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대형 콘텐츠제공사업자(CP)가 인터넷제공사업자(ISP)와 망 이용계약을 체결하도록 하는 일명 ‘망사용료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두고 국회가 공청회를 열기로 결정하면서 속도를 내고 있다.
망사용료법이 국회에서 통과된다면 그 파급효과는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대형 CP의 망 무임승차 논란은 한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적 이슈여서 그렇다. 해외에서도 CP의 망 투자비용 분담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망사용료법은 향후 이 같은 움직임을 본격화 할 척도가 될 가능성이 크다. 업계 안팎의 시선이 이번 국회로 쏠리는 이유다.
◆ 국회 과방위, 망사용료법 공청회 연다
22일 국회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는 망 이용계약과 관련한 법안들을 보다 심도 있게 들여다 보기 위해 이르면 이달 중으로 공청회를 열 계획이다.
현재 과방위에는 일정 규모 이상 CP가 ISP에 망 이용대가를 지불하거나 최소한 계약 협상을 치르게 할 수 있도록 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6건 발의돼 있다. 전혜숙 의원(더불어민주당), 김영식 의원(국민의힘), 김상희 부의장(더불어민주당), 이원욱 과방위원장(더불어민주당), 양정숙 의원(무소속), 박성중 의원(국민의힘)이 각각 발의한 것이다.
과방위는 지난 21일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원회(이하 법안2소위)를 열어 망 이용계약에 관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심의했으나 의결은 보류했다. 관련 법안이 6건 발의돼 있는 만큼 병합 처리 여부 논의와 관계부처 의견수렴 등이 필요할 것으로 본 것이다. 이를 위해 과방위는 조속한 시일 내 공청회를 열기로 합의했다.
이는 과방위가 어느 정도 망사용료법을 빠르게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국회 관계자는 “현재 망사용료법이 6건이나 발의돼 있기 때문에 당장 법안2소위에서 통과될 가능성은 적었다”면서 “하지만 공청회를 열게 되면 망사용료법 하나만 가지고 여러 의견을 나눌 수 있기 때문에 더 빠르게 처리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 전세계 이목 쏠린 망사용료법의 파급력은
우리 국회의 이 같은 움직임에 글로벌 CP들도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국내에 망 이용대가를 내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넷플릭스와 구글이 대표적이다. 딘 가필드 넷플릭스 정책부사장은 망사용료법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기 위해 이달 우리 국회를 방문하려 했다가 무산된 바 있다. 거텀 아난드 유튜브 아태지역 총괄 부사장은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유튜브는 엄청난 비용을 추가 부담하게 된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해외 ISP들도 주목할 수밖에 없다. 망 이용대가와 관련한 논쟁은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이슈로 커지는 추세기 때문이다. 이미 미국통신사업자연합회에 이어 유럽 13개 통신사들이 빅테크 기업의 망 투자비용 분담을 주장하는 공동성명을 냈고, 220여개국 750개 통신사가 모인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는 대형 CP들의 망 투자비용 분담을 전제로 보편기금을 마련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올해 초 채택했다.
이 가운데 우리 국회에서 가장 먼저 망사용료법이 통과된다면, 글로벌 대형 CP들의 망 무임승차를 방지하는 법제화 움직임이 전 세계적으로 번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방위가 지난해 구글인앱결제방지법을 세계 최초로 통과시키면서, 미국과 유럽에서도 비슷한 입법이 추진되고 있고 최근엔 네덜란드와 인도 규제당국도 반독점 규제에 동참했다”면서 “망사용료법도 비슷한 파급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 CP 반발 변수…민사소송도 남아 있어
다만 망사용료법이 통과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몇 가지 남아 있다. 우선, 글로벌 CP는 물론 국내 CP에서도 망사용료법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19일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전 세계 인터넷은 어떻게 작동하는가’를 주제로 국제 세미나를 열어 망사용료법에 대해 불편한 심경을 내비쳤다. 윤석열 당선인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도 망사용료법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방위 일부에서는 망사용료법 추진이 넷플릭스·SK브로드밴드 민사소송이 진행 중인 상황에 이뤄지는 것에 대해 부담스러운 목소리도 나온다. 넷플릭스는 지난 2020년 국내 기업인 SK브로드밴드에 망 이용대가를 낼 수 없다며 채무부존재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1심에서 패소했다. 일각에선 자국 기업을 옹호하려는 미국 정부와의 통상마찰 가능성도 제기한다. 다만 실제 전문가들은 그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