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법률상식95] 역설계를 통한 정보 취득과 제품 생산,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침
디지털데일리발행일 2022-04-28 11: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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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가람
[법무법인 민후 박가람 변호사] 우리나라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경쟁방지법')에 의하면 영업비밀이란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하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서, 비밀로 관리된 생산방법, 판매방법, 그 밖에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를 말한다.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이 되기 위해서는 비공지성, 비밀관리성, 경제적 유용성,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란 요건을 갖춰야 하는데, 아래에서는 비공지성에 관련한 영업비밀에 대하여 알아보고자 한다.
경쟁사의 제품을 역설계하는 과정에서 취득한 정보는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에 해당할까.
제조업 기반의 스타트업이 당면하는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의 쟁점 가운데 역설계에 기반한 정보취득행위로 인한 분쟁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역설계란 '제품에서부터 역으로 그것의 수학적인 형상을 얻는 기법'으로, 장치 또는 시스템의 기술적인 원리를 분해 등의 과정을 통하여 분석하고 발견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대법원은 부정경쟁방지법상 비공지성에 대하여 '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하다고 함은 그 정보가 간행물 등의 매체에 실리는 등 불특정 다수에게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에 보유자를 통하지 아니하고는 그 정보를 통상 입수할 수 없는 것을 말한다.'라고 판단한 바 있다(대법원 2009. 4. 9. 선고 2006도9022판결, 2008. 4. 10. 선고 2008도679 판결 등 참조).
또, 대법원은 일명 '모나미 사건'을 통하여. '원고 회사가 외국의 잉크제품을 분석하여 이를 토대로 이 사건 기술정보를 보유하게 되었다거나, 역설계가 허용되고 역설계를 통해 이 사건 기술정보의 획득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그 기술정보가 영업비밀이 되는 데 지장이 없다.'라는 원심의 판단에 대한 피고들의 상고 이유를 배척한 바(대법원 1996. 12. 23. 선고 96다16605 판결 참조), 역설계를 통하여 기술정보 획득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이는 원제조사의 영업비밀에 해당할 수 있다.
타업체들이 원제조사의 제품과 기능이 유사한 제품들을 생산하고 있다는 등의 사정이 있는 경우, 영업비밀침해에 해당할까.
우리 대법원은 '회로도 또는 회로도 파일, 레이아웃 도면 파일, 공정 관련 설계자료집 파일 및 양산 관련 ‘조립규격’ 파일 등은 비메모리 반도체집적회로의 설계 및 판매 전문회사인 공소외 주식회사가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들여 연구 개발한 것으로서 공소외 주식회사의 영업에 있어 핵심적인 요소 중의 하나일 뿐만 아니라, 외부로 유출될 경우 경쟁사, 특히 후발경쟁업체가 동종 제품을 개발함에 있어 기간 단축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고, 그 내용이 일반적으로 알려지지 아니함은 물론 공소외 주식회사가 이를 비밀로 관리해왔으므로, 위 기술정보들은 모두 공소외 주식회사의 영업비밀에 해당하고, 위 회로도에 표시된 소자의 선택과 배열 및 소자값 등에 관한 세부적인 내용이 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한 이상, 다른 업체들이 공소외 주식회사 제품과 기능이 유사한 제품들을 생산하고 있다거나 타 회사 제품의 데이터시트(datasheet) 등에 그 제품의 극히 개략적인 회로도가 공개되어 있다는 등의 사정만으로 이와 달리 볼 수 없다.'라고 판단한 원심과 같은 취지에서 타업체들이 원 제조사의 제품과 기능이 유사한 제품들을 생산하고 있다는 등의 사정이 있다 하더라도 영업비밀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대법원 2009. 10. 29. 선고 2007도6772 판결 참조).
이와 같이, 역설계 등의 방법을 통해 타사의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정보를 취득해 동일한 기능의 제품을 생산하는 것은 부정경쟁방지법상의 영업비밀침해행위에 해당할 수 있으므로, 제품 제조를 위한 설비 구축 등 사업 초기 단계에서부터 법률전문가의 조언을 구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