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신제인 기자] 국내 연구진이 위장 조직이 손상됐을 때 스스로 치유하는 과정을 명확히 밝혀냈다. 이는 향후 위암 등 위장 질환의 이해와 치료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김종경 포스텍 생명과학과 교수팀은 “p57 단백질이 위장의 줄기세포인 위장주세포가 손상된 조직을 재생시키는 역할을 하도록 조절한다”는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셀 스템 셀’ 지난 5일자에 발표했다. 이번 연구에는 기초과학연구원, KAIST, 오스트리아 분자생명공학연구소, 영국 케임브리지대, 미국 밴더빌트대 등 4개국 연구팀이 참여했다.
쥐를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 위장 조직에 상처가 나면 p57이라는 단백질 분자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위장주세포의 증식이 정점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위장주세포는 평상시에는 분열하지 않고 소화효소만 분비하며 소화를 돕다가, 조직에 손상이 발생하면 세포가 빠르게 증식하는 상태로 전환해 조직을 재생한다. 즉, p57 단백질이 위장주세포 전환을 촉진하는 것이다.
연구팀은 발달 과정과 구조적 특징을 모방한 ‘미니 장기’ 오가노이드를 통해서도 이 같은 사실을 재확인했다. 연구팀이 p57의 양을 늘리자 위장주세포는 증식을 멈추고 평상시와 같이 소화효소만을 분비했고, p57의 양을 줄이자 위장주세포는 다시 증식했다.
p57은 세포 증식을 억제해 암 치료에 사용하는 ‘사이클린 의존성 효소 억제제’ 중 하나에 속한다. 연구팀은 특히 이번 연구결과로 전암병변인 ‘스펨(SPEM)’을 자세히 이해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기대했다.
이 질환은 심할 경우 위암으로 발전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제1저자인 이지현 오스트리아 분자생명공학연구소 박사후 연구원은 “위장 세포의 활성화 과정을 알아내는 것은 이 질환의 근본적인 분자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