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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남궁훈] 김범수 “잘 부탁한다”…두려웠지만, 임직원 ‘버프’로 일어났다

최민지
다음달 공식 취임하는 남궁훈 카카오 대표 내정자가 언론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대표 내정자가 취임 전 미디어 간담회를 연 것은 이례적이다. 위기의 카카오 구원투수로 나선 남궁 내정자는 임직원 등과 연일 소통 행보를 이어온 만큼, 이번엔 대외적으로 기업경영 목표와 방향을 공유하기로 했다. 남궁 내정자는 메타버스‧블록체인‧콘텐츠 등 다양한 신사업을 확장해 글로벌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고, 시장 신뢰 회복에 초점을 맞춘다.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꽤 오랜 시간 김범수 카카오 의장과 일을 해 왔다. 그 모든 시간을 합쳐, 지금 가장 위기에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대표 자리를 제안받은 첫 날, 고마우면서도 두렵고 원망스럽고 만감이 교차했다.”

24일 남궁훈 카카오 대표 내정자는 온라인 기자 간담회를 열고 김범수 의장으로부터 차기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제안받았을 당시를 회상하며 이같이 말했다.

남궁훈 내정자는 김범수 의장과 오랜 인연을 자랑한다. 남궁 내정자는 김 의장이 어려울 때마다 기꺼이 구원투수 역할을 해냈다.

1997년 삼성SDS 유니텔에서 남궁 내정자와 김 의장은 선후배 관계로 인연을 맺은 후, 김 의장이 삼성SDS를 나와 한양대학교 앞에 PC방을 차리자 남궁 내정자도 그를 따라서 퇴사하고 전국 PC방을 찾아다니며 요금 정산 프로그램을 영업했다. 1999년 한게임도 함께 창업했다.

‘애니팡’ 흥행을 이어갈 카카오게임하기 서비스 내 차기작이 부진하자, 김 의장은 남궁 내정자를 다시 불렀다. 남궁 내정자가 창업한 엔진은 다음 게임과 합병하며 카카오게임즈가 됐다. 카카오가 상생 리스크를 앓자, 남궁 내정자는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을 맡았다. 류영준 전 카카오 대표 내정자가 카카오페이 경영진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집단 매각 논란을 겪고 사임하자, 김 의장은 다시 한 번 남궁 내정자를 선택했다.

지난달 20일 카카오는 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 남궁훈 센터장을 단독대표 내정자로 보고했다. 남궁 내정자는 다음달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공식 대표로 선임될 예정이다.

최악의 상황에서 등판한 남궁 내정자 또한 두려움을 느꼈다. 임직원 지지를 받을 수 있을지, 위기를 잘 헤쳐갈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으로 가득찼다. 하지만, 이튿날 남궁 내정자 특유의 소통을 직원들과 이어가면서, 의심은 확신으로 바뀌었다.

남궁 내정자는 “둘째날부터 사내게시판에 전 임직원과 소통하면서 심경의 변화가 크게 있었다”며 “금요일 밤(1월21일) 9시경부터 자정을 넘어서까지 계속 직원들과 소통했다. 게시판이지만 채팅하듯 끊임없이 메시지를 주고 받았다. 그러면서 카카오에 애정 가득한 직원들이 많다는 것을 알았다”고 전했다.

이어 “그 과정 속에서 굉장한 용기를 얻었고, 이렇게 열정적인 직원들과 함께한다면 나도 잘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게임에서 말하는 소위 버프, 힘을 받았다”며 “임직원과 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선언적 메시지를 사명감을 갖고 남겨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떠올렸다.

이에 주가 15만원 회복이라는 목표를 제시하고, 달성 전까지 최저임금만 받기로 한 것이다. 남궁 내정자는 그 주 일요일(1월22일) 김 의장과 통화하며 공감대를 형성했고, 다음날 월요일(1월23일) 출근해 주요 경영진과 상의를 마쳤다.

차기 대표직을 건네 받은 남궁 내정자에게 김 의장은 “잘 부탁한다”고 말했고, 남궁 내정자는 “제가 알아서 열심히 해보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남궁 내정자는 카카오 서비스에 집중하면서, 사회공헌에도 노력을 기할 예정이다. 공동체얼라인먼트센터(CAC)는 계열사를 비롯한 공동체에 집중한다. CAC 내 사업적 영역은 김성수, 사회공헌적 측면은 홍은택 부회장이 담당한다.

관련해 남궁 내정자는 “카카오는 그동안 계열사 자율경영에 중점을 두고, 그 장점을 기반으로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작년부터 카카오에 대한 사회적 메시지 중 가장 많이 들리는 것은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부분”이었다며 “카카오도 문제의식을 느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접근”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게임업계 은퇴후 게임인재단을 운영하며 후학양성과 긍정적 사회 이미지 구축 역할에 무게감 있게 고민한 바 있다. 개인적으로도 관심이 많다”며 “카카오 내부에서도 나름의 스타일대로 사회공헌을 따로 준비하고 있고, 조만간 소개하겠다”고 전했다.
최민지
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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