아무리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를 내세워도, 게임사가 정작 능동적으로 움직여야 할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즉, 게임사가 자율규제를 이유로 버티기에 돌입하면 공약 자체도 무용지물이 돼 버린다.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 내용을 다루고 있는 규제 법안은 국회에서 현재 계류 중이다. 이상헌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020년 12월 확률형 아이템 표시 의무화 내용이 담긴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 전부개정안(이하 게임법 전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후보는 현재 계류 중인 개정안 법제화 지원을 약속한 상황이다.

다만 게임법 개정안에도 맹점이 있다. 해외 게임사는 국내법을 따르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해외 게임사를 국내법 사각지대에서 들여오기 위한 ‘국내대리인’ 지정 제도 개설을 명시해놨지만, 해당 제도로 해외 기업 제재에 성공한 사례는 없다. 현실적으로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만으로 이용자 보호를 체감할 수 있는 부분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법무법인 창과방패 오지영 변호사는 지난달 10일 열린 게임법 전부개정안 공청회에서 “게임 이용자의 신뢰를 100% 자율 공개만으로 담보할 수는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게임물관리위원회나 적절한 기관에 사후적으로 진실성 여부를 관리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왕진화
wjh9080@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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