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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터지자 우크라이나가 ‘암호화폐’ 지갑 서둘렀던 진짜 이유

박기록
지난달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동부 접경지인 돈바스 지역을 침공하면서 시작된 전쟁도 이제 25일째 접어들고 있다.

러시아의 전격전에 밀려 수도 키이우(Kiev)가 손쉽게 함락될 것이라던 예상과 달리 우크라이나는 훨씬 격렬하게 저항하며 버티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이렇게 버틸수 있는 원동력은 국민들의 단결된 애국심이다.

이런 가운데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즈(FT)는 1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정부가 전쟁이 시작되자 ‘암호화폐’(Cyptocurrency)‘를 활용하는 아이디어를 처음에 생각해 낸 이유, 또 이를 이용해 군자금을 모으고, 더욱 효과적으로 활용하기위해 제도적 보완을 강화해 나가는 과정을 조명했다.

이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전쟁이 발발한지 이틀만에 암호화폐 활용을 강구했다.

우크라이나 디지털전환(혁신)부 미하일로 페도로프(Mykhailo Fedorov)장관이 알렉스 베르냐코프(Alex Bornyakov)차관에게 암호화폐로 지불할 수 있는 공식 정부 지갑을 만들도록 지시했다.

페도로프 장관은 전쟁이 시작되자 일론 머스크 CEO(최고경영자)를 비롯해 글로벌 IT기업 CEO들에게 러시아에 대한 IT지원을 중단할 것으로 요청하는 등 ‘디지털 전쟁’을 이끈 장본인이다.

페도로프 장관이 애초에 ‘암호화폐’ 결제 아디디어를 생각해 낸 것은 우크라이나에 군수품을 구매할 현금(돈)이 아예 없어서가 아니었다.

전쟁 물자를 조달(구매)하는데 있어, 현금 고갈이 빠르게 소진될 것이란 우려도 물론 있었지만 그 보다는 기존 전신환을 통한 은행 결제 프로세스로는 수취인에게 자금이 도달하는데 며칠씩 걸릴 수 있고, 그러면 필요한 물자를 확보하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우려가 컷다는 것,

반면 암호화폐 세계에선 몇 분이면 수취인 확인이 가능하고, 곧바로 필요한 물품을 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암호화폐의 장점을 활용해보자는 차원에서 시도한 것이다.

이렇게 우크라이나 정부가 암호화폐 아이디어를 빨리 도출해 낸 것은 전쟁 이전부터 암호화폐에 대한 높은 이해도가 축적돼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지난해 연구그룹인 체인애널러시스(Chainalysis)가 발표한 글로벌 지수 '암호화폐' 분야에서 세계 4위를 기록할 정도로 우크라이나는 이 분야의 강국이다.
페도로프, 우크라이나 디지털전환부 장관 트위터 계정
페도로프, 우크라이나 디지털전환부 장관 트위터 계정
이와함께 FT는 이렇게 암호화폐 결제라는 빠른 결정을 내린 또 다른 원동력으로 페도로프 장관(31세), 베르냐코프 차관(40세), 젤렌스키(44세) 대통령 등 ‘젊은’ 감각을 가진 각료의 구성을 꼽기도 했다.

이후 암호화폐를 통한 조달 방식은 기대 이상이었다. 전쟁이 시작된 이후, 암호화폐 기부로 1억 달러 이상을 모금했다. 이 기금의 절반을 수천 개의 방탄 조끼, 식량 배급, 헬멧 및 의료 용품에 사용했다. 구매 물품은 주로 무기가 아닌 ‘생명에 치명적이지 않은 장비’들 위주로 구성됐다. 인도적 차원의 암호화폐 공여자를 배려하기위함이다.

전투에 필요한 군수 물자는 미국 등 서방의 지원등으로 충당되고 있다. 최근 미국은 공격용 드론 ‘스위치블레이드’ 100대를 비롯해 대전차 공격무기 등 총 8억 달러 규모의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한다고 밝혔다.

내친김에 우크라이나 정부는 암호화폐를 활성화하기위한 제도적 보완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암호화폐 거래소를 국가가 직접 운영함으로서 소비자를 사기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도록 했다. 우크라이나 국립은행과 증권시장위원회가 암호화폐 규제 기관으로 지정됐다. 이를 통해 국가 주도의 디지털화폐도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우크라이나는 법정 통화와 암호화폐, 두 가지가 혼용되는 병렬 뱅킹시스템 체계로 정의해도 될 정도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기부받는 암호화폐의 범위도 점차 늘리고 있다. 현재 비트코인, 이더리움, 테더, 솔라나, 도지코인을 포함한 9개의 암호화폐로 기부를 받는 공식 웹사이트(Aid for Ukraine)를 개설했다. 이전에는 트위터에 공식 암호화폐 지갑 주소를 광고했었다.

다만 고민거리도 생겼다. 텔레그램 등 SNS에서 ‘우크라이나를 위한 모금’이라고 주장하는 사기도 크게 늘고 있기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암호화폐 대한 긍정적 인식은 기존보다 훨씬 개선됐다는 평가다.

리사 캐머런(Lisa Cameron) 영국 하원 의원은 “전쟁 상황에서 암호화폐가 어떻게 선의의 힘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박기록
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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