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

[창간기획③] 일하러 동네로·메타버스로…뉴노멀 된 거점·가상오피스

권하영

- ‘다가오는 엔데믹, 비욘드 디지털(Beyond Digital)’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코로나19발 거리두기 여파가 정보통신기술(ICT) 업계 근무지 풍경을 바꾸고 있다. 거리두기는 소강상태에 접어들었지만, 코로나19 이전보다 더 다양한 형태의 근무 문화가 정착되는 추세다.

특히 최근에는 ICT 업계를 필두로 탈(脫)오피스보다는 ‘재택’과 ‘출근’을 어느 정도 결합한 ‘거점·가상오피스’를 늘리는 움직임이 주목된다. 재택 대비 업무 집중도와 협력 툴은 키우되, 회사 출근보다는 주도적 업무가 가능하도록 제반 환경을 마련해주는 것이다.

◆ 우리집 근처에서 일하는 ‘거점오피스’

대표적인 것이 SK텔레콤의 ‘거점오피스’ 실험이다. 앞서 박정호 당시 SK텔레콤 대표(현 SK스퀘어 대표)는 “우리의 근무·소통 방식을 어떻게 발전시킬지 연구가 필요하다”며 “공간적 제약을 벗어나는 시도 중 하나로 거점오피스를 본격적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거점오피스 ‘스피어(Sphere)’가 바로 그 결과물이다.

SK텔레콤은 지난달 7일부터 서울 신도림과 경기 일산·분당 등 3곳에서 ‘스피어’ 운영을 시작했다. SK텔레콤 직원들은 회사가 자체 개발한 스피어 앱에서 잔여 좌석을 확인해 예약할 수 있다. 사무실 출입구에는 자체 개발 인공지능(AI) 기반 얼굴인식 솔루션 ‘누구 페이스캔(NUGU facecan)’이 적용돼 약 0.2초 만에 직원 얼굴을 인지한다.

SK텔레콤에 따르면, 총 420석(신도림 170석, 일산 100석, 분당 150석) 규모의 스피어는 일평균 약 70%의 좌석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또한 구성원의 업무형태를 분석한 결과, 개인업무 54% 협업업무 46%로 개인·협업 업무를 균형 있게 지원하고 있었다. SK텔레콤은 5월부터 매달 셋째주 스피어에서 다양한 이벤트를 하는 ‘해피스피어위크’를 운영하고 있으며, 7월 중 SK그룹의 워커힐 호텔을 이용해 ‘워케이션(Work+Vacation·일과 휴가의 합성어)’ 콘셉트의 스피어도 오픈할 예정이다.


이 밖에 KT와 여가 플랫폼 야놀자 등도 거점오피스를 통해 임직원의 일하는 방식에 변화를 주고 있다. KT의 경우 분당사옥과 광화문사옥, 송파사옥 3곳에 각각 원격오피스 ‘디지코 워크 플레이스’를 운영 중이다. 디지코 사업 포트폴리오에 맞게 IT기술을 활용해 공간적 제약없이 업무 수행할 수 있도록 했다. KT는 이 외에도 3곳의 사설 공유오피스도 직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야놀자는 지난해 11월부터 본사 사옥 내 자율 좌석존을 마련했다. 지난해 6월에는 재택근무 무기한 시행을 발표하기도 했다.

◆ 아바타로 출근하는 ‘메타버스 오피스’

ICT 업계의 근무환경 변화는 단순히 근무지를 분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5G는 물론 인공지능(AI)과 메타버스 등 기술적 연계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직방과 LG유플러스 등 가상 공간에서 가상 아바타로 출근해 다른 구성원들과 소통하는 형태의 ‘메타버스 오피스’를 선보이는 곳이 늘어날 전망이다.

LG유플러스는 메타버스 기반 ‘U+가상오피스’ 서비스를 선보였다. 출근부터 퇴근까지 아침 인사, 스몰톡, 개인 면담, 화상회의, 업무 협업 등 실제 사무실에서의 업무 과정과 동일한 경험을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채팅, 음성∙영상 대화, 화상회의와 같은 업무에 필요한 통합 커뮤니케이션 솔루션 기본 기능부터 ▲실시간 자막과 회의록을 작성해주는 ‘AI 회의록’ ▲포스트잇을 이용한 메모, 동시 첨삭 등 공동 작업이 가능한 ‘협업 툴’ ▲감정 표현 제스처와 립싱크로 현실감을 높인 ‘아바타 대화하기’ 등 소통과 협업에 최적화된 기능을 제공한다.

SK텔레콤 스피어에서도 자체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ifland)’ HMD 버전을 활용한 가상 업무공간이 설계돼 있다. 별도로 마련된 업무 공간에서 이프랜드 HMD를 착용하면, 마찬가지로 가상 공간에 접속해 다른 동료들과 아바타로 회의할 수 있는 것이다. SK텔레콤은 이프랜드 전용 HMD를 조만간 출시해 보급한다는 계획이다.


부동산 중개 플랫폼 직방은 서울 서초구 본사 사무실을 아예 없애고 지난해 7월 자체 개발한 메타버스 오피스 ‘메타폴리스’에서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아바타로 로그인하면 방향키를 조작해 30층으로 이뤄진 가상 건물로 들어갈 수 있고, 가상 책상에 앉아 회의하거나 빔프로젝터를 이용해 자료를 올리고, 옆에 있는 팀원과 대화도 할 수 있다.

직방은 종합식품기업 아워홈과 ‘메타폴리스’ 입주 계약을 맺기도 했다. 메타폴리스 일부를 임대 제공하는 개념으로, 아워홈은 우선 올해 상반기 중 고객상담센터 오프라인 사무실을 없애고 메타폴리스 공간으로 옮긴 후 메타폴리스 입주를 확대할 계획이다. 메타버스 사옥이 가상 공간에서의 부동산 임대 사업으로까지 확장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권하영
kwonhy@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