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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보니 ‘구글갑질강화법’, 콘텐츠앱 줄줄이 인앱결제행

최민지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인앱결제(앱 내 결제) 강제를 막고 다양한 결제 선택권을 제공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이른바 ‘구글갑지방지법’이 세계최초로 한국에서 시행됐으나,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구글갑질강화법’이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비롯해 웹툰,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등 콘텐츠 앱들은 줄줄이 울며겨자먹기로 ‘인앱결제’를 도입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수수료 부담이 커지면서 이용자 가격 인상도 피할 수 없게 됐다.

당장 내일인 4월1일부터 구글은 자사 인앱결제 정책을 준수하지 않으면 앱 업데이트를 허용하지 않는다. 6월1일부터는 구글플레이에서 앱 퇴출까지 이뤄진다.

이에 따라 앱 개발사들은 앱 퇴출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인앱결제와 3자결제 중 양자택일을 무조건 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3자결제를 적용하려면 구글의 틀에 맞춰 별도로 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 기존에 허용된 아웃링크를 통한 웹 결제는 전면 금지된다. 사실상 법 시행 후 개발사 선택권은 줄어들고, 구글 영향력은 더 커졌다.

현재 웹툰‧음악스트리밍‧OTT 앱들은 인앱결제 중심으로 결제시스템 적용을 준비 중이다. 네이버웹툰, 카카오웹툰‧페이지‧멜론, 지니뮤직, 플로 등은 인앱결제와 3자결제를 모두 검토하는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SK페이 등 관계사 페이 시스템이 갖춰진 곳일수록 3자결제 마련 가능성이 크다. 코미코(웹툰)와 벅스(음원)를 운영하는 NHN 측은 현재까지는 인앱결제 도입에 더 중점을 두고 있다.

개발사가 구글에 지급해야 할 인앱결제 수수료는 최대 30%다. 외부결제를 이용하면 최대 26%다. 하지만 개발 비용과 함께 결제대행업체(PG)‧카드수수료를 고려하면 인앱결제 때보다 비용부담은 더 커진다. 기존의 웹 결제를 허용하지 않는 상황이라, 차라리 인앱결제 선택하는 편이 낫다는 결론이다.

가격 인상도 실제로 나타나고 있다. SK스퀘어 자회사 드림어스컴퍼니에서 운영하는 음악‧오디오 플랫폼 ‘플로(FLO)’는 지난 29일 공지사항을 통해 “(구글) 안드로이드 플레이스토어 인앱결제 도입에 따라 3월말부터 플로에서도 해당 결제 수단이 추가될 예정”이라며 “플레이스토어 결제시 인앱결제 수수료가 포함된다”고 안내했다. 플레이스토어 결제 이용권은 6900원~1만2500원에서 7900원~1만4300원으로 인상됐다.

CJ ENM OTT 플랫폼 ‘티빙’은 7900원~1만3900원 이용료를 9000원~1만6000원으로 올린다. 웨이브와 시즌도 가격 인상을 예고했다. 이들이 약 15% 가격을 인상한 이유는 ‘인앱결제’ 정책 때문이다. 이에 PC 웹을 통해 가입하면, 이전과 같은 금액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일부 기업은 인앱결제를 도입하더라도 당분간 이용자 가격을 동결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콘텐츠 개발사들은 이용자와 기업 부담을 모두 낮추기 위해서라도 PC 웹 결제를 선호하고 있다. 하지만, 구글에서 아웃링크 홍보까지 막은 상태라, 이를 알리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구글과 애플은 글로벌 양대 앱마켓이라는 막대한 시장지배 사업자인 동시에, ▲유튜브 ▲유튜브뮤직 ▲애플TV ▲애플뮤직 등 국내 음원스트리밍‧OTT 사업자와 경쟁관계에 있다. 경쟁사가 갑인 상황에서, 이번 인앱결제 정책으로 구글 시장지배적 위치만 더 공고히 해질 수 있다는 우려감이 퍼지고 있다.

문제는 구글의 이러한 정책이 명백한 법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구글은 국내법에 따라 외부결제 시스템을 허용했으며, 아웃링크만 금지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규제당국이 적극적으로 유권해석을 해야 한다는 맹점이 있다. 구글의 셈법에 세계최초 인앱결제강제금지법 시행으로 축포를 터뜨렸던 정부와 국회 모두 무색해졌다.

한편, 담당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전날 위원회 회의를 열고 정부 자료제출 요구에 협조할 때까지 매일 이행가제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제재 수위를 높였다. 동시에 사실조사 착수로 구글을 압박한다는 방침이다. 방통위는 이번주 내 이번 사태와 관련한 유권해석을 발표할 예정이다.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애플이든 구글이든 글로벌 앱마켓 회사들이 취하고 있는 정책이 우리가 가진 법과 시행령에 위반하는지 여부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시행령 제정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는 건 동의할 수 없다. 시행령은 우회적으로라도 인앱결제 강제하는 행위를 금지하겠다는 취지를 담은 건데, 현실에 적용되는 과정에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 것”이라고 발언했다.
최민지
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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