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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획④] 재택과 출근 사이, 지금 어디에 서있나요?

최민지

-‘다가오는 엔데믹, 비욘드 디지털(Beyond Digital)’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엔데믹(풍토병화) 전환이 가시화되며 IT업계를 중심으로 기업들이 근무문화 조정에 돌입했다.

정부 방역지침 완화에 따라 사무실 출근 형태로 전환한 기업 수도 늘었으나, 재택근무를 유지하고 직원 개개인에 맞는 유연근무제를 채택하는 곳들도 나타났다.

코로나19 펜데믹(전염병 세계적 대유행)으로 원격근무 전환을 이뤄온 만큼, 직원들의 사무실 출근 기피 현상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의 경우, 애플은 이번달 말부터 주3일 출근을 알리자, 직원들로 구성된 ‘애플투게더’가 공개적으로 반발했으며 머신러닝 디렉터를 비롯한 직원 퇴사가 이어지고 있다.

아직 국내에서는 이같은 사례는 없지만, 임직원들은 대체로 주5일 출근을 원하지 않고 있다. 네이버 본사 임직원 설문조사에서도 주5일 출근을 원하는 직원은 1~2%대에 불과했다.

이에 플랫폼 업계는 재택근무를 비롯해 직원 중심 근무 방식 변화를 전향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모습이다. 개발 인력 유치가 중요한 만큼, 직원 근무방식 개선에도 힘을 쓰고 있다. 또,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거리두기 강화로 원격근무를 경험해본 만큼 집에서 근무하더라도 업무효율성이 낮아지지 않는다는 판단도 주효했다.

네이버는 오는 7월부터 직원이 직접 근무형태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커넥티드 워크(Connected Work)’를 도입한다. 반기에 한 번씩 자신과 조직, 진행 중인 프로젝트 상황 등을 고려해 주 3일 이상 사무실 출근을 기반으로 하는 ‘타입(Type) O(Office-based Work)’, 원격 기반 ‘타입(Type) R(Remote-based Work)’ 중 근무 형태를 선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타입(Type) O’를 선택했다면 월‧화‧수요일에 회사 출근하고 목‧금요일에는 재택하면 된다. 출근하는 날짜는 본인이 원하는 대로 변경 가능하다. 이번 주에 회사 출근을 5일 했다면, 다음주에는 내내 재택할 수도 있다. ‘타입(Type) R’을 골랐다면, 기본적으로 원격으로 근무하지만 필요한 경우 회사에 나와도 된다.

네이버 계열사 라인플러스는 7월부터 재택근무를 넘어 해외에서도 일할 수 있도록 원격근무 범위를 넓혔다. 여행지에서 원격으로 근무하는 ‘워케이션’ 트렌드에 부합할뿐 아니라 글로벌 현지에서 주요 인재를 영입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숙박공유기업 에어비앤비는 오는 9월부터 170개 이상 국가에서 1년 중 최대 90일까지 일할 수 있다고 밝혔다.

카카오도 7월부터 시행할 새로운 근무제도를 마련할 계획이며, 다음달까지 원격근무제를 유지한다. NHN은 이번달까지 원격근무를 지속하면서, 근무제도를 정하기로 했다. 티몬은 7월경부터 전면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거점오피스‧워케이션 등을 도입한다.


이와 달리 대면회의 필요성과 생산성 확대 등을 위해 출근으로 전면 전환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대형 게임사들이 전면에 나섰다. 국내 대표 게임사들은 재택근무를 끝내고 전사 출근을 준비하고 있다. 신작 출시 지연으로 실적 타격을 입은 곳들도 상당한 데다, 올해 줄줄이 신작 게임을 준비하고 있는 만큼 개발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판단이다.

엔씨소프트와 넥슨은 ‘3+2(3일 출근 2일 재택) 근무제’를 시작으로 다음달부터 전체 출근제로 전환한다. 넷마블도 ‘3+2 근무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펄어비스는 재택근무를 종료했다. 다만, 크래프톤과 카카오게임즈는 자율출근제다.

보안업계와 소프트웨어 업계도 재택근무 비율을 줄이고 있다. 안랩은 전사 원격근무에서 이번달부터 직원 절반은 출근하는 순환 원격근무 체제로 변화했다. 이글루코퍼레이션은 이번달부터 임직원 전사 출근으로 방침을 조정했다. 한글과컴퓨터는 자율재택에서 70% 재택으로 운영된다.

출근 확대에 따라 직원 달래기에 나선 모습도 나타난다. 삼성전자는 부분적 일상회복과 함께 재택근무 비율을 최대 50%선으로 유지하고, LG전자는 재택근무 50% 이상 의무 원칙 해제 후 각 조직에서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로 했다. SK하이닉스는 전사 출근이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WFA(Work From Anywhere와 같은 제도를 시도해 근무공간 다양성을 꾀하겠다. 직원들이 자부심을 느끼게 하는 복지제도를 고민해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SK하이닉스는 250만원대 허먼밀러 의자와 함께 춘천 레고랜드를 대관하기도 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재택근무 확산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대다수다. 코로나19로 불가피하게 많은 직원이 원격으로 근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으나, 이 과정에서 경영진과 직원 인식이 개선됐을 뿐 아니라 재택근무를 지원하는 시간과 자원을 투자했기 때문이다. 또, 대다수 기업이 기대 이상으로 재택근무 효과성을 체감했다. 이에 재택근무와 출근을 조합한 하이브리드 형태 근무 문화로 나아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국은행에서 발간한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 확산과 경기완충 효과’에서는 “재택근무자가 1년 후에 취업상태를 유지할 확률은 86%로 비재택근무자 74.9% 보다 높다. 재택근무자가 실업이나 비경제활동인구로 전환할 확률은 비재택근무자 절반 수준”이라며 “한국처럼 출퇴근 소요시간이 길고 IT 인프라가 발달한 경우에는 재택근무 확대로 인한 생산성 향상 여지가 크다”고 밝혔다.

최민지
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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