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사용료 해부]②분쟁의 핵심 ‘계약 내용’, 다음 재판서 공개될까
[디지털데일리 강소현기자] 망 이용대가 분쟁을 심리 중인 재판부가 통신사업자(ISP)와 콘텐츠제공사업자(CP) 간 계약서를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 계약서에 망 이용대가의 유상성 혹은 무상성을 암시하는 내용이 담겼는지 직접 확인하겠다는 취지다.
관건은 계약서의 내용을 어디까지 공개할 수 있냐다. 통상 망 연동 당사자 간에는 비밀유지 계약을 체결하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계약서가 제출되면 계약에 대한 재판부의 해석에 따라 재판의 흐름도 변곡점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6일 서울고등법원 제19-1민사부는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제기한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 2심과 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 반환 소송의 첫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에서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는 과거 ISP와 CP 간 망 이용대가 계약이 이뤄진 바 있는지, 그 여부를 밝히는 데 집중했다.
넷플릭스는 어떤 국가에서도 망 이용대가를 지불하고 있지 않음을 강조했다. 과거 컴캐스트가 착신 독점력을 남용해 넷플릭스로부터 비용을 받았지만, 망 이용대가에 대한 반대 여론이 커지자 2016년부터는 계약 내용을 변경해 망 이용대가를 지급하고 있지 않다는 주장이다. 또 SK브로드밴드와 2015년 처음 계약할 당시에도 망 이용대가를 지급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SK브로드밴드는 국내외 CP 모두 자사에 망 이용대가를 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2015년 넷플릭스와의 계약 내용에 대해선 망 이용대가를 지급하라고 적히지도 않았지만, 망을 대가 없이 이용할 수 있다는 내용도 없다고 없다고 반박했다.
양측 주장이 엇갈림에 따라 재판부는 망의 유상성 혹은 무상성을 입증할 구체적인 자료를 2차 변론에서 제출해달라고 요구했다. 넷플릭스엔 ▲컴캐스트와의 현재 계약 상태와 ▲망 이용에 대해 당사자 사이의 구조상의 합의가 존재했다면 망 이용대가 혹은 연결상태 유지에 대한 기술 합의는 존재했는지에 대해 입증할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SK브로드밴드엔 국내외 CP로부터 망 이용대가를 지급받고 있다는 사실을 증빙할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업계에선 재판부가 망 이용대가 유·무상성 공방을 종식시킬 핵심 자료를 요구했다는 평가다. 다만 관건은 양측이 계약 내용을 어디까지 공개할 수 있냐다. 통상 망 당사자 간 계약은 기밀유지 협약(Non-disclosure agreement·NDA) 기반인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내용 공개에 한계가 있다.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는 타사와의 민감한 내용을 가리고 최대한 제출해보겠다는 입장이다. 양측이 재판부가 요청한 자료를 얼마나 성실히 제출하냐에 따라 재판의 향방도 달라질 전망이다.
제출한 자료에 대한 재판부의 해석도 관건이다. SK브로드밴드 측에 따르면 포괄적인 업무협약(MOU)의 형태로 망 이용대가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계약서에는 망 이용대가가 직접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다. 이에 대해 재판부가 어디까지를 망 이용대가 계약이라고 판단하냐에 따라 재판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SK브로드밴드는 미국 케이블TV업체 ‘차터 합병 승인의 건’을 들고나올 가능성도 있다. 2016년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유료방송 사업자인 차터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 가입자를 뺏기지 않기 위해 과금할 것을 우려해 7년 간 피어링 하는 사업자에 부당한 비용을 받지 말 것을 명령했다. 이 과정에서 제출된 합병인가명령서, 미 콜롬비아 연방 항소법원의 판결문 등 공문서를 통해 CP가 ISP에게 망 이용대가를 지불하고 있음이 간접적으로 드러났다.
업계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망 이용대가를 받았다, 안 받았다가 논란의 중심에 있지만 어느 누구도 서류로 입증하진 않았다”라며 “재판부가 요구하면서 공회전을 거듭하던 분쟁을 종식시킬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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