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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인앱결제에 배부른 구글, 소비자 지갑 얇아진다

최민지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구글이 ‘구글갑질방지법’을 ‘구글갑질강화법’으로 활용하고 있다. 인앱결제 강제를 금지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구글이 우회했다. 국내법 무력화는 물론, 한국 개발사와 소비자 비용 부담 증대가 현실화됐다. 배부른 곳은 구글뿐이다.

구글코리아 지난해 매출은 2923억5214만원으로, 영업이익은 293억7441만원, 당기순이익은 155억7443만원이다. 전년대비 각각 32.8%, 88%, 152% 급증했다. 구글플레이 앱 수수료 매출은 포함되지도 않았다. 앱마켓 사업은 싱가포르 법인 관할이기 때문이다.

앱마켓 수수료 매출은 수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만 할 뿐이다. 한국모바일산업연합회 ‘모바일 콘텐츠 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구글플레이는 국내에서 5조9996억원을 벌었다.

이번 구글 인앱결제 정책은 수수료 매출 증대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 구글은 아웃링크를 통한 웹 결제를 전면 금지했다. 웹 결제는 구글에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되는 방식이었다. 대신 구글은 외부결제(제3자결제)를 허용했다. 구글 틀에 맞춰 외부 결제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때 구글에 최대 26% 수수료를 내야 한다. 이를 거부하면, 6월1일부터 해당 앱은 퇴출된다.

시스템 구축에 카드사 수수료 등을 더하면 인앱결제 최대 30% 수수료보다 비싼 값을 내야 하는 상황에, 국내 개발사들은 인앱결제 구축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러나 저러나 구글에 수수료를 내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등 콘텐츠 앱들은 웹 결제가 막히면서 어쩔 수 없이 인앱결제를 선택하게 됐고, 그 결과 인앱결제 이용료를 약 15% 높였다. 결국 앱을 통해 콘텐츠를 소비하는 소비자들은 이전보다 더 많은 비용을 들일 수밖에 없다. 콘텐츠 발전이나 서비스 고도화가 아닌, 구글 인앱결제 정책을 위해 소비자 지갑을 열어야 하는 셈이다.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도 이같은 상황을 위법행위로 보고 우려하고 있으나, 선제 대응에 나설 수도 없다. 실제 피해사례가 없어, 제재를 내릴 수 없다는 판단이다. 제재를 내린다면 구글은 행정소송에 나설 것이 자명하다.

그런데, 어떤 사업자가 단지 구글에 대항하기만을 위해 앱 퇴출을 감수할 수 있겠는가.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서라도 일단 인앱결제에 합류할 수밖에 없다.

네이버 최수연 대표는 최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서비스사 입장에서는 선진적인 법 규정이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실효성이 담보되는 과정에서 아쉬움 마음이 없을 수는 없다”며 “결국 앱마켓 사업자 정책을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번 법안의 취지는 앱마켓 사업자의 특정 결제방식을 강요하지 않고, 다양한 결제 수단을 허용해 누구나 공정하고 자유로운 모바일 생태계를 누리기 위함이다. 구글 갑질 행위가 강화되지 않도록 정부와 국회, 기업이 머리를 모아야 한다.
최민지
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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